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기본권, 국가의 책임과 보장 조속히 이뤄져야
우리사회에서 한층 진보된 담론 성사돼야

4월 8일 제주지방법원 정문에서 김형미(민중당 제주도당) 당원이 낙태죄 폐지 법안 폐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뉴스제주>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낙태죄는 66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현행 낙태죄는 2020년 12월까지만 유효하게 작용한다. 그전에 입법부에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헌법  재판소는 임신 22주차 낙태 자기결정 기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이는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고한 기간이라 할 수 있다.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

이번 심판에서 주요하게 다뤄진 대목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이다. 형법 제269조(낙태) 제1항에는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즉 임신한 여성이 낙태하는 게 죄라는 것이다. 동의낙태죄는 의사가 낙태에 동의함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형법 제270조 제1항은  의사, 한의사, 조사자, 약제사는 부녀의 측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할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낙태로 인해 개인에게 보장된 ‘자기결정권’은 수면 위로 가라앉게 됐다. 이에 여성들은 자기결정권도 태아의 생명권과 동일선상에 놓여있으며 이 또한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며 목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가 일정 부분 받아들여져 4월 11일 최종 헌법불합치 결정이 됐다. 

◇낙태죄의 존폐 사유

2012년 11월 고3여학생이 임신중절수술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음성으로 진행되는 낙태 시술이 진행됐던 것이다. 이처럼 병원기록으로 인한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온라인으로 임신중절 약을 구매하는 경로가 매해 증가하고 있다. 간단한 시술로 신체를 지킬 수 있음에도 음지에 내몰린 여성들은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약물을 사용한다. 이에 평생을 부작용과 함께 살아가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여성들은 낙태죄라는 죄목을 피하기 위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사회에서 부정당하고 음지에서만이 통용된 부정 낙태약물과 불법시술을 감행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로인해 낙태죄는 누구를 위한 법률인지 존폐사유의 논란을 빚게 된다. 낙태를 막고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고심 끝에 대책안을 내놓지만 이또한 실효성은 없었다.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집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명윤리연구소와 생명운동 및 기독교단체는 ‘낙태죄 폐지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수정된 이후에는 생명으로 간주해야 하며 낙태합법화는 태아를 살인이며 양심의 가책을 줄이기 위한 편법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낙태죄에 대한 다양한 시각

(제주대학교 철학과 A씨) 이번 낙태죄판결에 대해 “근 4년 내로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추후 국회에서의 입법 상황을 지켜봐야하겠지만 헌재에서 무분별한 낙태를 권장하는 것도 아니며 22주라는 가이드라인 제시가 매우 적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죄가 폐지 된 만큼 생명경시풍조에대한 인식과 책임이 더욱 강조돼한다고 생각한다”며 “낙태라는 선택지가 필연적인 사람들은 분명히 있겠지만 생명경시에대한 경각심없이 자기결정권과 권리만을 추구하는 행위는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대학교 생활환경 복지학부 B씨) “여성으로서 살면서 또 가까운 사례만 봐도 온전히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건 여성이었다”며  “아이를 낳고 양육함은 문론 피임까지 여성의 몫이다. 과거 박정희정권시절 산하제한 정책으로 낙태버스가 돌아다닐 만큼 공공연하게 낙태가 이뤄졌다. 인권의 시각에서 낙태가 허용됐던 것이 아닌 아이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정책으로 여성의 몸을 이용해 왔던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수술 이후 정신적, 신체적 트라우마를 기약 없이 안고 살게 된다. 피임과 임신 낙태 까지 모든 것이 사회적인 보장 없이 온전히 여성만의 몫이기 때문에 이 또한 가슴이 아프다. 마지막으로 낙태는 결코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님을 정확히 인지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주 여성 민중당 대표 김형미 씨는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진행하며 낙태죄 폐지를 촉구했다. 김형미 씨는 “여성은 임신 중지도, 임신과 출산도, 누구에게도 허락받지 않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 국가는 인구를 통제하고 조절하기 위해 여성의 몸을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며 “많은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로 여전히 경력단절을 우려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와 국가가 육아와 돌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임신과 출산, 여성의 권리에 사회적 책임을 논의해야 한다. 임신 중지를 범죄화하는 형법은 여성의 안전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죄 폐지는 다양한 상황에 놓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아이를 낳을 권리와 않지 않을 권리 모두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인권 존중의 사회를 향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민중당은 낙태죄 위헌선고를 넘어 낙태죄의 형법 폐지와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새로운 법과제도를 만들어 나갈 것 이라며 앞으로의 행보에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의 과제

이정미(정의당) 의원은 4월 15일 대표 발의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규탄과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요구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여전히 임신 중지를 법의 틀에 따라 ‘제한’하고 ‘징벌’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임신 14주를 경과한 임신 중지의 경우 태아의 건강, 성폭력, 근친상간, 사회·경제적 곤란함이나 임신의 유지로 인한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을 또다시 증명하고 허락받아야 한다. 그마저도 임신 22주 이후에는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 외에는 임신 당사자가 임신 후기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쳐온 개인적, 사회적 맥락을 전혀 고려할 수 없도록 제약하고 있다며 의사를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임신 중지를 한 여성에 대한 처벌이 아닌 여성의 기본권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보장을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는 시대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법안 개정은 여성의 현실을 바탕으로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사회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숙고하고 토론하는 사회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야 함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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