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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인한 슈퍼태풍 남의 일 아니”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 “한반도 태풍 갈수록 위력 더해져”
동중국해 고수온·제트기류 약화 영향… 잦아진 ‘10월 태풍’우려
  • 파이낸셜 뉴스 제주취재본부장 좌승훈
  • 승인 2019.08.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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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태풍의 대표적인 예인 2013년 필리핀에 발생한 ‘하이옌’의 위성사진이다.
문일주 교수가 태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일주 제주대 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54)는 국내 대표적인 태풍 전문가다. 태풍 분야 국내 연구진이 주저자로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인 ‘네이처’에 논문을 두 번이나 게재한 것은 문 교수가 처음이다. 지난 6월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 ‘기후변화와 태풍의 추세’는 태풍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의 James P. Kossin 박사가 2018년 ‘네이처’에 발표한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태풍의 경향 변화에 대해 새로운 통찰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교수는 현재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과 해양기상학협동과정 주임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본격적인 태풍 내습기(6월~10월)가 되면,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태풍 이동경로와 속도·강도 변화 등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학자로도 알려져 있다.

◇ “이젠 경험하지 못한 태풍 대비해야 할 때”

문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의 이동경로에 놓인 바다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태풍이 예전보다 더 강한 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대표적인 예가 2015년 10월 부산·울산에 큰 피해를 준 ‘차바’다. 문 교수는 “태풍 관측이 시작된 1906년부터 집계된 태풍 중 10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총 11개”라며 “하지만 이 중 다나스(2013)·봉퐁(2014)·차바(2016)·콩레이(2018) 등 최근 6년 동안 ‘가을태풍’이 4개나 된다”고 경계했다.

문 교수는 “북극의 급격한 온도 상승도 태풍이 더 기세 등등하게 한반도를 지나게 만드는 배경”이라며 “태풍의 천적인 제트기류가 북극의 온도상승으로 약화되면서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의 강도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특히 한반도가 더 이상 슈퍼태풍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슈퍼태풍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의 정의로 1분 평균 최대풍속이 초속 65m(시속 234㎞)이상인 태풍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 필리핀을 초토화한 ‘하이옌’, 2016년 대만과 중국 등에 큰 피해를 준 ‘네파탁’이다. 다만, 한반도 주변까지 올라온 슈퍼태풍은 아직까지 없었으며,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는 2003년 9월 매미가 북위 27도까지 슈퍼태풍급 위력을 유지하며 올라온 것이 가장 근접한 기록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이례적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 교수는 “최대순간풍속 56.5m/초를 기록한 ‘차바’는 10월 태풍치곤 이례적으로 강력했다”며 “과거 한반도로 오던 태풍은 대만 부근 위도 25도 근처에서 가장 강한 강도를 보이다가, 이후 바다의 낮은 수온 때문에 급격히 약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온난화로 한반도 주변 바다 수온이 28∼29도로 높아진 데다, 한반도 상공의 제트기류마저 약해지면서 한반도를 강타한 역대급 태풍보다 더 강한 태풍이 올 가능성이 커 각종 방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정부는 우리나라 자연재해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태풍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태풍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 확대, 무엇보다 태풍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부지방 방패막이 ‘서해저층냉수’ 연구중

문 교수는 현재 태풍 예측도를 높이기 위해 바다 저층수 연구를 진행중이다. “태풍을 제대로 예측하려면 바다 아래도 잘 봐야 할 뿐만 아니라, 태풍 크기에 따라 바다와 어떻게 반응하고 피해의 정도는 어떤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는 게 연구배경이다. 

여름과 가을에 서해 중앙의 저층에 분포하는 수온 10℃ 이하·염분 33‰ 내외의 서해저층염수 덩어리는 태풍의 강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쿠로시오 난류가 엔진의 기름이라면 서해 저층냉수는 중부지방을 지키는 방패막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역대 태풍 중 가장 오래, 가장 강한 강도로 수도권 내륙을 관통할 것으로 예보됐던 태풍 ‘솔릭’이 예상보다 적은 피해를 내고 중부지방을 겉쳐 동해로 빠져 나간 것은 수온이 10~14도인 서해저층냉수 지역에 오래 머물다 보니 태풍의 세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열에너지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세력이 급격히 약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문 교수는 2006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영화로 배우는 자연재해’ 강좌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열린사이버대학을 통해 전국 20개 대학 학생들이 수강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기상이변(지구온난화)으로 인한 지구 종말을 다룬 영화 ‘투모로우’다. 영화는 대한파의 원인을 바다에서 찾고 있다. 대륙을 감싸 안고 있는 대양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해류 대순환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지구의 기후를 조절한다. 때문에 해류 순환 작동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발생하는 이상 현상이 기온 급강하 현상이다. 영화는 바로 이 대목을 모티브로 삼아 극적 상상력을 보태고 있다.

문 교수는 “태풍·화산폭발·지진·행성충돌 등 자연재해 영화를 통해 과학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해 학생들과 분석하고 토론하면서 나누는 공감대 경험이 강좌가 지금껏 살아남은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뉴스 제주취재본부장 좌승훈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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