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멈추지 마라”
“취향은 게으름의 뒷면”

≫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변영주 감독

변영주 감독이 강연하고 있다.

 

교육혁신본부(본부장 김치완 철학과 교수)에서 주관하는 문화 강좌인 ‘문화광장’은 9월 15일 대학 아라뮤즈홀에서 변영주 영화감독을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변 감독는 영화 ‘발레교습소’, ‘화차’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으로 이번 강연에서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라는 주제로 시대 흐름에 따른 영화의 변화와 영향력, 강연자가 꿈꾸는 세상에 대해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변 감독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영화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다큐멘터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으로 데뷔했다. 다음은 주요 강연내용을 요약했다.

◇창작의 꿈을 갖고 있는 이에게

무조건 많이 먹으라는 말을 하고 싶다. 영화 ‘낮은 목소리’를 개봉하던 당시 임권택 감독님이 영화를 보러왔다. 즐거워 하시며 식사하자는 제안이 왔다. 연탄불에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 식당이었는데 너무 긴장해서 술 말고 다른 것은 먹을 수 없었다. 그때 임 감독은 국악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싫어한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게으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초면인데 굉장히 불쾌했고 나중에 국악을 왜 싫어하는지 명백히 설명하고 싶어서 약 두 달 동안 국악만 들었다. 몇 주를 국악만 들으며 깨달은 것이 있다. 여전히 국악은 싫었다. 그 이유는 듣고 있을 때 감정보다 앞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창작을 하고자 한다면 머릿 속에서 ‘취향’이란 것을 지워야 한다. 취향은 게으름의 또다른 뒷면이다. 많이 먹으라는 말이란 취향 따지지말고 많이 먹으라는 뜻이다. 우리는 취향이라고 말하면서 익숙함에 속고 있다. 글을 쓰고 싶다면 안 읽어 본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창작의 철벽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살게 된 것이 2년 정도 됐다. 언제나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철벽이 존재한다. 창작은 철벽을 부수는 것이다. 그 철벽을 뚫으려면 망치 같은 것이 아니라 가느다란 쇠톱으로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하염없이 긁어 대는 것이다. 벽을 갉아 내다보면 ‘내가 왜 이 벽을 긁고 있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어느샌가 나의 글, 나의 것이 나온다. 좋은 세상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럴때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궁금한 것이 없으면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 항상 신이 나서 잠을 깬다. 삶이 재미 있기 때문이 아니다. ‘매일 똑같고 뻔한 일중에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것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며 궁금해 한다.

오늘 주제는 ‘영화로 더나은 세상을 꿈꾸다’이지만 영화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3년전 촛불이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수백만의 촛불이 비췄다. 그 결과 잘못한 사람이 교도소에 갔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그런 일이 아니다. 영화건 촛불이건 마찬가지다. 둘다 세상을 바꿀 수 없지만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면 그것을 통해서 세상은 조금씩 움직인다.

◇어려움이 닥첬을 때

어려워 하려고 하지 않는다. 과거 독립영화를 만들면서 매우 어려웠다. 작품을 제작하면서 돈을 버는 건지 작품을 만드는 건지에 대한 혼동이 왔다. 작업에 들이는 시간은 매우 적은데 그 시간을 위해 일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렇게 돈이 없어서 친구들 결혼식에도 못갔다. 사실 돈이 없기 떄문이었지만 뻔뻔하게 ‘결혼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돼 있었다.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어려워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어느새 어려운 일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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