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7.4 목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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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듯 공유하는 족보, 위법이다시험기간마다 족보를 사고 파는 상황 벌어져
학생들은 족보를 구하기 위한 전쟁 중

매 학기 시험 기간이 되면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시험과 관련된 게시글이 지속해서 올라온다. 이 중 족보에 관련된 게시물이 가장 눈에 띈다.

족보는 강의의 전반적인 내용을 정리한 △강의 요약 △필기 △과제 △기출문제를 뜻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주로 통용되는 ‘족보’란 기존에 출제됐던 기출문제들을 모아놓은 자료를 말한다. 족보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시험이 끝나고 시험지를 걷지 않는 교수가 있으면 그 시험지는 만점자리 족보가 된다. 시험지를 걷는 교수의 경우 시험지를 제출하기 전 문제를 외워 시험장을 나오자마자 어떤 문제가 나왔는지 체크해 정리한다.  

◇족보는 어떻게 거래되는가.

실제로 족보를 거래해 본 학생들에게 물어본 결과 족보는 에브리타임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에브리타임에서는 게시글의 작성자에게 익명으로 쪽지를 보낼 수 있다. 족보 관련 게시글을 통해 족보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난다. 이들은 판매하려는 족보와 구매하려는 족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그 후 판매자가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구매자는 돈을 보낸다. 판매자에게 돈이 입금되면 카카오톡 오픈 채팅이나 이메일을 통해 족보를 거래한다. 족보를 실제로 만나서 거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족보는 에브리타임, 카카오톡 오픈 채팅이 가지는 익명성을 통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었다. 

에브리타임 외에도 어떤 방식으로 족보가 거래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사이트에 가입해 확인해봤다. 학생들이 족보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에는 ‘해피 캠퍼스’, ‘클래스 에이드’, ‘에듀팔’ 등이 있었다. 해당 사이트는 학습 자료를 공유하고 지식을 거래하는 취지로 개설됐지만, 지금은 족보거래 사이트로 전락했다. 

해피 캠퍼스에서 ‘제주대학교’를 검색하면 약 4000개의 자료가 나온다. 물론 대입 자기소개서, 레포트 표지, PPT양식을 포함한 결과다. 하지만 대다수는 자신의 성적과 함께 올려놓은 과제, 노트 필기와 기출문제다. 이러한 자료들은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2만원까지 다양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족보는 약 3000에서 4000원 사이의 가격에서 거래된다.  

◇족보거래행위는 위법

저작권법에 의하면 족보를 공유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저작권법 제5조 1항에 따르면 원저작물을 번역ㆍ편곡ㆍ변형ㆍ각색ㆍ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2차적저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 교수의 강의내용과 기출 문제 등의 내용을 담은 ‘족보’는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 족보를 거래하다가 저작물 공유 및 유포 행위가 저작권 침해로 인정되면 저작권법 제136조 2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져 법적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족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국어국문학과 A씨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어느 하나 놓을 수 없는 실정이다”라며 “족보를 이용하면 공부의 방향을 잡고 시험유형에 대한 감을 찾기 쉽다. 족보를 이용하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족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족보 사용을 지양하기 위해 

족보의 내용과 시험문제가 같은 강의는 학생들 사이에서 ‘꿀강’으로 소문이 난다. 이러닝 강의 ‘전쟁과 평화’는 ‘꿀강’으로 소문이 나자 담당 교수가 시험문제와 유형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이에 김진호(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학과 학생이 ‘전쟁과 평화’ 강의에 족보가 있다고 알려줘서 족보의 존재를 인식했다. 그 후 강의 내용을 전면 개편하고 매번 시험문제를 바꾸고 있다”며 “작년까지는 ‘전쟁과 평화’강의의 수강인원이 1000명 남짓했기 때문에 주관식 문제를 내면 채점이 불가능했다. 올해부터는 수강인원수가 200명가량으로 대폭 줄어 주관식 문제를 내고 채점할 수 있게 돼 족보를 믿고 공부하지 않은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도록 문제를 출제했다. 족보를 이용한 학생이 아닌 공부한 학생이 정당한 성적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족보 이용 문화를 막기 위해서는 교수들이 중복되는 문제를 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시험문제를 완전히 바꾸기는 어렵지만, 절반 이상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에게 기출문제를 제공해 족보 이용을 막을 수 있다”며 “매번 강의내용을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데 강의내용은 시대를 반영하지 않는 것 같다. 시대에 맞춰 강의내용을 개편하면 족보 이용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민상이 기자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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