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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양심’ 거두는 환경미화노동자새벽부터 우리의 흔적을 지우려 노력
학교는 쓰레기와의 전쟁 중ㆍㆍㆍ 학생들이 협력했으면
4월 29일 환경미화노동자 아주머니가 본관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다. 벚꽃이 피면 잔디밭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학생들과 중앙도서관, 제2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들로 학교는 활기차다. 벚꽃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학생들, 벚꽃길을 걷는 연인들은 저마다 캠퍼스의 낭만을 누린다. 캠퍼스는 행복한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봄을 반기지 않는 이들도 있다. 바로 환경미화노동자들이다. 학교는 지금 쓰레기와의 전쟁 중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쓰레기들과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한다.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자.  
  <편집자주>

환경미화노동자들이 꼽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단연 쓰레기다. 현재 제주대학교의 노동자는 94명이다. 제주대는 국립대 중 3번째로 큰 캠퍼스다. 그 만큼 학생 수 대비 건물 수가 많고 면적이 커 인력이 부족하다.  노동자들은 대체인력이 없어 월차를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 자체적으로 상의해 월차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시험기간에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도서관에는 총 8명의 환경미화노동자가 일한다. 도서관 규모와 이용하는 학생 수에 비해 환경미화노동자 수는 현저히 적다.

환경미화노동자들의 정해진 노동시간은 오전 7시 30분에서 오후 4시30분까지다. 하지만 대부분 약속된 근로시간보다 30분에서 1시간 일찍 와서 일을 시작한다. 일찍 출근해서 일을 시작해야 수업을 시작하는 오전 9시 전에 강의실 청소를 마무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실에 있는 휴게실을 제외하고 일하다가 쉴 수 있는 공간은 없다. 

하지만 일과 중 관리실에 찾아갈 시간이 없기 때문에 잠깐 복도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는 것이 전부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관리실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하지만 냄새나는 음식을 먹는 것은 금지 돼 있기 때문에 라면이나 찌개를 끓여 먹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관리실에서는 쌀을 가져와 취사해 먹는 것만 가능하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집에서 마른반찬을 가져와 먹는다.

   “일이 고되고 힘들어도 학생들이 다 아들, 딸이라고 생각하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으니까요.”

 벚꽃이 피면 학생들은 야외음악당 앞에 위치한 잔디밭에서 술을 마신다. 막걸리, 소주, 맥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술병들과 잔여 음식물은 하나의 비닐봉투에 싸여 주변 건물에 버려진다. 화장실에서 토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 청소노동자들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토를 치워야 한다. 아침부터 토를 치우고 나면 점심을 먹기 힘들 때가 많다. 대학교 내에서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금지돼있는 학교가 많다. 우리학교는 학교에서 술을 너무나도 쉽게 먹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더 많이 발생한다.

  “봄이 오면 잔디밭에서 술을 마시는 학생들이 많아요. 벚꽃이 피면 외부인들도 많이 출입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쓰레기가 많아 정말 허리가 끊어질 지경이죠. 학생들이 교내에서 나름대로의 추억을 즐기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뒷정리를 깔끔하게 해주면 좋겠어요”

체육대회, 대동제 시즌에는 평소보다 쓰레기가 2~3배 늘어난다. 대동제 때는 교내의 모든 인력이 동원된다. 환경미화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을 빨리 끝내고 바로 대동제 일을 도와주러 간다. 강의실을 청소하는 환경미화노동자들은 평소에도 일찍 오지만 대동제 기간만큼은 1시간에서 2시간 더 일찍 출근한다. 하지만 업무시간과 강도가 늘어나도 환경미화노동자들이 받는 급여는 같다.

  “예전에는 체육대회나 축제 등 학교행사로 일을 더 하면 추가수당이 나왔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수당이 나오지 않아요. 환경미화노동자들이 학교로부터 정당한 댓가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총학생회가 나서서 도와주면 좋겠어요.”

매년 11월, 선거철에는 학생회관의 지하1층과 4층을 선거운동본부로 사용한다. 선거운동본부에 소속된 학생들은 선거유세연습을 위해 선방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한다. 치킨이나 햄버거 같은 간단한 음식을 배달해먹는 경우도 있지만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다. 학생회관에는 음식물 쓰레기통이 마련 돼있다. 하지만 음식을 조리한 후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는 드물다.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잔여 음식물과 음식물찌꺼기가 정말 어마어마해요. 식사 후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차라리 나가서 먹으면 좋겠어요. 학교를 대표하기 위해 나온 학생들이 기본적인 것 조차 지키지 않아요. 자리가 자리인 만큼 모범을 보이면 좋겠어요.”

오늘도 환경미화노동자들은 새벽부터 우리가 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흔적을 치우고 있다. 환경미화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환경미화노동자들이 우리의 엄마, 아빠라고 생각하고 밝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네는 것은 어떨까.

민상이 기자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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