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Ⅰ. 서론
1. 문제제기
2. 연구방법과 범위

Ⅱ. 제주 가족문화의 변천
1. 과거 제주 가족문화의 특징
2. 가족 문화의 변화
 1)제주 가족문화의 변화요인
 2)제주 가족과 한국 가족의 외형이 동일해지는 경향
3. 현재 제주 가족 문화
4. 제주 가족문화의 과거와 현재 비교

Ⅲ. 결론
 <참고문헌>


Ⅰ. 서론

 1. 문제제기

1999년 제주 가족문화의 특징을 설명해주는 두 권의 책이 발표되었다. 이창기의 『제주도의 인구와 가족』과 김혜숙의 『제주도의 가족과 괸당』이 그것이다. 먼저, 이창기의 책에서 사례를 통해 한국의 전통가족과 다른 제주도의 제사분할 관행, 지역 간의 차이, 제사분할과 연관된 상속분할 등을 정리하면서 19세기에도 보편적이었던 장남분가, 소인수 가족, 빈번한 축첩, 촌락내혼 현상을 분석한다. 또한 제주도 가족의 특징으로서 전통적인 한국가족에서 볼 수 있는 조상숭배, 조상제사, 남아선호 사상 등의 “부계적 원리”와 장남분가, 균분상속, 제사분할, 부계혈연집단의 결속약화 등의 “비부계적 원리”의 공존을 들고 있다(권귀숙, 1999). 

김혜숙은 제주도 가족이 “전통가족”과는 다르다고 전제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주도의 전형적인 가족은 전통가족과 달리 부부가족이며, 부부간 의사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제주도의 고부관계는 불만강도가 매우 낮은 데, 이는 제주도의 핵가족과 분가관행에 비롯된 것으로 해석한다. 가족 유형에서도 1인가족의 비율이 높은 등 제주가족의 특수성이 나타나는 데, 이는 제주여성의 의식 자체가 독립적이며 근면하고 개인의식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권귀숙, 1999). 이처럼 두 연구 모두 제주만의 특성을 밝혀내며 제주만의 독특한 가족문화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편 이창기는 “제주도 가족과 한국사회 전체 가족 모습이 외형상 상당히 유사해진다 하더라도 가족생활의 질적 내용은 여전히 매우 상이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창기, 1999). 제주가족문화에 대한 많은 연구들에서도 제주도의 가족문화는 급속한 사회발전을 이룩하며 한국의 가족문화와 표면적으로 유사해졌다는 평을 받는다. 과거 제주도 가족문화는 오늘날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현재와 과거의 가족문화의 비교와 변화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는 미흡한 상태이다. 

이로 인해 제주도의 전통적인 가족문화 현재의 제주도 가족문화 사이의 괴리감이 느껴진다. 괴리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제주 가족문화의 변천사를 알아보고 재정립할 필요성을 느꼈다. 본 논문에서는 제주문화는 정말로 한국의 가족문화와 유사해져가는 경향을 보이는지, 현재 제주 가족문화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다음의 과정을 통해 살펴볼 것이다. 첫 번째, 과거제주 가족문화는 어떠한 특징을 갖는지 알아볼 것이다. 두 번째, 제주 가족문화의 변화이유를 살펴보며 한국의 가족문화와 유사해져가는 경향에 대해 여러 통계자료를 통해 살펴볼 것이다. 세 번째, 제주 가족문화에 대해 청년 3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하여 제주 가족문화가 과거로부터 어떤 점이 변화했는지 비교 분석할 것이다.

2. 연구방법과 범위

이 논문은 과거 제주도의 가족문화와 현재 제주 가족문화의 동향을 문헌연구방법과 심층면접법을 통해 조사한 결과이다. 일차적으로 과거의 제주 가족 문화에 대하여 조사하고 그 자료를 근거로 현재의 제주가족문화의 동향을 비교분석할 것이다. 
제주의 가족문화의 ‘과거’의 기준은 제주만의 가족특징이 비교적 뚜렷하게 찾아볼 수 있는 1980년 이전으로 한다. ‘현재’의 기준은 2019년도의 청년세대를 기준으로 한다. 

본 논문은 연구대상은 제주도민이며, 현재의 제주가족문화의 동향에서 과거와 비교되는 대상은 제주 청년이다. ‘청년’은 국어사전에서 ‘신체적·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을 시기에 있는 사람’을 의미하고 있다. 청년을 연령으로 구분하면 넓게는 10대에서 30대 후반까지, 좁게는 20대 연령집단을 말한다. 우리나라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시행령’에서는 청년의 나이를 15세에서 29세까지로 정하고 있지만,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이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는 경우에 ‘15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확대 정의했다. ‘제주특별 자치도 청년정책 기본 조례’는 만19세 이상 34세 이하의 사람이라고 정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만 22세부터 24세까지 각 1명을 대상으로 총 3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진행했고, 심층면접 대상자의 정보는 <표 3>과 같다.

제주가족문화를 조사하기 위해 본 연구가 설정한 조사범위는 제주가족문화의 중요 요소로서 총 6개로, 즉 혼인제도, 가족형태, 가족 내 지위, 친족관계, 제사와 장례 등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연구의 결과를 위의 6개 요소의 순서에 따라 비교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Ⅱ. 제주 가족문화의 변천

1. 과거 제주 가족문화의 특징 

조선후기 이후 제주도의 가족제도는 전통적 가족제도와는 다른 특이한 생활양식을 보여 왔다. 일찍부터 여자가 밭농사와 잠수 등으로 생산 활동을 주도하며 장남 분가, 재산의 균분상속 경향, 제사의 분할, 이혼과 재혼에 대한 사회적 규제의 약화, 촌락내혼, 문중조직의 약화, 외가친족 및 처가친족과의 긴밀한 협동 등은 부계의 원리를 강조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제도와는 상이한 비부계적 요소들을 갖고 있었다(박정희.2004).

