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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지적 생활을 위한 조언
  • 고봉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9.10.0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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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쇼이치(渡部昇一)는 나와 비슷한 취미가 있다. 그는 위대한 학자들의 평전을 좋아했고, 공부론에 대한 책을 선호했다. 그는 필립 길버트 해머튼(Philip Gilbert Hamerton)의 ‘지적 생활(The Intellectual Life)’을 읽고 또 읽으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고, 지적 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해머튼의 책에 비하면 자신의 책은 보잘것 없다고 말하지만, 그의 책 ‘지적생활의 발견(知的生活發見, 김욱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1)’은 훨씬 내 마음에 와닿았다. 무엇보다 단번에 읽히는 맛이 있다.

그는 이 책의 처음 부분에서 “지적 정직의 원칙에 충실하라”라고 당부한다. 어릴 적 장기두기를 예로 들면서, 실력이 강해진 아이들은 상대를 속이지 않는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고 소개한다. 남을 속임으로써 얻게 된 한 순간의 승리는 결국 자기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그는 “무리해서 책을 사야 하는 이유”를 설파했다. “당신의 장서를 보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와타나베 쇼이치가 강조한 것처럼, 지적 생활을 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있는지 여부가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만의 서재를 꾸미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던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는 지적 생활면에서 질적으로 차이가 났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자신만의 라이브러리를 꾸미는 즐거움’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어리석은 내가 생각하기에, 서재가 지혜를 가져다주는 건 아니다. 지혜는 지혜자의 몫이다. 

와타나베 쇼이치는 책으로 출간할 수 있는 몇 가지 주제를 갖고 있다면서, 적어도 10년 동안 관련 문헌을 축적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소유한 장서만큼 자료가 수집되었을 때 책 출간에 착수할 뜻을 비쳤다. 칸트와 다윈이 나이가 들었을 때 수많은 저서를 집필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자료 축적이 비로소 ‘누적효과(cumulative effect)’를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장서의 양이 지적 수준을 결정한다.” 

이 책에는 내게 감명을 준 몇 단어가 있다. “조용한 지속”이 그 첫 단어다. (영국 최초의 ‘영어어원사전’을 편찬한) 월터 스키트의 말을 인용하면서, 와타나베 쇼이치는 이를 ‘조용한 지속’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어떻게 그처럼 많은 책을 집필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수많은 고문서들을 번역할 수 있었는지 질문할 때가 많습니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나는 모든 시간을 그 일을 위해 바쳤습니다. 그것 외에 다른 할 일은 없었습니다. 나는 매일 같은 주제에 몇 시간씩 매달렸습니다. 그런 식으로 일 년 내내 매일 꾸준히 시간을 투자한다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 짐작할 것입니다.”

“기계적인 글쓰기”가 두 번째 단어다. 와타나베 쇼이치는 ‘기계적 글쓰기’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앤서니 트롤럽, 나쓰메 소세키, 야마다 도모히코, 니타 지로의 ‘기계적 글쓰기’를 소개했다. 그는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일단 작업에 착수해 시작하라고 주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감하게 시작하는 것이다. 책상 앞에 앉아 이제부터 일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와타나베 쇼이치가 올빼미라는 사실이 내게 작은 위안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형 인간을 꿈꾸듯이, 나 또한 아침형 인간을 꿈꾼 적이 많다. 하지만 올빼미인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고, 일어난다 해도 제대로 시간을 활용하지 못했다.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매일 정해진 시간에 꾸준한 지적 생활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막스 베버(Max Weber)도 올빼미였다. “만약 1시까지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교수가 될 수 없는 것이라오.” (김덕영, 막스 베버, 이 사람을 보라, 인물과사상사, 2008, 65-66면 참조) 

이 외에도 와타나베 쇼이치는 지적 교제, 최적의 환경, 현명한 식습관, 산책, 가족과 함께하는 지적 생활, 경제적 독립 등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개한다.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공부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가 쓴 ‘공부하는 삶’  (이재만 역, 유유, 2013)도 괜찮고, 내가 쓴 ‘사서재(四書齋)’ (푸른영토, 2018)도 감히 언급해 본다. 

고봉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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