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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자’는 어떤 일을 하냐고요? 현실은 이래요”

≫ 다른 길, 다른 삶을 묻는다    < 4 > 문서현 문화기획자(언론홍보학과 11학번)

문서현 문화기획자가 인터뷰 하고 있다.

‘문화의 시대’다. 최근 들어 문화란 단순하게 일컬어지는 문화예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접한 것들을 자신만의 의미를 더해 공유하고 확산하는 일련의 활동까지 포괄한다. 문화의 개념이 달라지고 일상에서 쉽게 접하게 되면서 문화기획, 문화기획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공연이나 전시 등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인식되던 범위가 넓어졌다. 언론홍보학과 11학번인 문서현(28) 문화기획자는 대학생이던 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다니다가 문화기획 분야에 발을 딛게 됐다. 

문화기획자가 되면 회사원과는 다를 줄 알았다. 마치 예술가처럼 창작하며 살 줄 알았다. 사무실에 얽매지 않고 어디든 노트북만 들고 다니는 노마드를 꿈꿨다. 

매일같이 출근하지 않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을 때 반짝 일하면 되는 줄 알았단다. 현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획자는 혼자 고군분투하는 경우보다 주변과 협업하며 일을 진행할 때가 더 많다는 걸, 일 단위로 계획을 짜다 보면 정작 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놓칠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제주라는 공간도 때로는 제약이다.    아직은 문화기획이라는 일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고, 성장할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다. 그럼에도 문화기획을 놓지 못하는 건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퍼뜨릴 수 있는 좋은 매개이기 때문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 달라.

제주여성영화제 프로그램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제주여성영화제는 여성주의 문화 확산을 위해 제주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여성주의 영화, 다양성 영화를 상영한다.   2000년부터 시작해서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에 기획홍보 담당으로 시작해서 올해는 프로그램 팀장이 됐다.

상영작을 선정하기 위해 프리뷰를 요청해서 먼저 받아보고, 프로그래머 회의를 통해 선정하고, 선정된 작품을 배급사에 연락해서 수급 받고, 영화제에서 문제없이 상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일이다. 행사에서 영사 사고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고, 관객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대학 생활은 어땠나?

중고등학교 다니듯이 조별과제 하고 주어진 과제하고 토익 준비하고 개인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지냈다. 동아리 활동도, 학생회 활동도, 대외활동도 생각을 못했다. 

요즘처럼 참여하고 활동하는 것들을 전혀 몰랐고 생각도 못했다. 정해진 대로, 남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았다.

그러다가 ‘굴메배울터’에서 다른 길을 알게 됐다. 전공이 언론홍보이니 사진이랑 영상을 찍어줄 알바일이 들어와서 같이 따라갔다. 4년 동안 계속 사진 찍고 기록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렇게 오래할 줄 몰랐다. 사진과 영상 찍는 것 이외에 내 역할을 찾아가면서 기록보다는 기획 쪽에 관심을 가졌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11학번 3학년, 4학년 졸업하고 나서도 2년 더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인건비를 받으면서 하긴 했지만 회사는 아니라 사회생활을 언제 시작했냐고 물어보면 거기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문화기획활동을 언제 시작했냐고 하면 먼저 꼽는 곳이다. 

▶그러다가 문화기획에 발을 딛게 된 것인가?

2016년도에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하는 지역문화전문인력양성과정 수업을 들었다. 문화기획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았다. 그 과정을 수료하고 다음해에 그것과 연계해서 일자리로 매칭해주는 사업에 선정되어서 서귀포문화원으로 가게 됐다. 

청년 관련 주제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기획부터 정산까지 쭉 밟아보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더불어서 문화원 전반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사람을 모으고 예산을 짜고 전시 공간을 대관하고 준비물을 사고 간식도 하고 정산, e나라도움에 올리는 것까지 처음 해봤다. 

아쉬웠던 건 청년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다른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시작이 되길 바랐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을 해보면 문화기획에 대한 관점이 아쉽다.  

▶문화기획이란 어떤 일이라고 스스로 정의하는지? 문화기획자의 삶이란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제까지 일하면서 구체적이고 다양한 모델들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됐다. 예술가들과 소통하면 예술가와 닮아가겠지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고 직장인처럼 생활하게 되는 부분도 많다. 기획자의 범주나 형태도 다양하고 그런 것들이 세세하게 분류할 수 있게 됐다. 

‘문화’라는 단어의 정의가 여러 가지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기나 물처럼 우리 주변에 흐르는 것이 문화인데 왜 굳이 인간의 힘을 들여서 ‘기획’이라는 것을 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기존의 문화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주류의 문화가 작지만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점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에 대안을 마련하는 공동의 활동이 필요한데, 사람들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그리고 더 폭넓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화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기존 문화의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이다.

문화기획자의 삶이라고 물으면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기획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최근에 이제까지 활동을 해오면서 내가 생각하는 문화기획자의 모델이 다양화, 구체화 돼가면서 나름의 몇 가지 분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는 예술창작자이면서 기획활동을 하는 사람, 두 번째는 카페, 펍, 식당 등 상권을 기반으로 문화공간이나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사람, 세 번째는 민간 문화예술단체, 문화기획사, 그 외 조직 내 문화파트 종사자이다.

공적 영역으로 가면 첫 번째는 문화 관련 중간지원조직, 문화기관(미술관, 아트센터,   도서관 등) 종사자, 두 번째는 문화영역 전문가로서 문화정책 연구, 자문, 공적 프로젝트 실행 총괄이다.

문화기획자의 삶이란 이에 따라 자유로운 프리랜서가 되기도, 커피내리는 사장님이 되기도, 안정감 있는 회사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많은 것들이 보이게 되면서 일에 대한 가치관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중이라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나도 많이 고민이 된다.

▶문화기획자로서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상을 관찰하고 자기만의 사유를 하고 그걸 내 생활에서 일궈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보통 업계에서 트렌디함, 젊은 감각을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것들은 언제든지 할 수 있고 내가 아니어도 할 사람들이 많다. 자기만의 일상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 관찰하는 것 그걸 기록하는 것 그걸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능력 단시간에 쉽게 되지 않는 것이다. 내 것만 읽는 게 아니라 책과 신문 다양하게 읽어야 하는 것이다. 기획자로서는 그게 더 중요하다. 아주 소소한 것이라도 그런 시간을 만드는 것도 노력이고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면서 가장 제약을 느끼는 부분은?

‘제주’라는 지리적 요건이다.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도 하지만, 활용할 수 있어야 장점인거다. 그럴 수 있을 만큼 내가 준비가 되어있고 성장해 있어야 활용할 수 있는데, 문화분야로 창작자가 아닌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도내에 많지 않은 것 같다. 도내뿐만 아니라 현장 활동부터 정책 방향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전국적 흐름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 문화 경험이 드문 사람이 실무자가 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고,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드물다. 

기획자는 모여서 같이 해야 하는 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예산, 조직 등) 안정된 일이 있어야 해나갈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괴리가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환상을 깨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것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 계획이다.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이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워낙 수입이 불규칙적인 직종이라 그런지, 늘 한 해의 경제적 수입을 고민하면서 먼저 큰 덩어리의 계획을 잡게 된다. 

그러다보면 중간에 있는 작고 재미있는 일들을 놓치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 한 1년은 좀 더 가볍고 즉흥적인 활동이나 ‘나’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일을 해보고 싶다.
 

김태연 특별기자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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