한편으로 전통적인 한국가족의 특징을 지적되고 있는 부계적 요소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조상제사를 중시하고, 제사를 담당할 아들을 선호하는 남아선호사상이 만연했고, 후사를 얻기 위한 축첩제도나 양자제도 등이 제주도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졌었다. 제주도 가족제도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고 알려진 사후혼의 관행도 제사를 위한 봉사손을 입양하기 위한 장치로, 부계적 원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이창기, 1999).

이와 같이 제주도는 오랜 시간동안 한반도의 문화권에 속해있었으면서도 가족제도와 친족제도에 관한 한국의 전통가족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도 있지만, 전혀 원리를 달리하는 부분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즉, 부계적 요소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비부계적 특성도 강하게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은 일견 양립할 수 없는 상호모순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제주도에서는 오랜 세월동안 두 모습이 공존해왔다(이창기, 1999).

1) 혼인제도
1980년대 제주 여성의 초혼은 대체로 20세를 전후하여 이루어졌으며 18세에서 22세 사이에 과반수의 여성이 혼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호적 중초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당시 17세에서 21세 사이에 많은 여성들이 혼인하였고, 여성들에 한해서는 조혼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고 한다(이창기, 1999).

 19세기 말에도 제주도에서는 축첩이 많이 행해졌었다. 첩은 정처에 비해서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혼인제도의 하나로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아 비교적 안정된 지위를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제주도 혼인제도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촌락내혼도 성산읍, 조천읍, 애월읍, 표선면에 속한 8개의 마을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촌락내혼 비율이 높게는 66%에서 낮게는 27%로 약 40%를 점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뿐 만 아니라 2대 혹은 3대 이상 촌락내혼을 계속하거나 여러 자녀를 마을 안에서 혼인시키는 사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아 19세기 말에도 촌락내혼은 자연스러운 혼인양식으로 보편화된 혼인 방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제주도에서 양가 당내집단이 혼인 관계를 중첩시키는 겹사돈혼인도 드물지 않게 행해졌는데, 이는 혼인을 통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이창기, 1999). 즉, 제주도의 혼인제도는 여성들의 조혼이 심하지 않았으며, 축첩이 행해졌고 촌락내혼이 보편화된 혼인 방식이었고 겹사돈 혼인도 흔했던 것이다. 

2) 가족형태 
제주도의 가족문화에서 가족형태는 부계혈연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보편적이었다. 가구당 평균인원은 3명 정도로 나타났고 1세대 가족과 2세대가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예로 19세기 말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의 경우 호당 평균인원은 4명 미만의 소인수 가족이 대부분이었다고 추정되었다. 19세기 말의 제주도 가족의 규모는 소규모 가족이 보편적이었고, 가족구성이 단순했으며, 직계가족의 형태를 취하는 전통적 한국가족과는 달리 제주도의 경우 장남분가가 상당히 보편화 되어 있었다(이창기, 1999).

노부모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자녀의 부양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된 생활을 영위함으로써 제주도에서는 부모가족과 이등가족이 단일가구를 형성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 최재석은 1970년대 중반 제주도 동부의 한 마을을 조사하여 마을 내에 부모가 생존해 있는 장남 가족 54사례의 분가 실태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고한 바 있다(최재석, 1976). 장남이 부모를 부양하는 전통적인 한국 가족제도 하에서는 이들 각 사례들은 모두 부모와 자식 부부가 동거하는 직계가족의 형태를 취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최재석이 조사한 마을에서는 부모와 자식부부혹은 조모와 손자 부부가 동거하는 사례가 상당수 존재하기는 하지만 특별 사유가 없는한 부부와 미혼자녀를 중심으로 독립된 생활을 영위하여 있었다는 것이다. 자식이나 손자부부와 동거하는 경우는 결혼 직후 미처 분가하지 못한 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거의 노동력을 상실하였거나 홀로 생활하기 힘든 고령의 무배우자들이었다. 부부가 모두 생존해 있거나 남편이 사망해도 노동력이 있는 경우 자식들의 부양을 받지 아니한다. 즉 부부와 미혼자녀들로 구성되는 부부가족 혹은 핵가족의 형태가 주를 이루었던 것이다.

이처럼 부부를 중심으로 하는 제주도의 가족은 개별가족의 독자성이 강했다. 부모가족과 장남가족이 한마을에서 이웃해 살거나 한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들 사이에 남들보다 더욱 긴밀한 협동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생산 활동, 소비활동은 물론 일생생활의 가사업무에 이르기까지 상호 의존하지 않고 독립된 생활을 했다. 

또한 부모가족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는 부부중심의 제주도 가족은 가족의 범위를 넘어서는 친족집단으로부터도 독립되었다. 촌락내혼으로 인해 부계친과 외가친족 및 처가친족이 같은 마을에 함께 거주하면서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부부를 중심으로 독립해서 생활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전통적 가족문화와는 달리 부계친족의 결속력이 약해서 친족집단이 개별가족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즉, 제주도의 전통적인 가족형태는 한국전통가족의 모습과 같이 부계혈연 집단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한국 전통가족문화와는 달리 장남분가가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노부모는 노동력을 상실하지 않는 이상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자한다, 이로 인해 친족집단 내에서도 개별가족의 독자성이 강했다.

 3) 가족 내 지위
제주도 가족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여성에 대한 가족 내 지위가 비교적 높았다는 것이다.   부부중심의 가족생활은 부인의 자율성과 역할참여의 증대를 가져왔고, 부녀자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집안의 중요한 일은 주로 남편이 결정하는 육지의 전통적 가족과 비교할 때 부부가 서로 의논해서 결정하는 일치형이나 자율형 가족의 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김혜숙 1982).

