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희

언론홍보학과 3

2018년 2학기에 영국으로 다녀온 해외대학 연수는 학교생활에 지쳐 있었던 내게 피로를 해소 할 수 있는 단비 같은 기회였다. 연수를 떠나기 전 나는 매일매일 메모장에 해야 할 것들을 빼곡히 적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학교, 과제 등의 반복에서 내게 돌아온 건 땅을 향하는 눈꺼풀과 늘어만 가는 어깨의 무게였다. 

대학생이 되면 여행, 해외연수 등 하고 싶은 일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참 고민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지원하는 해외대학 연수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나는 기회라 생각하고 지원을 결정했다. 해외대학 연수는 보통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나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난 재미없는 일상 속에서 도망치듯 지원했기에 ‘가서 얻는 게 없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다. 영국에서 가장 소중하지만, 잊고 있었던 우리 삶의 ‘여유’를 배우고 왔다. 한국은 ‘빨리빨리’ 민족이라고 불릴 만큼 여유를 갖는다는 말이 어색하다. 나 또한 그랬다. 뭐든 빨리 해결해야 되고, 해내야 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연수를 다녀온 영국에서의 삶은 180도 달랐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다녀오면 오후 3시다. 남는 게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나를 옭아매던 과제, 시험, 알바, 스펙 쌓기, 대외활동 등은 없었다. 덕분에 티타임도 즐겨보고 낮잠도 잤다. 한국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마음 편히 누렸다. 중학생 이후 처음으로 여유를 맛보았다. 여유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고 더불어 다른 사람까지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또한 바쁘게 달려오다 한 템포 쉼으로써 삶의 방향성을 찾게 되는 계기도 됐다. 

한국에 돌아오니 영국에서 느꼈던 여유들은 더 이상 없고 전과 같이 여러 할 일들이 그 시간을 채우고 있다. 전과 다름없는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현재의 나는 영국 가기 전에 모습과 다르다. 바쁜 와중에도 여유를 찾아 내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마 여유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고,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누구나 빠르게 무언가를 성취하길 원하지만 때로는 여유를 갖고 방향성을 정해놓고 달려가도 늦지 않는다. 빠르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한번쯤 여유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삶에 지쳐있다면 잊고 있었던 여유를 꺼내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한 여유를 갖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