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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대학개혁에 앞장서야

네 차례에 걸쳐 유예되는 우여곡절 끝에 고등교육법(강사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강사들에게 임용기간을 보장하고 그 기간 중 교원신분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다. 유예기간 동안 강사법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한 마디로 ‘누더기’가 된 것이다. 많은 것이 대학의 자율에 맞겨졌고 법을 위반 할 때 가해지는 처벌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처우개선도 형식적이다. 예를 들어 방학에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고작 2주만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들의 대응도 한심하다. 개설과목을 축소하고 강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초빙교수와 겸임교수를 확대하고 있다. 처우를 개선하는 취지의 법이 대량해고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도 할 말은 있는 모양이다. 등록금이 동결되고 학생수가 줄고 있는 조건에서 강사법 시행은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반박하고 있다. 나름 근거는 있다. 하지만 옹색한 변명처럼 들린다.

지난 30년간 교육부가 앞장서고 대학들이 적극 동조하면서 추진된 고등교육 재편은 대학을 기업처럼 운영하고 시장의 원리에 맞추어 구조조정하는 것이었다. 학생을 교육상품 ‘소비자’로 정의하고 그들의 요구에 맞게 대학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소비자의 요구에 반응하지도 않았다. 비용을 내세워 학생들의 수업권과 학습권을 침해하는 일들을 서슴지 않고 자행해 왔다. 도저히 대학의 수업이라고 할 수 없는 대형강의 개설, 대학이 제시한 수강인원을 채우지 못한 강좌의 일방적 폐강 등은 결코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근대적’인 낡은 대학 구조에 시장경쟁의 원리가 강제되어 ‘별종’이 출현했다.

강사법의 시행이 대학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한다면 그렇게 만들고 있는 고등교육제도에 대해 문제제기 해야 한다. 대학이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것에 대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강사와 학생을 대학의 주체로 인정하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학들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낡은 권위주의적 질서 속에 갇혀 있는 작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허물고 있는 시장경쟁의 원리를 몸소 실천하는 것은 대학이 이미 지적인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증거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개혁할 의지가 없다. 효율을 내세워 업적평가와 성과급으로 교수집단을 무력화하고, 실력이라는 이름으로 경쟁을 절대선으로 가르쳐 학생들의 비판정신을 사라지게 한 장본인인 정부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개혁을 주장하지만 개혁의 주체들은 모두 무력화해 온 것이다. 남은 것은 개혁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기득권 집단들의 요구와 타협하는 것 뿐이다.
이제 대학의 구성원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때다. 교수, 학생, 강사들이 ‘우리’로 연대할 수 있는 정치적 실천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그들’이 아닌 ‘우리’가 대학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제주대신문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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