그럼에도 제주도에서도 가사활동은 주로 여성의 역할영역으로 간주되고, 집안의 중대사항을 결정하거나 힘든일을 하는 것은 남성의 역할영역으로 보는 경향은 존재했다. 밭농사를 주로 하는 농업의 특수성 때문에 농사일에 여성의 노동력을 필요로 했다. 흔히 제주도 가족을 모성중심이라거나 처우위형이라 표현하는 것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비교적 높고, 가사활동 및 농업노동에 여성의 역할참여가 매우 많았기 때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가족 내 여성의 지위가 높은 것은 제주도의 고부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부부중심의 독립된 생활은 고부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통제력이 약화 시켰고, 시누이와 올케사이의 마찰기회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의 전통가족에서 흔히 심각한 문제로 지적 되는 고부갈등이나 시누이, 올케사이의 불화도 제주도 가족에서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김혜숙 1984). 제주도의 기혼 여성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친정을 드나들었던 것이나, 시동생과 시누이에게 경어를 사용하지 않고 평등어를 사용하는 것 등은 가족 내의 며느리의 지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예이다(최재석 1997).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자녀가 혼인 후에 분가해도 이웃이나 한 마을에 가까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과정에서 빈번하게 상호 왕래하면서 집안 대소사를 의논하고 금전이나 농기구를 상호 차용하기도 하며, 특히 힘든 농사일에 조건 없는 지원이나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부모가 노동력이 있고 자식이 분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부모가 자식을 돕는 일이 적지 않으며, 자식의 살림이 점차 안정되고 부모가 연로해졌을 때 자식이 부모를 도우며 상부상조하였다. 즉, 과거 제주 가족 내 지위의 특징은 부부간의 의사결정과정이나 며느리와 시어머니, 시누이, 올케의 관계에서 한국 전통문화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높았다는 것과, 부모와 자녀는 자녀의 혼인 후에 독립적인 생활을 하지만 서로 돕는 상부상조 관계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친족관계 ‘괸당’
제주도의 친족관계의 특성은 앞서 살펴보았던 부계 친족집단보다 ‘괸당’(김창민,1992)이라는 문화적 친족개념에 잘 드러난다. 괸당은 부계 또는 모계 친족집단이 없는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를 중심으로 한 친족 범주라고 할 수 있다. 앞서 혼인제도에서 살펴 본 것과 같이 과거 제주도에서는 같은 마을이나 이웃마을 사람끼리 혼인하는 마을내혼의 비율이 높았다(김혜숙, 1993). 마을내혼의 혼인망은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친정과 기혼 자매가 근거리에 거주했다. 때문에 평상시는 시집 괸당과 상호작용의 빈도가 잦으면서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친정 ‘괸당’과의 결속 강화를 보였다. 

또한 마을내혼으로 인해 부계친, 외가친(외척), 처가친(처족)이 한 동네에 살게 되어, 일상생활에서 부계친족뿐만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범위의 친족구성원들이 인접해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모든 ‘괸당’과 일상적 협조가 자연스럽게 유지되었다. 장례나 혼례과정에 출가한 딸이나 사돈댁 또는 외가친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과는 다르다. 외가나 처가친족과의 관계는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에 비해 긴밀했다는 것이다. 즉, 제주도의 친족관계의 특징은 나를 중심으로 한 친족 범주인 ‘괸당’이라는 문화적 친족 개념이 존재했다는 것과, 마을내혼으로 인해 친인척이 한 동네에 거주하여 외가친척이 전통적인 가족과는 달리 혼례나 장례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가졌다는 것이다(김혜숙, 1999).

5) 제사와 장례
제주도 가족에서도 한국 전통 가족과 같이 남아선호의식이 강하며 조상을 숭배하고 중시했다. 조상을 명당에 안장하기 위해 지극한 정성을 쏟았을 뿐만 아니라 아들을 얻기 위한 축첩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실제로 많이 행해졌었다. 문중조직이 발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상제사를 장남이 전담하는 곳에서는 종손의식도 뚜렷했고, 아들이 없으면 양자를 들이기도 했다. 이는 부계의 가계계승을 강조하는 한국가족의 구성원리로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부분들이다. 

그중 제주도만의 특징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균등상속으로 인해 제사분할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과거 제주도에는 장남이 조상의 제사를 전담하는 장남봉사 뿐 만 아니라 직계자손들이 조상의 제사를 나누어 봉행하는 제사분할의 관행이 널리 존재하고 있었다. 제주도의 제사분할은 균등상속을 기반으로 하여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제사분할의 역사가 오래되었거나 분할이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가문은 재산을 균등하게 상속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남우대상속이나 장남단독상속이 이루어졌음에도 제사를 분할하는 경우도 흔히 발견되었다. 이러한 경우 제사분할의 역사가 비교적 짧고 근대에 와서 제사를 분할하게 된 가문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이창기, 1999). 

장례에 대해서도 유교문화의 중시풍조로 사설 가족묘지 등의 조성을 통해 후손들의 성공을 기원하려는 풍수 지리적 사고로 인해 장례 시 매장의 형태가 보편적이었다(고관용, 2014). 하지만 장례과정에 출가한 딸이나 사돈댁 또는 외가친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육지의 전통적인 가족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즉,  제주도 역시 유교문화를 중시하여 조상의 제사를 중시했고, 균등상속을 기반으로 제사역시 분할하여 지내는 곳이 많았다. 또한 매장유형 중 매장을 선호했고, 장례에 외가친족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2. 제주 가족문화의 변화

1) 제주 가족문화 변화 요인
 (1) 경제 불황

제주도의 가족문화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에 따라 변화해왔다. 가족단위 밭농사가 주 생계유지 수단이던 과거에서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며 생계유지 수단이 다양해졌고 가족문화에도 영향을 주었다. 특히 1997년 발생한 IMF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가했다.  경제 불황의 시발점으로 노동시장의 유연화, 도시 내 주거비용 상승 등 사회불안이 증가하였고 이로 인해 사회문화적인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현 청년세대를 일컫는 신조어들은 불안정한 사회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88만원 세대’, ‘달관세대’,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 대학 졸업생 4명 중 1명이 해당한다는 ‘니트족’,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했다는 뜻의 ‘3포세대’ 그리고 불안정한 일자리, 학자금 대출상환, 기약 없는 취업준비, 치솟은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인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거나 기약 없이 미루는  ‘n포세대’ 등 그 의미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지금의 암울한 청년세대를 칭하는 말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한 부모와의 동거 여부에 대한 설문에서응답자의 57.4%인 516명이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었고, 383명(42.6%)가 따로 거주하고 있었다. 

