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학생들의 관심사는 정치적 문제
현안문제를 알리는 것도 축제의 일환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적극적 사회 활동

대학문화란 무엇인가. 대학문화란 대학의 구성원들이 주체인 문화, 대학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대학의 틀 속에서 형성되고 향유되는 문화 등이다. 문화가 국가나 지역,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듯 대학문화도 대학의 역사와 목표 등에 따라 특색을 지니고 있다.

‘대학문화’라는 말이 등장한 시기를 사람들은 흔히 1980년대로 정의한다’대학문화는 대학구성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며 대학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요소다. 하지만 현재의 대학문화는 색깔을 보이고 있지 않다. 어느 순간 대학생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던 시위, 동아리 활동, 토론문화 등은 사라지고 개인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로 변했다. 학생들은 높은 실업률에 취업을 우선시하고 학교 행사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학생회장 선거는 저조한 투표율을 보이고 기본적인 과 행사의 경우에도 낮은 관심도를 보이고 있다. 

지금의 대학문화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과거의 대학문화, 현재의 대학문화, 구성원 간담회를 통해 대학문화를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1989년 4월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의 4.3진상규명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과거 대학문화의 흐름

1950년대 제주도는 4ㆍ3과 한국전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초급제주대학이 1952년 개교했다. 제주대는 1954년 하반기부터 지금의 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에 용담캠퍼스를 마련하게 된다. 아라캠퍼스로 올라오기 전인 1970년대 까지 용담동을 중심으로 대학촌이 형성됐다. 초창기의 대학문화는 이 지역을 비롯해 다방과 서점이 있던 삼도동, 일도동 일대를 근간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당시의 대학문화는 문학을 중심으로 한 활동들이 많이 이뤄졌다. 

1960년부터는 조금씩 저항의 문화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4ㆍ19혁명으로 제주사회와 대학 내에도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고 6ㆍ3항쟁은 연행과 투옥이라는 사태까지 몰고 오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1960년대부터 제주대 학생들의 정치적, 사회적 비판 의식은 대학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됐다. 

1970년대의 대학사회는 낭만과 저항이 공존하는 청년문화의 시대였다. 대학생의 낭만은 곧 저항의 시작이었다. 두발과 복장 까지도 단속하던 정부는 늘 학생들의 투쟁 대상이었다. 또한 1971년부터 교련교육이 강화되면서 학생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서울의 일부 대학에서는 교련반대로 학생이 구속되고 제명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1970년대 말부터 대학문화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민속’이었다. 이후 동아리가 생기면서 저항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되다. 

1980년도부터는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거리를 덮었고 학생들은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기 시작했다. 

◇동아리의 전성시대

대학문화의 꽃이라고 불리는 동아리는 ‘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 한패를 이룬 무리’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같은 목적으로 모였기 때문에 동아리로 묶인 선후배 사이에 뜨거운 정과 의리는 동아리를 연결하는 고리였다. 그 시대의 동아리는 대학문화를 이끄는 핵심으로서 대학생활의 낭만과 이념을 배우던 시기였다. 동아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 이후이며 그 이전에는 ‘서클’이라고 지칭됐다.

본격적인 동아리 활동은 1960년대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당시의 특징은 동아리 활동에 대한 정부와 학교 쪽의 압력이 강하지 않아 공식적인 단체가 주도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단체들은 문학예술단체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학생들의 현실참여가 두드러지고 학생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동아리 활동의 양상도 바뀌기 시작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현재와 마찬가지로 교내 곳곳에서 동아리들이 신입회원을 모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980년대에는 학생들의 사회 참여와 더불어 사회과학 학술동아리가 인기였다. 80년대 동아리들은 대부분 사회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안목을 키워주고 변혁이론을 가다듬는 데 치중했다. 

1987년 제주대 진입로에서의 학생들이 전경들에 맞서 시위를 하고 있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

1980년대에는 전국적으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불타오르는 시기였다. 시대적 상황이 그랬기에 모든 학생들의 관심사는 정치적인 문제였다, 신군부 독재세력의 정치적 상황과 끊임없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그들을 사로잡았고 학생들은 경찰, 군인과 맞서 싸우며 무력시위를 펼쳤다. 강영순(사학과 87학번)씨는 “당시 대학사회는 민주화의 열풍이 불던 시기였다”며 “선, 후배 가릴 것 없이 모두 시위 현장에 나가 함께했다”고 말했다.  

◇과거의 대학축제

제주대 학생회는 초급대학 시절부터 개교를 기념해 행사를 진행했다. 해마다 개교기념일인 5월 27일을 전후해 전도 고교배구대회, 문학백일장, 웅변대회 등 여러 가지 행사를 개최했다. 1963년부터는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마라톤대회, 학교발전간담회 등이 열렸다. 1980년대에는 연극제, 제주도문제 세미나, 제대 올림픽, 각종 초청 강연회, 사진 전시회, 대학 가요제 등 학생들이 좀 더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축제는 학과 행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모두가 함께하는 대동제라는 평을 받았다. 

또한 당시에는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였다. 특히 탑동매립반대, 송악산 군사기지 반대,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 등 제주도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 학생들의 반대 투쟁 운동이 지속됐다. 축제의 내용도 이러한 제주지역 현안문제에 대한 토론이나 세미나 등으로 채워졌고 동아리들도 이런 문제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행사를 주도 했다.  또한 4ㆍ3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논의는 1990년대 중반까지 대동제의 주요 테마 역할을 했다. 

2000년대부터 대학축제의 개념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중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연예인의 공연이 주가 됐다. 90년대 후반까지 젊은이들의 이념과 대학문화 표출의 장이었던 축제가 개인주의적 성향을 부추기는 대중문화의 일색으로 바뀐 것이다. 독재와 싸우고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학생운동의 개념이 약해진 것이다. 과거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가던 대학축제는 더 이상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부족해졌다.

◇과거의 대학문화

이처럼 과거의 대학문화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졌다. 그들은 민주화와 독재타도에 대한 의식이 있었고 변화하기 위해 몸부리쳤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위해 그들은 대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세상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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