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이 있다. 이솝 우화다. 황금사자상, 황금종려상도 있다. 연예인이 받는 최고상 중의 하나다.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우리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연구자에게는 황금거위상(Golden Goose Award)이 있다. 처음에는 우스워 보였던 연구지만 나중에는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준 연구자에게 주는 상이다. 노벨상에 버금가는 상이다. 노벨상은 평생 독신으로 지낸 노벨이 건설용으로 개발한 다이너마이트가 살상무기로 사용되는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만들었다고도 한다. 우리는 하나밖에 못 받은 노벨상을 가족 모두가 받은 예도 있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퀴리 가족이다. 남편과 함께 노벨 물리학과 화학상을 두 번 수상했다. 두 딸도 노벨 화학상과 평화상을 받았다.

노벨상을 받을 만한 사람이 못 받은 적도 있다. 마하트마 간디는 다섯 번이나 후보에 올랐지만 끝내 수상하지 못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2012년에 만들어진 황금거위상은 우스꽝스럽게 들리는 연구라도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이다. 2014년 황금거위상은 “새끼 쥐를 마사지하는 기술”이라는 엉뚱한 연구를 한 교수에게 돌아갔다. 그 기술은 조산아를 간호하는 방법에 대한 기초 기술이 되고 수  많은 어린 생명을 구했다. 

컬럼비아대의 마틴 챌피 교수 등은 해파리 연구로 상을 받았다. 해파리에서 빛을 내는 형광 단백질을 발견해 유전자 기능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발전시켰다. 레이저 개발로 상을 받은 찰스 타운스 교수는 대학원생일 때 지도교수로부터 “대학 연구비를 낭비하는 엉뚱한 생각”이라고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개발한 레이저는 인류의 일상생활에 엄청난 도움을 줬다.

2주 전에 발표된 올해의 황금거위상은 개구리의 얇은 피부를 이용해 물질의 이동 흐름을 볼 수 있는 실험 장비를 개발한 데이비드 사케트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콜레라균이 인체의 장으로 침투했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콜레라 사망률이 1%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또 다른 수상자는 투구게에는 병원균과 싸우는 백혈구가 없는데도 외부에서 독소가 들어오면 혈액이 이에 반응해 응고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기술은 신약물질을 개발할 때 독성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가려내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된다.

 부럽다. 미국의 황금거위상은 2012년에 미국과학진흥협회와 짐 쿠퍼 하원의원 등이 만들었다.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 지원 방향도 바뀌는데, 미국은 정치가가 기초과학상을 만드는데 힘을 쏟았다.

황금종려상은 감독의 능력으로만 받는 것이 아니다.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투자하는 영화제작자, 각본, 영화배우, 주연, 조연이 한 몸이 되어야 한다. 대학 연구도 머리를 맞대어 연구 각본을 쓰고 교수는 감독이나 주연배우처럼, 학생들은 조연 배우처럼, 대학은 영화 제작자처럼 머리와 힘을 합쳐야 된다. 제주대학에도 어딘가에 황금거위상을 받을 연구팀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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