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길, 다른 삶을 묻는다    <1> 박건도 제주청년협동조합 이사장

박건도 제주청년협동조합 이사장이 인터뷰하고 있다.

장기화된 청년실업, 산업 불균형과 일자리 미스매치, 전공을 불문하고 공무원 시험으로 돌아서거나 취업을 위해 제주를 떠나는 청년들. ‘정말 다른 길은 없는 것일까?’, ‘다른 삶을 꿈꾸는 것은 사치일까?’ 갈림길에서 머뭇대고 헤맬 때 제주사회에서 다른 길을 찾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제주에서 나고 자란 박건도 이사장(29)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뉴질랜드 켄터베리대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멀어지고 나서야 한국 사회가 달리 보였다. 사회 문제에 눈 떴다. 군 입대로 제주로 돌아와 지내면서 뜻이 맞는 친구들을 찾았다. 2015년에 제대하면서 성장 공동체를 지향하는 제주청년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사무국장을 맡았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제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한국에 비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높은 임금이 보장돼 있는 뉴질랜드에서 일하는 것보다 제주사회에서 ‘다 같이’ 성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안’을 찾으러 제주대 사회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하고, 제주청년협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사이 전국적으로 ‘청년’ 키워드가 주목 받으면서 제주청년협동조합에도 지역사회의 이목이 쏠렸다. 해야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늘면서 조직도 변해야 했다. 올해 2월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창립 5년차 100명(조합원 45명, 예비 조합원 15명, 명예 조합원 50명)이 넘는 단체로 커졌다. 그러면서 이들을 파트너로 찾는 기관과 단체도 늘어났지만 청년을 동등하게 보는 인식은 아직 따라오지 못했다. 차츰 청년들의 주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고민이다.

 

▶어떻게 청년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나?

제주도와 대한민국을 떠나 보니 뉴질랜드 사회와 한국 사회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호기심이 생겼다. 21세 성인이 돼서 처음으로 내 손으로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알고 투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진로를 고민하던 중에 나 혼자 잘 살려고 좋은 기업에 가는 것보다는 다 같이 잘 사는 것,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라고 판단했다. 

군 입대로 제주에 3년 정도 들어와 있을 때 주변에 또래들끼리 모여서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도 내고, 이론에 대해서 공부하기도 하고 토론하는 그룹이 있었다. 서울 기반인 친구들이었는데 제주에서 한번 그런 걸 해보자, 함께하고 싶어서 주변 사람들을 모았다. 그러다 2015년에 제주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룹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청년협동조합이었다. 2015년 8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사무국장으로 있다가 3년 만에 학교로 돌아갔다. 

2017년 7월에 졸업해서 제주도로 들어왔다. 들어올 때 고민이 많았다. 청년 활동을 하고 싶고 참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역할을 맡고 싶었다. 2018년 2월에 운영국장에 지원했다. 그 이후 1년 간 운영국장으로 조합원들의 소모임을 지원하고 조합원을 조직하고 소통하는 날인 조합원의 날 같은 행사를 기획했다. 2019년 2월에 총회에서 이사장에 출마하고 당선됐다.


▶제주청년협동조합을 더 자세히 소개해 달라.

제주에서 다른 형태의 삶을 모색하는데 외로운 청년들이 서로를 응원하는 문화나 역량을 전파하기 위한 청년성장공동체다. 5년차까지 오는데 있어서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토론했다. 협동조합은 영리법인인 형태로 우리는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사업들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고 지난해까지는 유급 상근자가 없었는데, 정식 4대 보험이 들어가는 유급 상근자는 올들어 처음 생겼다. 현재 반상근 2명을 포함해서 5명이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다. 조합원은 45명, 예비조합원 15명, 명예조합원 50명까지 100명이 넘는 단체가 됐다. 

