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제주에서 오늘의 이익만을 생각지 않고 멀리 봤으면
자연을 가꾸고 보존하는 것이 지역발전 위해 나아갈 방향

강태선 회장과 인터뷰를 나눴다.

서울 종로5가 시장 골목에 ‘동진사’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스물넷의 청년사업가, 주변에선 미쳤다며 그를 뜯어말렸다. 한라산에 수도 없이 오르내리며 산을 타러 서울까지 온 제주 청년의 눈에 띈 사업 아이템은 역시 ‘산’이었다. 등산복과 코펠, 텐트 등 등산용품을 직접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한 게 ‘블랙야크’라는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 비화다.

등산 인구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여가의 개념도 흔하지 않았던 당시 20대 청년의 무모한 도전이 40년이 지난 지금 국내 아웃도어시장에 토종 브랜드로 입지를 다졌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섰다.

창립 50주년을 바라보는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의 경영철학은 ‘초지일관’(初志一貫)이다. “열정을 가져라, 그리고 도전하라.” 1949년생으로 올해 만 70세인 강 회장은 아직도 히말라야에 오르내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은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를 이끄는 수장이지만 학창시절에는 내성적이라 친구도 몇 명 없었다. 어릴 적 장래 희망은 다름 아니라 초등학교 교사였다. 산에 다니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한라산에 다니면서 만났던 육지 사람들에게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 등 서울에도 좋은 산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젠간 꼭 가봐야지’ 마음먹었다. 산에 가기 위해서 서울로 떠났다.

당시엔 미군에서 불하받은 등산용품을 주로 입고 다닐 때였는데 사이즈가 잘 맞지 않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아예 만들어서 입고 다녔는데 주변에서 너도나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늘면서 사업 아이템으로 키웠다.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산에 올라가 야영하며 지냈다. 서울살이에 적응하느라, 장사에 익숙해지느라 성격도 낯가리고 말수도 없던 성격이 외향적으로 달라졌다.

기업인으로 자리 잡아가면서도 늘 산에 올랐다. 강 회장에게 산은 ‘삶의 스승’이었기 때문이다. 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요령이나 속임수도 금방 알아챈다.  숨이 넘어가도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오르막을 넘어야지 정상에 서서 삶의 큰 그림을 보게 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어려움을 겪을수록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내리막으로 치닫지 않을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동분서주하면서도 서울제주도민회장,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재외제주도민회총연합회장, 자연보호중앙회 명예총재, 대한체육회 이사, 제주대 석좌교수, 한국아웃도어스포츠산업협회 협회장 등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물론 기업가로서의 사회적 역할도 중요하게 여겼던 이유에서다. 그는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으면 일단 나섰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해서 좋은지 안 좋은지 따지지 않았다. 우선순위를 매기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을 놓쳐버린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2011년도부터 제주대학교와도 인연을 맺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깥 활동으로 분주했다. 한 해에도 몇 번씩 히말라야에 다녀오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적었다. 외부 활동을 줄이면서 고향을 돌아볼 시간이 생겼다. 강 회장은 “제주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도 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컸다. 도내에도 대학이 여러 군데가 있지만 상아탑 중 으뜸은 제주대학교다.

고향의 후배들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여태까지 블랙야크 장학금을 비롯해 총 3억1000만원을 출연했다.

물질적인 도움 외에도 강연으로 학생들 만나는 일도 기회가 될 때마다 해왔다. 그는 “제주대에서 온 강연 요청이라면 거절하지 않고 늘 달려왔다. 제주대에 올 때마다 늘 가슴이 뛴다. 뒤에는 한라산이 버티고 서있고 앞에는 바다가 내다보이는 캠퍼스는 몇 번을 봐도 감탄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면서 제주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제주 청년들을 만나는데서 그치지 않고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잊을 수 없던 때를 묻자 2010년 서울제주도민회장을 맡던 때에 제주출신 기업인들을 모아 개최했던 ‘제주인 취업박람회’를 꼽았다. 청년실업이 심각한데다가 대기업 취업을 유달리 어려워하는 제주의 젊은이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대기업이 지방에서 박람회에 다니는 일이 드물었기에 인사 담당자에서부터 임원, 심지어 CEO까지 직접 만나 참가를 독려했다. ‘제주까지 가면 부산, 광주도 가야 한다’는 반문에 제주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설득에 성공했다. 현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초 계획한 시간이 모자라 연장 운영을 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돌이켜 보니 1300여 명 블랙야크 직원 가운데 제주 출신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5~6년 전부터 제주대 출신, 제주 출신 인재들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사내 모임을 따로 만들어서 회사 생활 이야기도 듣고 격려도 한다. 잘 버텨서 과장이 된 친구가 있는가하면 2~3년 고비를 넘기지 못한 채 그만두고 제주로 돌아간 친구도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돈 버는 건 기술이고 쓰는 건 예술이다’는 말을 항상 강조한다. 사람은 자연과 함께 가야하고, 기업은 사회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눈에 띄는 결과를 기대하기가 힘들기에 기업 차원의 환경보호활동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블랙야크강태선나눔재단을 설립해 체계화시켰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명산을 가꾸고 보존하기 위해 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그린야크 클린산행 캠페인이다. 올해에는 히말라야에 다녀왔다. “몇 년 전부터 히말리야 베이스캠프에 쓰레기가 많다는 소식을 접했다. 게다가 한국 쓰레기가 꽤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해서 언젠간 가야겠다고 벼르다가 드디어 다녀왔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코스에서 수거한 쓰레기가 300kg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도 강조했다. 황사나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주목해 중국 쿠부치 사막에 황사방지 생태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급변하는 고향 제주에 대해서도 “당장 오늘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고 길게 내다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혜의 자연을 잘 가꾸고 보존하는 것이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 나아갈 방향이라는 것이다. 

■강태선 회장 약력
제주 오현고등학교 졸업
탐라대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BMP 수료
동국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
동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MBA졸업(석사)
제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환경재단 기후변화 리더쉽과정 수료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수료
 
■강태선 회장 경력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서울시산악연맹 회장
 서울시체육회 감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서울시산악연맹 명예회장 (현)
 국립공원 관리공단 자문위원 (현)
 한국자연공원협회 고문 (현)
 자연보호 중앙회 명예 총재
 한국스카우트 서울남부연맹 연맹장
 서울제주특별자치도민회 회장
 재외제주특별자치도민회 총연합회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남구협의회 회장
 제주대학교 겸임교수 (현)
 북경 블랙야크 유한공사 대표이사 (현)
 (주)아우트로 대표이사 (현)
 (주)동진레저 대표이사 (현)
 (주)블랙야크 대표이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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