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지식융합사회와 글로벌시대를 살고 있다. 개인과 지역과 국가를 넘어 제기되는 삶의 문제들에 대해 세분화된 지식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통섭하여 총체적이고 통찰력 있는 안목을 가진 글로벌 리더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시대적 인재상은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 의사소통역량, 세계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품성과 자질 등을 갖춘 전인적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교양기초교육을 강조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는 이유이다. 

우리대학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래서 교육혁신본부가 세워지고 교양교육센터를 두고 있는 것이겠다. 우리대학의 교양교육의 목표는 지역사회와 세계와 소통하는 도전적 세계인 육성,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윤리적 교양인 육성, 융ㆍ복합적 사고에 바탕을 둔 창의적 지성인 육성, 종합적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실천적 전문인 육성에 두고 있다. 교육목표의 설정은 그럴 듯하다. 문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육과정과 교과목의 개발 운영이 적절한가에 달렸다. 

우리대학의 교양교육과정은 기초교양, 전공탐색교양, 전인교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쓰기와 논리적 사고, 외국어 등으로 구성된 기초교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공탐색교양은 각 학문 및 학과별로 설강한 전공입문 및 개론 교과목이다. 학생들은 5개 분야로 나뉜 소속 계열별로 2개 분야 이상(4학점 이상)을 수강해야 하는데, 이것이 교양교육의 목표 달성에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전공입문 교과목은 학과별로 당연히 수강할 것이고, 계열내의 이웃 전공과목을 이수하기보다 오히려 학생이 속하지 않은 다른 계열의 교과목을 수강하도록 하는 것이 교양교육에 더 부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 문제 삼고 싶은 영역은 전인교양 교육과정과 교과목에 대한 것이다. 6개 분야에 걸쳐 120여 개 이상의 교과목이 개설되고, 이 중 학생들은 분야가 중복되지 않게 4개 이상의 교과목(8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분야를 겹치지 않게 수강하도록 한 것은 좋지만, 개설된 교과목들을 보면 전인적 교양을 염두에 두었다고 보기 어려운 전문적인 강좌들이다. 교양과목을 신청하는 개별학과와 학문영역을 배려한 결과일 것이다. 과연 이러한 전문적 교과목을 4개 이상을 수강했다고 전인적 교양이 습득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물론 개설된 교과목에는 의미 있는 강좌들도 많다. 그러나 좀 더 전인적 교양이라는 교육목표에 걸맞게 교과목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안으로 고전(古典) 중심 교과목의 개발과 운영을 제안한다. 불후의 고전들은 세부전공을 너머 그 자체로 통섭적이고 전인적 통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분야별, 학과전공별로 전공을 떠나 교수가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고전들이 있을 것이다. 이를 모아 제주대학생들이 읽어야 할 고전 목록으로 삼을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추천한 교수들이 직접 고전을 교과목으로 개설하여 학생들과 더불어 읽으면서 강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속히 제주대학교내에 추천 고전목록이 만들어지고 강의실에서 교수학습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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