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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에 저항하는 기억 운동 펼쳐야인터뷰 - 소설가 현기영 선생
<순이 삼촌> 작가 현기영 선생

소설가 현기영은 민중의 삶을 억누르는 야만의 역사를 글로 드러내어 그 상처를 보듬는 작가이자, 평화로운 공동체 회복을 위해 실천하는 지식인이다.

그는 4ㆍ3에 대해 망각과 침묵을 강요당하던 시절, 문학적 양심으로 북촌리 대학살을 다룬 <순이 삼촌>을 1978년 발표하면서 4ㆍ3을 시대의 한복판으로 끌어올렸다. 이를 계기로 대학가와 지식인들에게 4ㆍ3에 관한 관심을 촉발하고, 문화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작가는 4ㆍ3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1979년 군 정보기관에 연행되어 심한 고초를 겪었다. 그런 그가 4월 1일 제주4ㆍ3평화상을 수상했다.

▶<순이 삼촌>을 발표한 지 40년이 됐다.

4ㆍ3으로 인한 3만명의 죽음은 지난 70여 년 동안 한국 현대사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역대 독재정권들이 그렇게 4ㆍ3의 진실을 강압적으로 은폐하고, 4ㆍ3 피해자의 집단기억을 말살하려고 무서운 폭력을 행사해 왔다. 4ㆍ3에 대한 민중의 기억은 철저히 부정되고, 사소한 언급도 용납하지 않은 상황이 계속됐다.

제 소설 <순이 삼촌>이 발표된 것은 1978년이니까 벌써 40여 년이 흘렀다. 그런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순이 삼촌>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작품 속에 묘사된 참상들은 극히 일부일 뿐인데도 너무 충격적이어서 읽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슬픔과 불행은 그 양에 한계가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참사인 경우, 보통 사람들은 그것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그 진상이 무엇이든 간에 알려고 하지 않고 그냥 덮어 버리려는 경향이 있다. 4ㆍ3의 참사는 국가폭력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데, 민중을 보호하는 대신 도리어 민중을 파괴해 버린다면 국가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의문을 자신이 품게 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4ㆍ3의 해결은 요원한가.

무엇보다 4ㆍ3 기억 운동의 최대 장애물은 4ㆍ3을 부정하는 냉전세력이다. 독재정권이 물러나고, 국가추념일도 제정됐지만, 4ㆍ3의 진실을 부정하고, 왜곡하고 음해하는 세력이 아직도 큰 영향력을 가진 것이 현실이다. 4ㆍ3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의식을 호도하기 위해 가짜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면서 그들은 집요하게 공작을 벌이고 있다. 해방 이후, 지난 70여 년간 대중의식을 지배해온 과잉 반공주의와 냉전사상은 아직도 건재하다. 한국 사회가 민주화됐다고 하나, 대중의 의식은 아직도 상당 부분 민주화되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70년이란 그 긴 시간이 대중의 의식을 그렇게 굳은살로 만들어 놓았다.

▶억눌리고 지워진 집단기억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

기억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과서에 4ㆍ3이 옳게 기록되는 일이다. 국가 수립 과정에 일어난 4ㆍ3의 대참사는 한국 역사의 큰 실패요 치욕이다. 그 실패를 역대 정권은 폭압적으로 은폐해 왔다.

이제 대한민국의 공식 역사에 그 실패를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 4ㆍ3의 진실과 진상을 제대로 기록하여, 지워진 역사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 대한민국 역사 교과서에 자랑스럽고 성공한 사례들과 함께 실패한 역사도 기록돼야 한다. 4ㆍ3은 이승만 정권이 국가를 모욕하고 국민을 대량으로 파괴한 경우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정권이 국가의 이름으로 저지른 그와 같은 폭력 범죄를 우리가 외면해선 안 된다.

▶4ㆍ3 해결을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점은.

4ㆍ3의 참사 속에 희생된 3만 원혼들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어둠에 갇힌 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죄인의 누명을 쓴 채 버려진 수많은 죽음, 그 억울한 죽음과 상처들을 망각과 무명의 어둠에서 불러내어 진혼하는 일, 무의미한 그 죽음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 또 고문과 옥살이로 육체와 정신이 망가진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위무하는 일, 다시 말해 민중 수난의 밀살된 기억을 되살리고, 그것이 다시는 잊히지 않도록 재기억 시키는 일, 그러한 일을 살아있는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 4ㆍ3의 진실을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되새기는 재기억의 노력, 즉 끊임없는 기억 운동이 필요하다. 4ㆍ3은 늘 다시 시작해야 하는 영원한 과제여야 한다.

정용복 팀장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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