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밥상 (사이언스북스)
제인 구달, 김은영 역

가끔은 내가 선택한 책이지만 책을 덮으며 왜 읽었는지 후회한 적이 있다. 내용도 논리도 감동도 주지 못한 경우이다. 그런가 하면 한 권을 읽고서 새로운 지식의 확장으로 통찰을 얻는 경우도 있다. 주로 전공서적의 경우이며, 부족한 지식을 주거나 막혔던 부분을 뚫어주는 날카로운 관점을 제시해주는 경우이다. 독서하면서 가장 큰 행복은 세계관의 변화를 경험하는 경우인데, 소개할 “희망의 밥상”이 바로 그런 책이다.

희망의 밥상은 절친한 교수님의 부탁으로 음식윤리 관련 강의를 준비하며 읽게 된 책이었다. 다 읽고 책을 덮으며 나의 먹거리와 생명에 대한 관점이 변하였다. 아마도 제인 구달의 진실한 마음과 그것을 제대로 번역해낸 역자의 공이 아닌가 싶다.

책의 저자인 제인 구달은 1934년생 영국 출신으로 침팬지 연구자이자 동물행동학 박사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녀에 대해 침팬지 연구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표지의 흑백 사진의 제인 구달의 맑고 인자한 모습이 인상이었다. 책은 재생지를 사용하여 생각보다 두꺼웠는데, 간간이 들어있던 관련사진들은 제인 구달의 주장들에 대한 설득력을 높여주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인 구달은 생명과 지구와 자연, 그리고 먹거리에 대하여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결코 논리에 치우친 현학적인 주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정에 호소하는 자의적인 주장도 아니다. 자신의 소신을 분명한 근거와 증거를 제시하되, 그것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녀가 직접 체험한 사유에서 나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우리 모두가 충분히 알아야 하는 것이고, 또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채식주의자로서 제인 구달은 결코 육식을 반대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바람직한 음식에 대한 태도를 통하여, 왜 지구의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느끼게 해준다. 채식주의자인 그녀는 자신의 윤리적 명제들을 위해 감정적 논거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건강, 미래, 환경, 인류애 등 다양한 보편적 가치를 통하여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제시한다. 그녀가 예로 든 ‘올바른 의지를 가진 농부’인 조지 부즈코비치의 말을 살펴보자.

“몇 년 전에 누가 내게 도살당할 가축들을 위해 기도를 하냐고 물었다면 나는 콧방귀를 뀌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동물도, 인간도, 식물도 모두 이 지구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세상의 일부이고 세상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육식을 반대하기보다 어떤 고기를 먹어야 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육식에 대한 자세와 그 메커니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그 주장이 주관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그녀가 주장하는 윤리적 명제는 “되도록 채식과 소식을 하되, 만약 육식을 한다면 정당한 방법으로 얻어진 고기를 먹어야 하며, 건강과 환경을 위하여 되도록 유기농 음식과 공정한 식품을 선택하는 윤리적 소비자가 되어 세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한 주장의 책으로 “육식의 종말”도 의미 있는 책이지만 딱딱한 필체와 긴장된 논리여서로, 육식 매커니즘 비판을 수긍하면서도 쉽게 읽히지 않았다. 이에 비해 희망의 밥상은 이성보다 감정의 논리에서 나왔음에도 결코 감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아마도 체험에서 나온 설득력 있는 논거들 때문인 듯싶다.

독서에서 고전을 권하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정신이 어떤 시대를 거치면서도 보편적인 가치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고전 속의 삶과 오늘날의 삶의 형태가 달라져, 진리의 해석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그 가르침에 담긴 본질적인 정신은 옛날이나 오늘날에 모두 적용이 되는 듯하다. 이 책은 앞으로 하나의 고전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누군가에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선물해도 좋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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