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경 수

인문대학 행정실 조교

4월이다. 미세먼지로 자욱한 캠퍼스에 낡은 학생회관 건물이 우뚝 서 있다. 학생회관은 아라캠퍼스의 중앙에 있다. 학생 유동량이 많은 곳이다. 사람들은 백두관 식당에서 줄을 서서 밥을 먹거나 매점에서 군것질하거나 친구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춤을 추거나 기타를 친다. 수천, 수백 명이 이곳을 일상적으로 지나친다. 중앙에 있다보니 캠퍼스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을 경유한다. 자연히 학생회관은 만남의 광장이 된다. 학생들은 우연히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 반가워하거나 반가워하는 척한다. 사람들은 벚꽃잎처럼 만났다가 일제히 제 갈 길을 청한다. 흔한 학생회관의 풍경이다. 이 풍경은 10년 전과 다르지 않다.

사람만 바뀌었지 외관은 그대로다.

점퍼를 입은 총학생회 임원은 학생회관에 주로 상주한다. 출범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그런지 점퍼의 색깔은 명징했다.

총학생회는 4월 3일이 되기 며칠 전부터 서툰 글씨로 ‘기억하자’는 말을 흰 물감으로 한 자 한 자 적어 검은 현수막을 설치했다.

그들은 탁자와 화환을 백두관 식당 앞에 두고 분향소를 마련했다. 두 개의 현수막은 세로로 길게 뻗어 1층과 2층을 이었다. 가운데는 흰 국화가 있었고 촛불 몇 개가 빛났다. 중앙 로비로 들어오는 바람에 현수막이 펄럭였다. 사실 매년 4월이 되면 이렇게 4ㆍ3을 기리는 분향소가 설치된다. 익숙해질 법도한데 이 모습만큼은 매번 생경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도, 새 학기의 모습은 생동감 넘친다. 안치된 분향소 앞에는 텅 빈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는 학생들이 있다. 4ㆍ3이라는 걸 알고는 있는지 잔디밭에서 웃으며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도 자연스럽기만 하다.

그러는 동안 4ㆍ3을 기리는 조화는 가염 없이 시들고 있다. 노란 리본과 동백꽃 뱃지가 4월에는 유난히 눈에 밟힌다. 분향소 앞은 활기가 넘치고 떠드는 소리로 어지럽다.

4월 3일만 되면 각종 SNS에는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등의 말들이 타임라인에 도배된다. 으레 이 날만 되면 학생들은 애당초 자신의 기억 속에도 없는 것을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고 한다. 분향소 앞에 감도는 분위기가 묘하기만 하다.

올 4월도 시든 국화는 캠퍼스를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외면당한다. 그 가운데서도 움을 튼 잡초들은 건물 콘크리트 벽에 박힌 채 숨죽여 산다. 살기 위해, 잊히지 않기 위해 발버둥이다. 질긴 생명들이다. 

매일 사람들은 이곳에서 밥을 먹고, 웃고 떠든다. 벚꽃잎처럼 각자의 일상으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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