현재 제주에서도 상당수의 청년은 이와 같은 사회 구조의 전반적 변화로 인해 불안정고용, 저임금과 비정규 노동 등의 상황 속에 놓여 새로운 빈곤집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외환위기 이후 심각해진 경제적 불안에 기인한 사회불안들은 사회 취약계층으로 몰아넣으며 현 청년세대의 가족관 변화에 압력으로 작용했다.

<표1> 만 19세~34세 제주 처연의 부모님과 동거 여부
출처:제주특별자치도

 

(2) 결혼관의 변화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전국 17개 시·도 청년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51.4%였다. 청년가구 2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라는 것이다. 여기서 20-24세 1인 가구는9.3%로 나타났다.  제주지역 청년인구 1인 가구 비율은 전국보다 낮은 43.6%였으며, 연령대 별로 20-24세 1인 가구가 69.6%로 가장 높고, 연령이 높을수록 1인 가구는 낮아진다. 2017년 KB금융지주 연구소의 현대 사회 1인가구의 장·단점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혼자 살면서 ‘자유로운 생활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가족을 형성하거나, 속해있으면 자유로운 생활과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바꿔 말할 수 있다. 반면, 단점으로는 ‘심리적인 안정’, ‘안전 및 위험’에 대한 우려, 경제적으로 ‘주택구입 자금’ 및 ‘노후자금’ 마련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크다. 
그럼에도 10명 중 7명은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하고 있으며, 향후 혼자 살 의향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이를 보았을 때 개인은 여전히 경제적인 걱정과 가족이 주는 안정감을 이유로 가족으로의 소속을 고민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1인가구의 장점으로 보며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면서 까지 가족에 소속되는 걸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결혼을 통한 가족의 형성을 당연시 여겼던 세대와는 달리 뚜렷하게 나타나는 새로운 세대의 특징이라 볼 수 있겠다.

<그림 1> 평균 초혼연령 2010~2017년
자료: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우리나라에서 자발적으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독신자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의 초혼연령은 전국 평균연령보다 높아 결혼지연 현상이 두드러진다. 2017년 기준 평균 초혼연령을 여성이 30.5세, 남성이 33,4세로 남성의 초혼 연령이2.9세 더 높게 나타난다. 2010년과 비교하여 남녀 모두 초혼연령이 1.3세 증가하여 초혼시기가 더 늦어졌으며, 전국과 비교해도 초혼시기가 조금 더 늦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결혼에 대한 생각으로는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도 괜찮다’는 괜찮다가 387명, 아니다가 395명으로 결혼과 독신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만 결혼이 가능하다’는 그렇다가 580명, 아니다가 133명으로 나타났으며,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그렇다가 329명, 아니다가 382명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제주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결혼관의 변화는 높은 교육수준과 의식수준을 가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주의가 팽배하면서, 공동체나 가족의 갖가지 억압, 통제, 간섭, 전통적인 인습 등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를 즐기려는 경향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제주도의 젊은 세대들 역시 후기산업사회의 핵가족화, 가족해체 현상 등을 겪으며 가족이 서로 소원해지고 유대감과 친밀감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 자기중심의 인생관과 가치관, 자기보호 본능에 치중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난, 취업난, 여성의 육아와 교육비용 부담 등 현실적인 실생활의 문제들이 강박관념이 되면서, 결혼관의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2) 제주 가족과 한국 가족의 외형이 동일해지는 경향

1980년 이전까지 제주도 특유의 가족제도가 근본적 요인으로 제주도는 가구규모가 작고, 구성이 매우 단순한 특징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1980년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며 한국의 가족 형태와 유사해져갔다(이창기,1999). 이에 대해 이창기는 『제주도의 인구와 가족』에서 “앞으로 제주도 가족의 외형적 모습을 한국 전체의 모습과 비교해서 분석하는 작업은 더 이상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제주도 가족과 한국사회 전체 가족 모습이 외형상 상당히 유사해진다 하더라도 가족생활의 질적 내용은 여전히 매우 상이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가 제주도 가구(2008)(위). 전국과 제주도 일반가구 및 1인 가구 (2017년)(아래).

제주도의 인구구조와 가구구성은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 가구 규모가 축소되고 가구구성이 단순화되는 핵가족화 현상이 가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1인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그 비율도 외형상 제주도 가족과 한국 전체의 일반적 가족형태를 구분하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그림 2>에서 알 수 있듯이 1인 가구 뿐 만 아니라 부부로만 이루어진 1세대가족,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2세대 가족, 조부모와 부부, 자녀로 이루어진 3세대 가족의 비율 또한 전국과 제주도가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가족문화에 대한 많은 연구들에서도 제주도의 가족문화는 급속한 사회발전을 이룩하며 한국의 가족문화와 표면적으로 유사해졌다는 평을 받는다.

이로 인해 제주도 가족연구에서 가족관계와 가족생활의 내적구조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 것이다. 

3. 현재 제주 가족문화

앞서 한국의 가족문화와 제주의 가족문화가 유사해지고 있는 경향을 통계치를 통해 확인해보았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단순 인구적 통계 수치만으로 제주가족문화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전국과 비교했을 때 유사해지는 경향을 보여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과거로부터 달라진 제주 가족문화를 알기 위한 미시적인 연구의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심층면접법을 사용하여 제주 가족문화의 변화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심층 면접은 변화하는 제주가족문화의 과도기를 겪으면서도, 앞으로 제주 가족문화의 축이 될 제주 청년인 김OO(만22세, 여), 문OO(만23세, 여), 오OO(만24세, 남) 총 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심층 면접은 2019년 11월 24-25일 총 2일 동안 진행되었으며, 제주시내의 각기 다른 장소에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조사의 범위는 혼인제도, 가족형태, 가족 내 지위, 친족관계, 제사와 장례로 과거 제주가족문화의 특징으로 두드러진 총 5가지의 범주로 설정하여 심층면접 대상자의 견해를 물어보았다.

 1) 혼인제도
앞서 결혼관의 변화에서 살펴본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결혼관은 과거와 다르다. 한국의 청년들은 더 이상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심층면접의 대상자에게서도 나타났다.

