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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아늑한 쉼터
배효성경제학과 2

2019년 한 해 가장 유행한 신조어 중 하나가 ‘온라인 탑골공원’이었다. 온라인 탑골공원이란 ‘온라인’과 노년층이 주로 찾는 장소 ‘탑골공원’을 합친 말이다. 유튜브 채널인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서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방영됐던 음악방송을 언제, 어디서든 시청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실시간 채팅에 참여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함께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곤 한다.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신조어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며 문득 실제 탑골공원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궁금증 해소를 위해 탑골공원에 다녀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 공원인 탑골공원은 3·1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다. 팔각정, 원각사지십층석탑, 원각사비 등 여러 문화재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늦은 오후시간에 탑골공원에 들어서니 노년층보다 젊은 커플,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 많았다. 이들은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거나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상상했던 모습과 다른 실제 탑골공원의 모습에 놀랐다. 이대로 구경만 하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 나무의자 앉아 쉬시던 할아버지께 “공원에 노인 분들이 적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노인네들 추워서 안 나왔다”며 “더울 때는 팔각정 그늘 아래서 쉴 수 있지만, 추우면 아예 집밖에 나오질 않는다”고 답했다. 날씨가 따뜻해야 어르신들이 스무 명 남짓 공원에 온다는 것이다. 이날은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할 만큼 쌀쌀한 날씨였다.

할아버지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할아버지는 지난 50년 동안 탑골공원을 찾으셨고, 일주일에 5번은 꼭 탑골공원에 와서 쉬다 가시는 터줏대감이셨다. 보통 어르신들은 점심시간쯤 탑골공원에 와서 가족 이야기, 정치 이야기를 하다 오후 6시 쯤 공원 문을 닫기 전에 돌아가신다고 한다. 할아버지께서는 한 잔에 200원 밖에 안 하는 공원 근처 커피자판기와 주변 식당의 저렴한 음식 가격 때문에 탑골공원을 찾는다고 하셨다. 3~4개로 충분한 화장실 또한 탑골공원이 휴식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이유 중 하나였다.

젊은 사람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탑골공원을 많이 찾는 이유에 대해서는 서울 필수 관광지인 인사동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날은 쌀쌀한 날씨 탓에 평소만큼 많은 노인 분들을 보진 못했지만, 할아버지 한 분과의 대화만으로도 탑골공원을 찾는 노인 분들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두 시간 넘게 이곳을 둘러보며 탑골공원이 단지 노인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을 위한 도심 속 아늑한 쉼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효성 경제학과 2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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