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건 편집국장

시국이 좋지 않다. 그리고 대학생들이 등장했다. 서울권 대학의 학생들은 공정한 대한민국을 외치며 거리로 뛰쳐 나왔다. 
역사적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졌을 때 세상을 바꾼 건 대학생이었다. 4ㆍ19혁명, 부마항쟁 등을 통해 독재와 싸웠고 민주화를 위해 서슴없이 행동했다. 과거 제주의 대학생들 또한 4ㆍ3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진상규명 활동을 벌였다.

최근 제주대는 수많은 사업을 통해 지역거점국립대학으로서의 위용을 갖췄다. 로스쿨, 의전원은 물론 제주교대와의 통합, 얼마 전에는 약학대학 유치까지 이뤄냈다. 하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는 어느 정도 반영이 됐을까’, ‘아니 목소리를 내기는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학생회는 약대가 어디에 위치하게 될지, 대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듯 하다. 그저 대학본부의 부탁에‘약대유치를 환영한다’는 걸개를 작성했다. 그리고 약학대학은 유치됐고 제2도서관을 약학대학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과연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면 학생회가 그런 행동을 보였을지에 대한 의문점이 생긴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하는대 자신의 대학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학생의 대표인 학생회는 학내문제들을 공론화 시키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9월에 열린 총학생회 하반기 정기총회에서 한 학생은 “총학생회의 전반적인 대응은 후속 조치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다”며 “약학대학 설치, 강사법 시행 때 모두 과정이 끝난 후 보상을 받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약학대학과 관련해서는 이전에 미리 알고 있었다면 제대로 대응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총학생회도 방향을 잡기가 힘들었다”고 답했다. 지금의 학생회의 상황을 보여주는 질문이었고 답변이었다. 

최근 몇 년 간의 학생회를 살펴 보면 대부분 근시안적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봤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못했다. 

물론 제주대 학생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4ㆍ3특별법 개정을 위해 제주지역 4개 대학 학생들이 모여 평화대행진을 했고 학생들의 복지와 편의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렇게 보니 학생들의 복지, 지역, 학내의 문제 등 학생회가 고민하거나 목소리를 내야 할 일들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학생을 대표하는 학생회는 원래 그런 자리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고 말했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대표로 자리해 있다. 책임과 희생,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과 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그 자리는 그저 감투를 쓴 보여주기식의 자리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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