“결혼은 원하는 경우 자기 선택에 따라 하는 것으로 의무가 아니에요.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 함께 오랜 기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배우자의 성격과 생활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혼 이후 자녀 출산도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낳고 싶어도 못 낳는 경우도 있고, 계획되지 않은 임신도 흔하기 때문입니다.  결혼이든 자녀 문제든 의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2019년 11월 24일, 제주 에이바우트 시청점, 김OO 인터뷰 중에서

“결혼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지만 저는 결혼을 하고 싶어요. 혼자 나이를 먹으며 늙어가는 것은 고독할 것 같아요.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동반자가 필요해요. ”
“자녀의 출산은 결혼생활에서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 11월 24일, 제주 에이바우트 시청점, 문OO 인터뷰 중에서

 2) 가족형태

 김OO씨의 가족은 제주도의 전통가족과는 달리 3세대로 이루어진 가족이었다. 앞서 살펴보았던 것과 같이 일반적으로 제주 전통가족에서 나이가 든 부모는 가족과는 독립적인 삶을 살기 원하며,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부양받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할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것은 할아버지가 경제적으로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가 아니에요. 우리집안은 제주도에서 계속 살아왔고, 아버지가 장남이 아니지만 결혼 할 때부터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현재 부모님에게 경제적 지원을 전적으로 받고 있으며, 후에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지만 부모님이 원치 않아하세요.” -2019년 11월 24일, 제주 에이바우트 시청점, 김OO 인터뷰 중에서

“부모님과 2명의 여동생과 한 집에서 함께 살고 있어요. 아직 부모님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지만, 후에 부모님을 부양할 생각이 있습니다. 부양한다는 것은 같이 동거하는 것이 아닌, 경제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에요. 부모님께서도 (자녀의 자립 이후)독립적인 생활을 꿈꾸고 있으시고, (자녀와) 동거하는 것을 원치 않아 하십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밥을 같이 먹고 싶다고는 하세요. 부모님에게 아직 정기적이지는 안지만 어느 정도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어요. 평소 20대 중반 까지는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해온 터라 하루 빨리 독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부모가 된다면 20대 초에 자녀들을 독립시킬 것 같아요.” -2019년 11월 25일, 제주 에이바우트 칠성점, 오OO 인터뷰 중에서

오OO씨의 경우 후에 부모님 부양에 대해서 경제적인 부양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오OO씨의 부모님 또한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형태의 부양은 원치 않고, 부부만의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제주도의 노부부가 독립적인 생활을 추구한다는 특징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제주도만의 특징으로 남아있는 것인지, 현재 한국의 나이든 부모에게서 보이는 특징인지는 알 수 없다.

 면접대상자들의 인터뷰내용을 종합해보면 가족형태는 3명의 심층면접 대상 모두 상이했으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서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나타났으며, 취업 이후 독립을 꿈꾸고 있다는 유사점도 보인다. NEET족, 캥거루족으로 묘사되기도 하는 현재 한국의 청년들의 모습이 제주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3) 가족 내 지위

 과거 제주 가족 내 지위의 특징은 부부간 의사결정 과정이나 고부관계나 시누이, 올케 관계에서 한국 전통문화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높았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한국 가족문화와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과거 제주도의 여성이 가족 내에서 지위가 비교적 높았던 모습은 현재에도 그 특징이 남아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가족 관계가 친한 편이에요. 경제적인 부분은 부모님이 모두 지원 해주고 있는 상태이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부모님이 지지해 주는 편이라 여유를 갖고 취업분야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나는 부모님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하지 않아요. 친가 쪽에서도 여성의 지위도 괜찮습니다. 명절에 (가족회의 사항이 있으면) 며느리에게도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해요. 가족의 중요 결정을 내릴 때를 생각하면 실질적인 권력은 여자가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2019년 11월 24일, 제주 에이바우트 시청점, 김OO 인터뷰 중에서

“우리 가족 내에서 여성의 지위가 높다. 대소사 결정을 할 때도 어머니와 아버지가 충분한 대화를 통한 합의를 통해 결정해요. 저의 의견이 반영될 때도 있습니다. 아버지는 저의 의견을 존중해주시는 편이고, 어머니는 나를 통제하는 편입니다.” -2019년 11월 25일, 제주 에이바우트 칠성점, 오OO 인터뷰 중에서

김OO씨의 경우 가족회의에서 며느리의 의견도 존중하며, 집안 분위기 역시 여자가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오OO씨의 가족 역시 부부간의 의사결정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오OO씨가 장손임에도 자신의 가족 내 지위에서 ‘여성의 지위가 높다’라고 평가한 점은 여전히 제주의 가족 내 지위에서 여성의 지위가 한국 전통문화에 비해 높은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김OO씨와 오OO씨의 가족 모두 자녀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가부장적인 가족제도에서 한 걸음 더 벗어난 모습을 볼 수 있다.

4) 친족관계‘괸당’

제주도 친족 관계의 특징인 ‘괸당’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심층면접에서 제주 청년들은 ‘괸당’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아버지는 3녀 2남에서 차남이에요. 내가 몇 대손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괸당에 대해서 단순히 친척들과 친하게 어울려 지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취업에 있어서 인맥을 빌미로 다른 사람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이 악용 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11월 24일, 제주 에이바우트 시청점, 김OO 인터뷰 중에서

