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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를 없애자암기력이 좌우하는 우리 삶 여전히 경쟁주의만
교육부 해체 후에지역 교육 활성화해야
기술이 대접받는 사회 실패해도 국가가 보장하길
  • 허남춘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19.11.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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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춘
국어국문학과 교수

우리 교육이 문제다. 경제발전기에는 우리의 평균주의 성과가 나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50년 전과 똑같은 학기 시스템과 수업 과목으로 똑같은 지식을 가르치고 있다. 평균주의가 지향하는 정상적인 경로란 없다. 표준 경로도 없다. 더 빠른 것이 더 훌륭하지도 않다. 인간은 각각의 속도로 발전한다. 그런데 이런 가치를 강요해 왔다. 그래서 개개인의 존엄성이 훼손되었다. 성공을 위해 경쟁만 일삼고 성적이 급급했다. 성공에 이르는 길은 늘 시험과 성적으로 귀결되었다(토드로즈, 평균의 종말).

우리의 삶은 ‘암기력’이 좌우했다. 아울러 속도전이 작용했다. 단기간에 빨리 암기하는 길만 있었다. 이런 것을 이해력이라고도 칭송했다. 조금 천천히 이해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됐다. 명칭과 개념어와 숫자를 어렴풋이 아는 것도 열등생의 길이었다. 우리들의 시험은 우등생과 영재 키우기에만 급급했고, 열등생을 분류하여 계층화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스카이 캐슬이 모든 권력과 부를 쥐었고, 그들은 상류층의 길을 걸으며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있었다. 지방에 사는 학생들에게 ‘개천에서 용이 나는’ 출세는 사라졌다. 지방국립대 학생들은 대기업과 공기업 취업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스스로 열패감에 시달리며 그나마 공정하다는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고 있다. 제주대학도 온통 공무원 열풍이다. 

대학을 정상적으로 다니면 취업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 기간 중에 취업을 걱정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세상은 아직도 경쟁주의의 불을 피우고 토익 점수에 열을 올리게 만들고 있다. 취업도 암기력일 뿐이다. 단순히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하는 더러운 세상 속에서 온갖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루저가 된다. 인간의 모든 재능이 모두 아름답게 평가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안 되고 있다. 교육부 탓이다. 

이 교육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이제 교육부를 해체하자. 우선 초중고 교육을 각 도의 교육청으로 넘기면 된다. 각 지역은 지역에 맞는 교육을 하며 지역 정체성도 기르고 지역 인재도 키우고 지역 산업도 키우면 된다. 제주도는 말만 키우는 곳이 아니다. 제주어를 가르치고 제주 정체성을 가르치고 제주 산업에 맞는 인재를 잘 길러내면 된다. 그 다음 대학은 어찌할 것인가. 각 대학에 맡기면 된다. 이제 우리 대학들은 자기 성장 동력을 충분히 갖추었고 지역 현실에 맞게 교육 방향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하였다. 혹여 특권층의 비리에 영합할 지도 모른다는 기우를 하겠지만, 골목마다 지키는 CCTV만큼 세상을 지키는 눈이 있어 공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교육부는 어찌할 것인가. 청년부로 바꾸어 청년의 일자리를 창출해 주고, 청년이 독립할 때까지 장학금을 주고 생활비를 보조하는 제도 수립과 운영에 힘쓰면 된다. 취업 때문에 결혼도 미루고 아이 낳는 것도 미루고 모든 희망을 미루고 불행한 청년을 앞장 서 구해야 한다. 남북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고 평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러면 징병제도 없애고 남학생들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모병제를 실시해 10만 일자리도 창출하면 된다. 젊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성숙시키는 것도 우리 시대의 과제다. 이 모든 것이 청년부의 몫이다. 

국가가 취업 때가지 지지해 주고 밀어주는 괜찮은 세상에서 살아 보자. 제각각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기술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보일러공이나 배관공이 화이트칼라보다 높은 연봉을 받게 해야 한다. 고등학교를 나와도 기죽지 않고 살게 해야 한다. 출발점이 같다고 해도 실패자가 나오게 되니, 그런 사람을 위해 또 기회를 주자. 기회를 주었는데도 실패하면 국가의 보장제도로 살게 하자. 실패해도 거듭 도전할 수 있게 해 주어야 1등 국가가 된다. 제각각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는 다양성을 살려야 세상이 살아난다. 

평균주의가 우리에게 강요했던 정상적인 경로란 없다. 표준 경로도 없다. 인간은 각각의 속도로 발전한다. 물론 각각의 방식으로, 각각의 목표로 살아가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하루하루를 살기 바란다. 이제 시작이다. 천천히 그 길을 가기 바란다.

허남춘 국어국문학과 교수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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