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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帝王)을 위한 책권하고 싶은 책
  • 정창원 사학과 교수
  • 승인 2019.05.3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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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통감』 (권종달 옮김, 도서출판 삼화, 2014) 사마광 지음

그 어떤 인간도 태어나면서 피치자(被治者)이기를 바라진 않을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경우에 따라서는 피치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겠지만, 그것은 단지 살아남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일 뿐, 본질적으로 통치 받는 자로 자임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인간들은 살아가면서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끝없는 욕망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과 방법들을 창안했다. 그 과정에서 과학이 발달하였고, 인간들은 집단생활을 영위하였으며, 자연스럽게 경쟁체제도 생겨났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와 같은 초기의 경쟁과정을 거쳐서 만들어 낸 정치체제가 ‘군주독재체제’였다. 이 체제는 중국최초의 통일제국으로 자리매김하였던 진ㆍ한(秦ㆍ漢)시대 이후 청(淸)왕조가 멸망하는 20세기 초까지 2,200년의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였다. 분열과 통일은 그 시공(時空)의 흐름 속에서 반복되었고, 그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며 수많은 왕조가 부침했지만, 거시적 각도에서 본다면 군주독재체재만은 변함이 없었다.

이같은 역사적 변천을 경험한 인간들이 주목한 점은 무엇이었을까? 최고지배자인 제왕의 자리에 오르고, 이후 창업한 왕조를 지속가능하게 유지시킬 방안을 찾는 문제는 통치자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마치 영생불사를 위한 불로초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공식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동아시아에서는 과거의 인간들이 살아왔던 모습, 즉 역사 속에서 찾으려 하였다. 인간은 과거이건 현재이건 결국은 경쟁 속에서 보다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과거에 있었던 여러 경우에 있어서 성공적 대처 방법은 현재에도 유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동아시아에서 편찬된 수많은 역사서가 이를 증명한다.

청말 양무운동을 주도하였던 양계초는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제왕의 정치교과서’라고 단언하였다. 문자 그대로 풀어보면 자(資)란 ‘밑천이 된다.’는 말이고, 치는 ‘치세(治世)’를 의미하며, 통(通)이란 ‘관통한다.’ 혹은 ‘통시대적이다.’ 라는 뜻이고, 감(鑑)은 ‘거울’이므로 ‘비추어 본다.’로 풀어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자치통감』은 ‘치세를 이룩하기 위하여 밑천이 되는 통시대적인 거울’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니, 양계초의 말은 상당히 근거 있는 말인 셈이다. 이 책은 치세를 이룩해야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저술된 것이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인간이 살아 온 모든 흔적에서 그 자료를 찾아냈고, 이 자료는 결국 교훈<거울>이 되어서 앞으로 치세를 이룩하려는 사람에게 제공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결국 치자(治者)를 위한 책인 셈이다.

『자치통감』의 저자 사마광은 전국시대(戰國時代)로부터 당말(唐末) 오대(五代) 시기까지 1,362년간(기원전 403년부터 서기 959년까지)의 긴 과정을 총 294권으로 정리하였다. 기록하는 방법도 『사기(史記)』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역사서의 기록방식이었던 기전체(紀傳體)를 버리고 연월일별로 기록하는 편년체(編年體)의 방법을 채택하였다. 이를 통해 이 시기를 정리한 정사의 분량과 비교하여 1/5 정도로 줄이면서도 쓸 내용을 빠뜨리지 않는 놀라운 저력을 발휘하였다. 인물중심으로 과거를 기록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나타나는 인간들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인간이 펼친 파노라마 같은 역사 사건을 마치 대하소설처럼 읽게 한 것이다.

『자치통감』에서 동아시아라는 공간과 1,362년의 시간 속에서 펼쳐졌던 인간들이 성공과 실패, 그 과정에서 보이는 기만과 배신, 그리고 지배하고 지배받았던 군상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인간의 지식이란 경험의 소산이다. 과거 인간들이 축적한 수많은 경험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나 자신의 경험으로 체화할 수 있다면, 이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인간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그리고 미래에도 본질적으로 같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가 있다면, 과거의 인간이 경험한 것들은 오늘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같은 유형으로 나타날 수가 있다. 우리가 마주할 미래를 『자치통감』을 통하여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창원 사학과 교수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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