김OO씨의 경우 인터뷰를 할 때 표정과 어조에서 괸당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김OO씨는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중이었는데, 괸당문화가 취업에 영향을 미쳐 개인의 기회를 박탈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김OO씨는 자신이 몇 대손인지 확신하지 못하였는데, 이러한 청년들의 반응은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것은 현재 제주도 친족문화의 특징인 괸당의 전통성이 약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괸당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해요. 아버지는 2대독자로, 장손으로서 제사를 도맡아 왔지만 그럼에도 친인척 관계에서 아버지의 지위가 높지 않습니다. 집안의 경조사가 있으면 어른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세뱃돈을 정하는 일이나 제사를 몇 시에 지낼지 등 어르신들과 함께 논의하시기도 하고, 경조사를 어떻게 치르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셔요.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봐오면서 제사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같게 되었어요. 제사라는 것은 조상을 기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해요. 가족보다는 친인척관계에 얽혀있다고 생각하는데, 친인척관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족보다 친인척 관계가 중시 되는 것이 싫었어요. 괸당 모임은 제사 때나 벌초 때 이루어지는데, 벌초 때는 어머니 이외의 여자는 참가하지 않습니다. 괸당 사람들이 얄미울 때도 있는데 추석 때나 제사 때 교회를 다닌다거나 다른 이유들로 코빼기도안보이다가 설날에 세뱃돈 받으려고 오는 분이 있어요. 이렇게 서로 돕지 않고 자기이득만 챙기는 모습을 보니 괸당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고 느껴졌습니다.” - 2019년 11월 24일, 제주 에이바우트 시청점, 문OO 인터뷰 중에서

역시 괸당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자신의 가족보다 친인척 관계가 중시되는 것이 싫다고 말하였고, 괸당 내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괸당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제주 청년들은 괸당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향후 괸당의 결집력이 더욱 약화되리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버지는 21대 종손으로서 벌초,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 등 각종 괸당모임에 참석하십니다. 괸당에 총무, 회장 등과 같은 관리하는 체계가 잡혀있는데, 아버지가 주도하여 관리 체계를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회장은 종손인 아버지가 맡고 있습니다. 관리자급인 사람은 종손이랑 가까운 항렬이나, 항렬이 높은 분들이 관리 함께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었던 친척들이 잘 모이게 된 것 같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던 문중재산이 있는데 그 재산을 관리하는 일도 합니다. 문중재산을 은행에 맡기거나, 임대하여 발생한 그 소득은 괸당 모임 때 사용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문중이 돌아가는 원리는 조상이 남겨준 토지(재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것에 대한 이해관계가 없으면 모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중재산과 관련 없는 사람들은 벌초 때만 모이는데, 점차 잘 참여하지 않습니다.” -2019년 11월 25일, 제주 에이바우트 칠성점, 오OO 인터뷰 중에서

종손인 오OO씨의 경우 괸당을 문중재산에 대한 이해관계로 유지되고 있는 관계로 보고있었다. 이 역시 괸당이 서로 돕고사는 친밀한 관계가 아닌 자신의 이득에 따라 이용하고, 유지하는 관계로 봄으로서 괸당에 대한 변화된 시각을 보여준다. 이러한 괸당에 대한 변화된 시각은 가족문화의 해체와 개인주의 확산이라는 현 사회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5) 제사와 장례

한국전통문화에서 유교문화를 중시 했던 것과 같이 제주역시 조상의 제사를 중시했다. 다만, 균분상속을 기반으로 제사를 분할하여 지내는 곳이 많았다. 또한 장례방식이 화장으로 보편화된 한국사회에서도 비교적 높은 비율로 매장방식을 선호해오기도 했다.

“제사를 거의 다 합제하여 1년에 4번 차례(제사2명절2)지내요. 할아버지가 살아계셔서 할아버지를 모시는 자신의 집에서 제사를 주도하는 편이에요. 제사 장소는 할아버지 집으로, 며느리들이 모여 음식을 하며, 제사 비용은 할아버지가 내시거나 (친척들이)나눠서 내요. 재산분배는 남녀 차등이 조금 있었어요. 고모 둘이 1인분을 나눠가졌어요. 제사를 지낼 때 여자. 남자의 역할이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었어요. 음식과 설거지는 주로 여자가하고 제지낼 때는 원래 남자만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작은할아버지 제사에선 제지낼 때 제가 절하기도 해요. 아마도 자신을 기준으로 촌수가 많이 차이나면 여자가 안하지만, 자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처럼 가까운 촌수의 제사 일 때는 여자도 제를 지내는 것 같아요. 집사를 보는 것은 남자가하는데 절을 여자가 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에요. 친척집중에 아들이 없는 고모집의 경우 고모가 절을 대신해요. 저는 제사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아요. 왜냐면 제사시간을 11시에서 9시로 바꾼 것과 음식도 전통적인 것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 가족과 함께 먹고 싶은 것으로 만들고 음식가짓수도 간소화해왔기 때문이에요. 제사를 물려받는 것은 장손이 가져갈 것이고, 셋할아버지 제사의 경우 고모가 아들이 없어서 제사를 다른 집이 가져가야 하는데 아마도 우리 집이 받게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제사는 동생이 물려받을 것입니다. 부모님의 재산상속은 남동생과 나에게 공평하게 이루어 질 거예요. 장례문화에 대해서 부모님과 나는 화장이나 수목장을 원하며 매장은 원하지 않으세요.” -2019년 11월 24일, 제주 에이바우트 시청점, 김OO 인터뷰 중에서

