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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구분 없이 모두 하나가 된 축제명품 강연 듣고 밴드 공연도 보고
박준영 변호사 “머리에서만 아닌 가슴과 발로"

>> 책과 다양한 경험, 제주독서문화대전을 다녀오다

 

‘폴레’ 테마에서 아이가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고 있다(위). 9월 28일 우당도서관 소강당에서 온새미 밴드가 공연하고 있다(아래).

 

 

습하고 덥던 여름이 지나고 독서의 계절이 왔다. 독서의 계절이 온 걸 알리는 듯 제주독서문화대전이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우당도서관, 사라봉 일원에서 개최됐다. 제주독서문화대전은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독서문화대전 추진위원회가 주관했다. 슬로건은 ‘책으로 가득한 섬, 제주’로 지정됐다.

제주 독서문화포럼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제주시 평생학습관 103호 강당에서 책과 제주 고유의 문화가 어우러지고 시민이 주인인 책 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함과 상생과 발전 방안 모색을 목적으로 열렸다.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 원장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책읽기와 도서관’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그 후 차미경(이화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21세기 지역공동체와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이정수 ‘서울도서관 관장이 책으로 지역 사회가 변한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지역 사회에서 독서 동아리의 역할과 운영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종합토론 했다.

제주 독서문화포럼이 끝난 후에는 개막축하공연 <여는 마당> 김현철의 ‘유쾌한 오케스트라’가 진행됐다.

이번 제주독서문화대전은 ‘책, 올레?’라는 주제 안에서 ‘보레(보다)ㆍ폴레(팔다)ㆍ놀레(놀다)ㆍ멩글레(만들다)ㆍ수눌레(품앗이 하다)’ 다섯 가지 테마로 구성돼 많은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줬다.

‘폴레’에서는 사전에 참여 신청한 도내외 독립 출판물 제작자, 작가, 출판사, 동네책방, 서점 등 20여 단체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책을 소개, 전시, 판매 체험프로그램 등을 했다.

‘멩글레’는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됐다. 프로그램으로 솔방울과 나뭇가지 등으로 직접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책 속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완성해라’, 색종이와 색연필로 배경을 그려내는 ‘반짝반짝 빛나는 책 속 배경’, 부모와 아이가 협동해서 나무판, 플라스틱 바 등을 톱을 사용해 제작하는 ‘동화 속 내가 만든 집’ 등이 있었다.

‘수눌레’에선 홍조밴드, 라임밴드, 어반NJ 등 다양한 예술인들이 공연을 했다.

‘보레ㆍ놀레’에서는 다양한 강연과 공연 등이 열렸다. 28일에는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의 저자인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일간 이슬이> 저자인 이슬아 작가, 영화 <재심>의 주인공인 박준영 변호사가 강연했다. 또한 온새미 밴드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OST를 부른 일레인이 공연했다. 29일에는 올해의 책! 한판 승부 가족 독서 골든벨이 열렸고 김민식 MBC PD,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가 강연했다.

이 중 영화 <재심> 사건의 재심 변호를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의 강연을 요약했다.

◇짧지만 강렬한 경험의 필요

나는 땅끝마을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 걸리는 노화도에서 자랐다. 변호사라 고등학교 때 성적이 좋았을 것이라는 다른 사람들의 말과는 달리 나는 성적이 안 좋았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보면 1학년에는 ‘순박하고 다정하나 목표의식이 없다’고, 3학년엔 ‘근면성실 하지만 준법성이 요구된다’고 돼있다. 법과 정의를 얘기하는 변호사지만 고등학교 3학년에는 변호사와는 거리가 먼 얘기가 적혀 있다. 1학년 때에 무단결석, 가출을 굉장히 많이 했다. 가출 중에 출장가는 아버지와 배에서 만났고 가출한 이유로 혼날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주셨다.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나를 포기했다는 생각이 아닌, 여전히 관심 주고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아직까지도 뜻 깊은 기억이다. 5년 동안의 사법시험 공부할 때에 가족을 의지하고 함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짧지만 강렬한 기억 때문이다. 이랬던 불량청소년이 지금은 변호사이고 2015년에는 헌법재판소에서 모범국선대리인상을 받았다.

부모가 아이에게 교육하거나 특정 지식을 주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바뀌는 계기는 나와 같은 사건 때문이다.

◇표현방식으로 인한 내 변화

영화 <재심>에서 내가 정의롭게 표현된다. 이렇게 표현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정의로운 사람으로 본다. 나는 내 자신이 정의롭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영화에서 표현된 방식 때문에 정의로운 모습을 보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강연 때문에 모텔에서 자는 경우도 있는데 원래는 하지 않았던 이불 정리, 수건 정리 등을 하게 된다. 정작 나는 실제로 정의롭지 못한 사람이지만 말이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기

2018년 12월에 있었던 태안화력발전소 사건을 보면 안타깝다. 이 사건 전에 피해자와 피해자 어머니에게 연락했던 적이 있다. 너무 힘들다고 했지만 여기서 일을 해야지 한국전력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를 보고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무언가를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느낀다. 태안화력발전소 피해자는 한국전력에 들어가기 위한 스펙을 얻기 위해서 열악한 상황에서 일했다. 누구는 부모님을 잘 만나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스펙을 쌓는 것, 그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다른 생각도 들었다. 나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그들 자식의 생활기록부에 적혀지기 위해서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 안되냐는 등의 부탁을 듣는다. 그런 부탁을 들으면 고민을 하게 된다. 예전에 내 부탁을 들어줬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되면 정말 난감해진다. 이러한 상황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일만이 아니다. 얼마든지 우리가 경험하게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이 상황에 대해 우리들이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머리에서만이 아닌 가슴과 발로

2000년에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살인을 당했다. 이후 15살의 학생이 살인했다고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시간이 지난 후 군산경찰서로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재수사를 해보니 실제로 진범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경찰, 검찰, 법원 얽힌게 많아 진범을 그냥 풀어주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학생이 계속 복역하고 있었다. 이것이 영화 <재심>의 모티프이다.

한 형사님이 직접 재수사했다. 주변의 반응은 이미 법원에서 끝난 사건 아니냐,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등 질타를 받았다. 그렇지만 형사는 묵묵히 재수사를 진행했다. 이 분의 수사 결과 덕분에 재심을 할 수 있었다. 형사는 자신의 투철한 사명감, 정의감으로 재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형사 이전에 부모라 이를 무시하면 후회할 것 같다고 생각해 재수사를 했다. 여기서 신영복 선생의 말씀인 ‘사상은 실천된 것만이 자기 것이다’와 ‘머리에서 이해한 지식보다 가슴으로 공감하는게 어렵고 가슴으로 공감하는 것보다 발로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가 생각났다. 형사가 이성적으로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우리들 또한 신영복 선생의 말처럼 머리에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공감하고 발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윤은식 기자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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