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야
그릇의 크기와 형태는 모두 달라

≫ 누구보다 삶의 소중함을 알았던 오은 시인

오은 시인이 강연하고 있다.

교육혁신본부에서(본부장 김치완 철학과 교수) 주관하는 인생강좌인 ‘문화광장’이 11월 20일 오후 공과대학 3호관에서 오은 시인을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오은 시인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등을 지은 시인으로 이번 강연에서 ‘그릇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경험과 에피소드를 통해 문학과 시에 대해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 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14년 제15회 박인환문학상, 2018년 제1회 구상시문학상, 2019년 제20회 현대시작품상을 수상했다. 빅데이터 기업 다음소프트에서 근무하며 직장 생활과 문학 활동을 병행했고 2018년부터 예스24에서 제작하는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강연내용을 요약했다.

◇자신만의 그릇

‘맏있겠다. 나 혼자 먹어야지’라는 문장을 바르게 고치시오. 우리는 이 문장을 고칠 때 ‘맏’이라는 글자를 ‘맛’으로 바꾼다. 한 초등학생은 ‘나’를 ‘우리’로 바꿔서 문제를 틀렸다. 보기에 없는 것을 담아내는 그릇은 종종 틀렸다고 말한다.  지식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만 도덕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그릇이라고 하면 밥, 국 그릇을 생각하지만 양동이도 그릇이 될수 있다. 그릇의 크기와 형태는 모두 다르다. ‘그릇이 크다’라는 표현을 할 때 그릇은 배포, 배짱,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이다. 자신의 그릇을 돌이켜 보고 앞으로의 그릇을 어떻게 고쳐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릇에 맞는 음식

닭이 먼저일까 알이 먼저일까’ 혹은 ‘짬짜면이 먼저일까 짬짜면 그릇이 먼저일까’. 한 중국집 사장은 사람들이 짜장과 짬뽕을 같이 먹고 싶어하는 것을 알아채고 ‘짬짜면’을 만들었다. 짬뽕과 짜장면을 같이 먹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내가 어떤 것을 소비하고 싶은 욕망이 있어 그것을 담아내기 위해 그릇이 만들어졌다. 자기가 원하는 욕망은 그릇에 담겨있는 음식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자신이 만들어온 그릇에 가장 적합한 것이 뭔지 생각해야 한다.

◇그릇의 발견

시를 음악으로 만들 때 문제가 있다. 작사는 고정된 틀에 맞추는 면직물이기에 감성이나 생각을 담아낼 수 없다. 형식이 달라지면 그에맞는 그릇을 준비해야 한다. 항상 초대만 받다가 누군가를 초대한 적이 있다. 주연의 역할만 하다가 주연을 빛나게 해주는 조연의 역할을 하니 상실감보단 오히려 편했다. 누군가를 빛나게 해주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몰랐다. 그릇의 형태나 모습이 달라지면서 삶도 달라진다. 자신에게 맞는 그릇을 찾기 위해서 관찰을 해야 한다. 자신만의 그릇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각형이라는 그릇

세상에는 네모난 것이 많다. 창문도 네모나고, TV도 네모나고, 유튜브의 화면도 네모나다. 한 언어학자는 ‘미디어는 메세지’라고 말했다. 같은 이야기를 어떤 매체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받아진다. 여기서 미디어는 자신이다. 그 미디어를 어떤 방법으로 전달할지 고민해야 한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새로운 것을 접할 때 그에 맞는 내용물을 담을 수 있다. 그릇을 키우려면 가장 즐겁고 가장 나다운 시간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혈압환자에게 짠음식을 줄 수 없다. 맛있는 음식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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