김OO씨의 경우 아버지가 제사를 상속받으며, 아버지의 다른 여자형제보다 재산을 많이 물려받았다고 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제사를 지낼 때 여성도 함께 참여한다고 한다. 또한, 제사에 대해서도 여전히 장손에게 물려줌으로서 전통성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간소화하고 축소하고 있는 경향이 보인다. 또한 제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여기에는 제사가 간소화되고 현대에 맞게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제사가 현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고, 변화를 통해 수용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사지낼 때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된 편입니다. 제사 때 여자는 음식을 하고 집안의 중대 사항을 결정할 때 여자들은 관여를 못합니다. 장손집이지만 여자라서 제지낼 때 참여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제사 드리는 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재산은 균등상속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제사를 물려받고 싶지 않습니다. 제사를 지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2대 독자이자 장남인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제사와 재산도 아버지가 모두 물려받았습니다. 아버지는 재산을 남동생한테만 주시려고 하지만 추후 재산 분할에 대해 논의 해 볼 생각입니다. 만약에 재산을 받기위해 제사를 해야 한다고 하면 재산상속을 포기하는 것을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남동생에게 제사를 많이 안주기 위해 음식을 간소화하거나 제사시간을 12시나 1시에 9시나 10시로 바꾸는 등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제사는 큰집에서만 지내는데, 명정은 3군데에서 지냅니다. 듣기로는 다른 가족들은 제일 큰집이 먼저 제를 지내지만 순서를 바꾸어 우리 가족은 마지막에 제를 지내며, 제를 끝내고 논의할 사항들을 논의합니다. 제사는 명절을 포함해서 1년에 7번 지낸다. 보통 명절 다음날 고모들이 큰집인 우리 집으로 오세요. 그 중 육지 사람이랑 결혼하신 고모는 명절 때 오지 않으십니다. 제사 때는 친척 분들이 왔다 가는데 5명 정도입니다. 제사에 대한 자세한 절차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동생은 집사보는 것을 연습할 만큼 제사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사후에 제사를 원하지 않으세요. 나또한 제사를 바라지 않으며, 제사가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것으로 그 뜻이 나쁘지 않지만, 절차와 형식이 복잡하여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방식이 자유롭게 바뀌면 제사의 형식으로 인해 가족끼리 오히려 얼굴 붉히는 경우도 있어 없어지면 그럴 일이 없어져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장례에 대해서는 부모님이 화장을 원하시지만 저는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화장절차를 지켜 볼 자신이 없고 죄짓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나에 대한 장례 형식은 화장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2019년 11월 24일, 제주 에이바우트 시청점, 문OO 인터뷰 중에서

문OO씨의 경우 제사와 재산모두 장남인 아버지가 상속하였다. 때문에 아버지가 장남인 남동생에게만 재산을 상속하려는 경향을 보이지만, 자신은 재산을 균등상속 받고, 제사는 장남이 상속하는 것을 원했다. 제사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하는 모습은 간소화되고 축소되고 있지만 번거롭고, 절차와 형식이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제사는 더욱더 다양한 방식의 고인을 추모하는 형태로 변화해야한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4녀 2남중에 5째인데 종손입니다. 저는 1남 2녀 중 장남으로 친인척에서의 나의 지위는 종손입니다. 종손이라고 해서 친족관계에서 권한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사를 해야 할 의무나 종손으로서 제주도에 계속 남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습니다. 아버지 때 유산을 아들에게만 상속시키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고모들의 항의로 있어 재산을 균등상속하고 제사는 장남 상속했습니다.9∼16대까지 무덤을 가족 공동묘지로 이전했습니다. 가족 공동묘지에는 종손만 들어가게 되는데, 이게 문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제사는 살아있는 분으로부터 3대손 위까지 제사를 지냅니다. 과거에는 할아버지의 할머니 제사를 따로 했었는데, 지금은 번거롭고 힘들기도 하고, 사회적 인식이 변화해서 그에 맞게 합제하여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예전에 제사 8번에 명절 2번으로 총 10번 지냈던 제사를 합제하여 1년에 3번, 명절 때 2번 지내서 총 5번 제사를 합니다. 간소화는 아버지의 결정으로 이루어졌고, 집안회의가 아닌 종손가족이 결정사항이었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간소화한 것을 인정했습니다. 명절 때는 친척이 많이 오지만 개인 제사 때는 많이 오지 않습니다. 제사에 방문하는 사람은 아버지의 관계를 중심으로 달라지는데, 할아버지 제사 때는 아버지의 친한 친구들이나 오씨 성을 가진 문중 괸당들, 할아버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 친인척 참여합니다. 제사의 절차에서 총 4명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 중 한명은 집사의 역할로 제사를 지내는데 돕는 역할을 합니다. 제지내는 시간은 원래 돌아가신 시간에 맞춰 다른 시각에 했었지만 근래 들어 같은 시간대로 통합하여 9시나 9시 30분에 시작합니다. 할아버지 이외 개인제사 때 꼭 방문해야하는 사람들은 작은 아버지이다. 남자형제들이 제사와 재산을 많이 나누게 되기 때문에 작은아버지에게도 제사에 대한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후에 제사를 계속 지낼 것 같지만 방식을 달리 하거나 간소화 시킬 것 같습니다. 전통적으로 내려왔던 것 이기도하고, 조상을 기리며, 정성들여 그리움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후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기리는 방식으로 제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의 사후에도 제사를 지내달라고 할 것 같습니다. 선호하는 장례유형 가족묘지에 매장되는 것입니다. 화장도 괜찮지만 묘의 형태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2019년 11월 25일, 제주 에이바우트 칠성점, 오OO 인터뷰 중에서

종손인 오OO씨의 경우 다른 면접대상자보다 제사절차를 상세히 알고 있었다. 또한, 제사에서 자신의 역할이 주어져있었고, 어린 시절부터 제사에 참여해왔기 때문에 제사를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오OO씨를 포함한 총 3명의 면접대상자가 제사와 장례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보인 것은 제사가 합제, 음식의 간소화, 제사시간의 조정 등으로 간소화되고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OO(24, 남)의 경우 다른 집들에 비해 종갓집으로서 괸당의 체계가 나름 잘 잡혀있고, 전통성을 좀 더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제사를 간소화시키는 모습이 나타난다. 또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경향은 재산에 대한 분할과 제사에 대한 분할정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제사는 기피하고, 재산에 대해서는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을 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례에 대해서는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4. 제주가족 문화의 과거와 현재 비교

