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이 논란거리다. 국토부의 결정사항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던 도지사는 이제 적극적으로 공항 건설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도의회는 이해관계에 따라 찬성과 지지로 갈라져 있지만 공항건설 타당성 용역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도내 여론을 마냥 무시하지 못하고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도내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용역보고서는 허점 투성이었다. 도민사회도 갈라져 있다. 제2공항 건설을 제주도의 숙원사업이라며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하나의 공항으로 상징되는 양적 팽창은 제주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종국에는 제주다움을 파괴하여 삶의 터전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민주주의의 결핍이다.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를 대표를 뽑아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가 제도화된 지난 70여년은 그것이 가지는 한계와 약점들도 드러냈다. 감시와 견제가 없는 정치인과 관료들은 쉽게 타락한다. 4년 내지 5년 주기의 선거는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어렵게 하고 짧은 시간 동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일들에만 집중하도록 한다. 이제 똑똑해진 시민들은 이렇게 편협하고 단기적인 시야에 사로잡혀 있는 정치인들의 결정에 만족하지 않는다. 시민들 사이에 합리적인 토론과 합의가 결여된 결정을 무조건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공권력의 이름으로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가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계속 발전하며 심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진보하고 있는 시민의 역량과는 달리 국토부는 1970년대식 개발주의에 머물러 있다. 제2공항을 경제활성화의 계기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과거에 붙들려 있는 사람들이다. 4차산업혁명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생태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이 지배적 담론이 되고 있는 때에 우리는 여전히 콘크리트를 들이부어 토건사업을 벌이는 것만이 경제적으로 살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있기는 정부 정책의 키를 잡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로 대표되는 시장맹신주의적 태도는 사람들의 삶을 숫자로만 이해하고 양적 팽창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무수히 많은 요소들을 양적인 지수들로 만든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만들어진 추상적인 지표들에 우겨 넣어져야 한다. 그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비합리적’인 것으로 매도된다.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실패한 정책 패러다임을 여전히 교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제2공항 건설은 이렇게 우리를 과거에 붙들고 있는 개발주의와 시장맹신주의를 벗어날 수 있는 제주사람들 역량의 시험대다. 제주사람들은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행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면서 우리의 살림살이를 돌보는 경제와 정치를 실험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