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희 경제학과 교수

【학술기고】  지역 소매업의 생산성 증가와 창조적 파괴

◇창조적 파괴와 지역 기반 서비스업

창조적 파괴는 더 큰 가치 실현을 위해 과거의 낡고 오래된 것을 도태시키거나 파괴하고 보다 효율적인 새것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인 슘페터는 1912년 발표한 ‘경제발전론’에서 창조적 파괴가 자본주의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경기변동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술혁신에 의한 창조적 파괴’임을 제시한다. 즉, 동학적 관점의 기업 이윤은 혁신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혁신을 통한 이윤의 증가 도 창조적 파괴 과정의 정당한 대가임을 밝히고 있다. 

창조적 파괴의 예시는 일반적으로 제조기업의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비용 절감, 또는 신규 제품의 생산을 통한 새로운 수요 창출로 설명된다. 반면 소매업을 비롯한 지역 기반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같은 자생적인 기술혁신이 나타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운송 및 품질 관리기술을 차용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월마트가 있지만 대부분의 소매점들은 현재도 오프라인 중심의 지역 상권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면 지역 기반 서비스업에서 창조적 파괴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가?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다른 형태의 창조적 파괴과정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동학적 관점에서 소매업의 가장 큰 특징은 활발한 진입과 퇴출이다. 소매업의 진입과 퇴출의 형태는 제조업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상황과 다르다. 

소매점은 태생적으로 시장에 진입 시에 사업체의 규모를 고정한 채로 들어오며 근방의 수요에 의존한다. 고정된 점포의 면적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바뀌지 않기 때문에 영업이 잘 된다 하더라도 쉽게 규모를 늘릴 수가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 때, 사업주가 할 수 있는 상황은 두 가지로 보다 넓은 점포로 ‘이전’하거나 ‘분점’을 내는 것이다. 반대로 영업이 잘 되지 않으면 사업주는 ‘폐업’을 결정할 것이다. 신규 점포를 내는 경우에도 합리적인 사업주는 본인의 역량과 주변의 경쟁 상권을 파악하고 이윤을 낼 수 있는 경우에 시장에 ‘진입’한다. 

즉, 소매업의 창조적 파괴과정은 비효율적인 사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그 자리를 효율적인 사업체가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시장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월마트 또한 점포를 늘리면서 성장해 왔으며, 월마트의 신규 지역 진출은 해당 지역 시장의 다른 소매점보다 효율적이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소매점들이 경쟁 압박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실제 한국의 소매업 사례에서도 이러한 창조적 파괴과정이 발생한다. 한국의 특징적인 점은 미국에 비하여 매우 영세하지만 전통시장 기반의 소매형태에서 현대적 형태의 소매점으로 변화화면서 창조적 파괴과정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은 당연하지만 대형마트, 올리브영, 편의점과 같은 상점에 처음 방문하였을 때를 상상하라. 이처럼 창조적 파괴과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의 소매업은 다시 혁명적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터넷 망을 이용한 수요의 확대는 기존의 지리적 제약 하에 있던 소매점의 시장 범위를 비약적으로 증가시킨다. 이 분야에 대한 선두주자로 자동화 창고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인터넷과 관리, 운송 기술 등의 발달로 인한 소매업은 두 번째 창조적 파괴과정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첫 번째 과정보다 범위가 더 넓으며 파괴력도 더 강할 것이다.


◇제주도소매업의 생산성 성장과 진입과 퇴출 과정

제주도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통하여 특별자치도로 출범했다. 제주도정의 다양한 산업 육성 정책 중 핵심산업인 관광산업에는 2007년부터 3년 동안 3,700여 억원이 투입돼 관광지 개발, 정비, 투자 등이 진행됐고, 이러한 정책적 효과로 관광객과 인구는 유래가 없을 만큼 빠르게 증가해 왔다. 이처럼 2007년 이후 빠르게 진행된 관광객 및 인구의 증가로 제주도는 급격한 수요 증가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고, 이는 제주도 내 소매업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한다.

 

 

제주도 인구 및 관광객 증가율과 소매업의 종사자수, 일인당매출, 진입률, 퇴출률. A. 인구 및 관광객 증가율(위). B. 종사자수 및 일인당매출(중간). C. 진입률 및 퇴출률(아래).

 

<그림>의 패널A의 인구증가율과 관광객 증가율은 2007년 이후 매우 가파르게 증가한다. 제주도 소매 수요 증가가 확실하게
관찰되는 점은 2007년의 연평균 관광객 증가율은 약 5%대에 그쳤지만, 2007년 이후 18%의 값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패널B의 소매업 일인당 매출과 종사자수를 보더라도 일인당 매출의 급격한 증가가 나타나는 지점은 2006년 이후이며 종사자수 역시 2008년 이후 증가 추세를 갖는다. 이는 소매 수요의 증가가 일인당 매출 증가와 종사자수 증가를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패널 C에서 2008년 이후 관찰되는 진입률의 증가 추세는 이전의 감소 패턴에서 역전되는 현상을 보여주면서 인구 및 관광객 증가에 따른 신규 사업체의 진입 확대를 보여준다. 반면 진입의 증가와 달리 퇴출의 증가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데 이는 비효율적 사업체 역시 수요 확대를 통한 수혜를 받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급격한 성장 시기를 보여주는 <그림>과 달리 최근 제주도의 관광 및 인구증가 수요는 중국의 사드 배치와 국내 관광객의 열풍 이후 안정기 또는 약한 감소기에 접어들고 있어 소매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경제 상황의 악화와 온라인 마켓의 진입으로 지역 상권 기반의 소매점은 더욱 경쟁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변화 하에서 비효율적 소매점의 퇴출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즉, 제주도의 경쟁적 상황이 가속화돼 감에 따라 비단 소매업 뿐만 아니라 음식점업 등의 다양한 지역 기반 서비스업에서 진입과 퇴출의 창조적 파괴과정을 통한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지 혹은 파괴적 과정 또는 파괴적 창조과정을 통한 성장 없는 경쟁이 나타날 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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