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대응과 모순해결

쿠르트 괴델이 제시한「불완전성 정리」의 증명의 이치

 

현 정 석경영정보학과 교수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이름이 있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번과 주민등록번호가 모두 일대일로 부여되고 있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에 글자를 입력하는 것은 자판이 맡고, 모니터에 커서를 움직이는 것은 마우스가 맡고, 정보저장은 하드디스크가 맡는다. 공학 설계를 할 때에 기능을 수행하는 물리적 도구를 기능별로 일대일 대응을 시키면 설계가 단순해진다. 꼭 제품설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고객별로 각기 다른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면 더 큰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영화 극장에서 조조할인으로 팔면 가격민감도가 높은 사람들을 추가적으로 끌어들여 더 이익이다. 이처럼 일대일 대응은 세상을 이해하고 작동시키는 데 있어서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일대일 대응의 원칙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지만 모순을 만들어낼 때 문제가 발생한다. 스핑크스가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냈다. 아침에는 네발로 걷고, 오후에는 두발로 걷고, 저녁에는 세발로 걷는 것이 무엇인가? 스핑크스의 질문은 일대일 대응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풀기 어려운 문제이다. 병법 36계의 제7계는 ‘무중생유(無中生有)’이다. 이말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뜻이다.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있음을 만드는 것은 얼핏 모순처럼 보인다. 적벽대전에서 화살이 부족했던 제갈공명은 안개를 이용해 적의 화살 10만 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과학기술과 비즈니스의 혁신 사례들이나 수학과 물리학 등 자연과학에서 창의적인 연구들은 문제 안에 숨어 있는 모순을 해결한 경우가 많다.

암호의 역사는 일대일 대응과 그에 따른 모순을 해결한 과정이다. 전쟁 중에는 적군이 모르도록 비밀리에 아군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a b c”라면 이를 위장하여 아군에게 “1 2 3”이라고 보낸다. 이때 아군과 나는 알파벳과 숫자를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규칙을 정하면 그만이다. 내가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i b m”이라면 이를 위장하여 아군에게 “h a l”이라고 보낸다. 이때 아군과 나는 알파벳을 하나씩 앞당기는 것으로 일대로 대응 규칙을 정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암호는 이처럼 단순하지 않고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특히 숫자가 커지면 암호해독이 어려워진다.

쿠르트 괴델(Kurt Godel)은 논리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여겨지는 불완전성 정리를 제시하였다. 그는 명제와 자연수를 일대일 대응시키는 아이디어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자연수는 소수(prime number)와 합성수(composite number)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수를 소수의 곱으로 분해하는 것을 소인수분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숫자 36=2²×3², 10,140=2²×3×5×13²로 소인수 분해된다. 괴델은 기호에 각각의 숫자를 부여하고, 각 숫자를 소수 2, 3, 5, 7 등의 순서를 지키면서 소수의 지수로 표현하는 괴델 수를 창안하였다. 예를 들어, “0은 0이다.”라는 명제를 기호로 표기하면 “0=0”이다. 0에는 1, =에는 2를 대응시켰다고 해보자.

그러면 숫자는 1 2 1이므로 소수의 지수형태를 취하면 2¹×3²×5¹=90이다. 숫자 90을 소인수분해하면 2¹×3²×5¹이 되어 1, 2, 1에 대응하는 기호를 역으로 풀면 0=0이 된다. 만약 “0은 자신의 0과 같지 않다”는 명제를 기호로 표기하면 ~(0=0)이다. 0에는 1, =에는 2, ~에는 3, (에는 4, )에는 5를 대응시켰다고 해보자. 그러면 2³×3⁴×5¹×7²×11¹×135=15,035,014,337,112,371,293이다.

숫자가 엄청 커졌지만 명제를 한 개의 숫자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괴델은 명제와 명제의 관계를 수와 수의 관계로 표현함으로써 ‘참이면서 증명불가능한 명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괴델의 증명은 컴퓨터가 아무리 정교하게 발전하여도 소변기를 ‘샘(Fountain)’으로 둔갑시킨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예술 창의성을 흉내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알려준다.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규칙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컴퓨터가 수행하고, 패턴을 벗어나는 창의적인 업무는 사람이 수행하는 것으로 양분된다.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촬영할 때 문제에 직면하였다. 그는 실내 영화세트장에서 광활한 아프리카 초원과 바위를 배경으로 원시 인류를 등장시키고 싶었다. 그때까지는 스크린 뒤에서 배경장면을 프로젝터로 쏘아주는 방법을 썼다. 이 방법은 빛이 스크린을 다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면이 선명하지 못하였다. 선명한 배경화면을 녹화하려면 스크린 앞에서 직접 배경화면을 비추는 것이 답이었다. 학교 강의실에서 종종 스크린 앞에 서있는 강사의 얼굴 위로 빔 프로젝터의 빛이 비추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스크린 앞에서 연기 중인 배우 앞으로 빛을 쏘면 배우 얼굴과 몸에 배경화면이 나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스크린 구석에 비켜 서 있을 수는 없다. 큐브릭은 녹화를 하는 카메라 렌즈와 배경화면을 비추는 프로젝터 렌즈를 완전히 일치시켜야 했다. 하지만 카메라 렌즈와 프로젝터 렌즈가 동시에 같은 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한 장소에 하나의 대상이 있어야지 두 대상이 같이 있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큐브릭은 프로젝터를 녹화 카메라와 90도 직각이 되도록 놓았다. 프로젝터와 녹화 카메라 앞에는 일방향 거울(one-way mirror)을 놓았다. 일방향 거울은 빛의 절반은 통과하고 절반은 반사하는 성질이 있다. 경찰 취조실에서 사용하는 일방향 거울은 어두운 바깥쪽에서는 밝은 안쪽을 볼 수 있지만, 밝은 안쪽에서는 어두운 바깥쪽을 볼 수가 없다. 큐브릭은 일방향 거울을 프로젝터와 녹화 카메라 앞에 45도가 되도록 놓았다. 일방향 거울을 통과한 아프리카 배경화면은 스크린을 비추었고, 배우 앞에는 밝은 조명으로 배우의 몸에 배경화면이 나타나지 않도록 촬영했다. 큐브릭은 특수촬영기법을 개발하여 1968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팩스를 보낼 때에 원본을 위로 놓아야 하나 아래로 뒤집어야 하나. 일대일 대응이 지켜지지 않는 디자인은 사용이 어렵다. 일대일 대응을 지키는 과정에서 모순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모순을 틀리거나 가능성이 전혀 없는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모순문제에 봉착하면 풀기 어렵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은 문제해결 과정에서 모순을 해결한 경우가 많다. 모순문제는 풀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혁신의 열쇠는 모순해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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