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수
인문대학 행정실 조교

인문대학 매점 앞은 쓰레기로 자주 몸살을 앓는다. 산더미처럼 쌓인 치킨 상자를 지나치면서 코를 막는 이도 더러 눈에 띈다. 초파리가 꼬인 그곳에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가 한 가득이다. 치워도, 다음날이면 또 그대로다. 학생회가 별도로 마련한 쓰레기통도 수용량을 넘어선 지 오래다. 특별한 행사가 있다거나, 시험기간이 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매점 앞은 일회용 컵, 먹다 버린 음식을 비롯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들이 얽히고설켜 일대 장관을 이룬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앞에서 컵라면에 물을 붓고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이곳에 악취가 나게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문대학 매점 앞 쓰레기더미는 ‘누군가 치우겠지’하는 마음이 십시일반 모여 만들어진 우리들의 부끄러운 온상이다. 이 문제를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시험기간이나 축제기간이 되면 힘들어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도,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도 아니다. 확 떠오르진 않지만 우리가 잘 아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매일 그들을 마주한다.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바로 ‘청소노동자’다. 그들 덕에 아침에 가득했던 쓰레기는 오후에 말끔히 사라진다. 학기 중 유동인구가 1000명을 훌쩍 넘는 인문대학 1호관을 2명의 청소노동자가 책임진다. 둘이서 감당하기엔 어마어마한 쓰레기다. 그런데도 매점 앞은 오후가 되면 깨끗해진다. 그런 일상이 익숙해서인지 그들은 우리들 머릿속에 대강으로만 남는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말대로 ‘존재하되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이다.

일부 언론은 이들을 ‘그림자 노동자’라고 했다. 적절치 못한 표현이다. ‘그림자’라는 말이 졸지에 그들을 음지로 내모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달리 말하기로 했다. 산처럼 쌓인 쓰레기들을 치우고 광이 나게 얼룩진 바닥을 쓸고 닦는 그들은 그림자가 아니다. 학교를 밝히는 ‘빛’이다. 오히려 나는 그들이 닦아놓은 강의실에서 불합리한 사회에 비분강개하는 학생들의 만면에 깔린 짙은 ‘그림자’를 보게 된다. 강의실 밖을 나서는 순간, 우리의 정의감은 온데간데없다. 눈앞에 보이는 쓰레기 더미에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되레 청소노동자들이 응당해야 할 일로만 여기는 것 같다. 그들을 투명인간처럼 지나치는 무감각에 대해, 이 그림자에 대해 우리는 각자 조금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식의 전당 인문대학을 밝히는 건 ‘푸코’니 ‘들뢰즈’니 하는 석학들의 말이 아니다. 매일 아침 이기적인 마음으로 점철된 우리의 온상을 씻겨주는 극소수의 사람이다. 그들은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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