청년이라는 키워드가 전국적으로 난리다. 문재인 대통령도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청와대 직원들에게 배포했을 정도로 주목을 받는 이슈가 됐다. 제주지역에서 청년들이 법인화해서 활동하는 곳, 이사장까지 20대 청년이 맡은 곳은 유일무이하다. 주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토론회, 행사, 언론에서도 관심을 많이 갖는다. 청년정책이나 각 기관에서 청년 관련 사업을 하면서 파트너로도 찾고 있다. 더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갈등을 관리하는 것이 이사장의 일이다.  

그럼에도 청년을 동등한 시민으로 주체성을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런 청년이라는 키워드의 유행에 따라서 많이 찾기는 하지만 이슈에 대한 소비, 반짝 유행으로 그쳐버리는 것에서 소비되고 청년활동가들이 소모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우리의 주체성을 확보해나갈 것인가 고민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어려운 일이다. 

 

▶제주에서 청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 스스로 정주하는 게 맞지 않다. 한 곳에 머무는 것이 어려운 성격. 제주가 갖는 메리트가 있다.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여기저기 뻗어나가는 가능성이 있기도 하다. 제주 자체가 갖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 도심에서 벗어나면 쉴 곳이 많다는 것. 그런게 좋지만 부담스러운 건 좁은 사회이다 보니 가족과 친구들이 가깝게 있고 활동하면서 알게된 관련된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친척의 누구, 괸당문화라고 하는 것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데 제약을 거는 부분이 있다.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공존한다. 


▶제주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애착이 갔던 프로젝트 세 가지를 꼽아달라. 

  첫 번째는 시사토론 모임 ‘비몽’이다. 2015년 사회 문제에 대해서 뉴스 기사나 이런 걸 혼자 보는 게 재미있어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관심 있는 친구들을 모아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욕구를 해결해준 모임이었다. 토론하면서 나의 생각도 발전되고 같이 공부할 수 있었던 계기였고 그 친구들이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씩 만나서 생각도 나누고 교류도 하고 있다. 이 활동의 기반이 되었던 프로젝트였다. 

두 번째는 제주청년잡지 시노리작이다. 2017년 청년들의 일상과 생각을 청년의 입으로 청년의 글과 그림으로 그려내는 잡지를 만들었던 게 의미가 있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글을 쓰고 말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발화자가 된다는 것은 권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좋은 프로젝트였다. 3호까지 나온 상태이고 지금은 잠시 휴업상태이다. 이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는 것 지치지 않고 즐거워야 한다.

세 번째는 제주 청소년 진로 성장 프로젝트 패스파인더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사업으로 제주청년협동조합이 맡아서 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 멘토들을 섭외하고 청소년 150명을 모집해서 다양한 분야로 매칭해서 30개의 팀별 멘토링을 운영하는 사업을 제주도교육청의 위탁을 받아서 운영하고 있다. 상당히 중요한 부분은 청년들이 가고 싶은 길을 가면서 다음 세대인 청소년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나눠주고 청년들도 성장하고 청소년들도 성장해간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제주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기 어려운데, 한데 모아서 풀(pool)로 형성했다는 건 의미가 있다. 서로가 서로를 ‘참고’하는 모델이다.

 

▶활동해오면서, 그리고 앞으로 해나가면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공동체적 가치다.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를 지향한다. 혼자 안정적이고 많은 돈을 갖는 것보다 다 같이 어떻게 제 주변 사람들과 같이 잘 살 수 있을까에 관심이 있다. 다 같이 잘 사는 공동체가 있어도 개개인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평등한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공동체 문화가 오래됐지만 평등하거나 자유롭지는 않았다. 이 시대에 부합하는 가치들은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청년들이 이 길에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특히 제주대학교에 재학중인 청년들이 제주청년협동조합과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19세 ~39세까지는 정규조합원으로, 이 기준에 포함되지 않거나, 제주청년협동조합을 응원하고 싶은 분들은 명예조합원으로 활동이 가능하다. 제주의 많은 청년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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