앞서 과거제주 가족문화의 특징을 문헌연구를 통해 조사하여 제주가족문화의 중요 요소를 혼인제도, 가족형태, 가족 내 지위, 친족관계, 제사와 장례문화로 나누었다. 이후 현 제주청년세대에 해당하는 3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조사 대상자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본 연구의 결과는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구구성의 통계치의 비교만으로 제주문화의 특성을 찾기가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심층면접을 통해 제주가족문화의 내면을 보고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사결과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과거 제주도의 혼인제도는 여성들의 조혼이 심하지 않았으며, 축첩이 행해졌고 촌락내혼이 보편화된 혼인 방식이었으며 겹사돈 혼인도 흔했던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서 제주도의 초혼연령은 2017년 기준 평균 초혼연령을 여성이 30.5세, 남성이 33,4세로 전국과 비교했을 때 초혼시기가 조금 더 늦을 뿐 유의미한 차이를 찾기 어렵다. 혼인제도와 관련하여 결혼과 자녀 출산은 선택적인 것으로 보거나, 결혼을 사회적 지지체계로서 안정감을 주는 관계를 형성 할 때 사회적으로 필요한 절차로 보는데, 이처럼 혼인제도는 형식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결혼관에 대해서도 제주도의 혼인제도는 더 이상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두 번째, 제주도의 전통적인 가족형태는 한국전통가족의 모습과 같이 부계혈연 집단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한국 전통가족문화와는 달리 장남분가가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노부모는 노동력을 상실하지 않는 이상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자한다. 이로 인해 친족집단 내에서도 개별가족의 독자성이 강했다고 한다. 현재의 가족형태에서는 조사대상자 모두 장남분가가 이루어졌지만, 김OO(22, 여)의 경우 차남이 별다른 이유 없이 할아버지를 모시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친족집단 내에서 종손이나 장남인 경우 개별 가족의 독자성이 떨어지는 대신 괸당의 결집이 비교적 강하게 나타난다. 덧붙여 조사대상자 김OO(22, 여), 오OO(24, 남)의 경우 자녀가 부모를 부양할 생각은 있으나 부모가 원치 않고 자녀와 떨어진 독립적인생활을 원한다는 점에서 제주 가족문화의 특성 중 하나인 노부모의 독립적인 생활에 대한 욕구는 세대를 거쳐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세 번째, 과거 제주 가족 내 지위의 특징은 부부간의 의사결정과정이나 며느리와 시어머니, 시누이, 올케의 관계에서 한국 전통문화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높았다는 것과, 부모와 자녀는 자녀의 혼인 후에 독립적인 생활을 하지만 서로 돕는 상부상조 관계였다는 것이다. 심층면접 조사결과에서는 가족 내 지위는 3명의 대상자 모두 다르게 나타났는데, 김OO(22, 여) 가족의 경우 제를 지낼 때 여성이 절을 하는 모습과, 오OO(23, 남) 가족의 부부간의 의사결정이 어머니와 아버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 자신의 가족 내 지위에서 ‘여성의 지위가 높다’, ‘가족 내 여성의 지위가 높다’라고 평가한 점은 여전히 제주의 가족 내 지위에서 여성의 지위가 한국 전통문화에 비해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네 번째, 제주도의 친족관계의 특징은 나를 중심으로 한 친족 범주인 ‘괸당’이라는 문화적 친족 개념이 존재했다는 것과, 마을내혼으로 인해 친인척이 한 동네에 거주하여 외가친척이 전통적인 가족과는 달리 혼례나 장례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가졌다는 것이다. 현재 괸당문화가 취업에 영향을 미쳐 개인의 기회를 박탈한다고 보거나, 괸당이 자신의 가족보다 우선 시 되기 때문에 괸당에 대해 부정적으로 본다는 시선이 있었다. 세 명의 면접대상자 모두 괸당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괸당과의 교류에서 긍정적인 점보다 부정적인 점을 많이 체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친인척의 관계 개선의 방법으로서 제사의 방법을 간소화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 문OO(23, 여)의 경우 ‘교회를 다닌다고 명절, 제사 때 안 오면서 세뱃돈 받으러 설날 때 오는 친척이 얄밉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OO(24, 남)의 경우에도 친족관계를 괸당이 문중재산이 자본적인 관계로 유지된다고 보며 다소 괸당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괸당에 대한 변화된 시각은 개인주의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현 시점에서 가족문화의 해체와 개인주의의 확산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다섯 번째, 제주도 역시 유교문화를 중시하여 조상의 제사를 중시했고, 균등상속을 기반으로 제사역시 분할하여 지내는 곳이 많았다. 또한 매장유형 중 매장을 선호했고, 장례에 외가친족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심층면접을 통해 제사와 장례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보인 특징은 제사가 합제되고, 음식이 간소화되며, 제사시간이 조정되는 등 제사가 간소화되고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OO(24, 남)의 경우 다른 집들에 비해 종갓집으로서 괸당의 체계가 잡혀있고, 유교적 전통성을 비교적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사를 간소화시키고 있다고 답하였다. 덧붙여 공통적으로 나타난 경향은 재산에 대한 분할과 제사에 대한 분할정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김OO(22, 여)와 문OO(23, 여)의 경우 제사는 기피하고, 재산에 대해서는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을 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제주도의 전통적인 제사문화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희미해져 갈 것으로 예측된다. 

 장례에 대해서는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장례문화에 대해서는 대체로 참여해본 횟수가 적어 잘 모르겠다고 답하거나, 대답을 꺼리는 경향을 보여 심층면접이 미흡하게 이루어져 연령대를 달리하여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Ⅲ. 결론 

본 연구는 문헌연구를 통해 과거 제주 특유의 가족문화의 중요 요소를 혼인제도, 가족형태, 가족 내 지위, 친족관계, 제사와 장례를 범주화하여 문헌연구방법과 심층면접법을 통해 제주 가족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였다. 이 연구의 한계점은 심층면접을 진행한 대상자가 3명에 그쳐 연구의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과 기존 제주 가족문화 연구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연구이기 때문에 원 자료에서의 오류가능성으로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본 연구가 의미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구구성의 통계치의 비교만으로 제주문화의 특성을 찾기가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심층면접을 통해 제주가족문화의 내면을 보고자했다는 점이다.

제주 전통문화의 중요 요소로 표현된 5개의 범주 중, 연구결과에 따라 여전히 제주도에 전통적인 가족문화의 성격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노부모의 독립적인 생활에 대한 욕구가 높다는 것, 가족 내 여성의 지위가 높다는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이 두 가지의 성격이 현재 한국 가족문화와의 차이점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추후 연구에서 비교했을 때 차이점이 나타나게 된다면 여전히 남아있는 제주도만의 독특한 가족문화로 특정될 수 있기 때문에  연구가치할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전통가족문화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 모습이 희미해져 가고 있었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종갓집을 중심으로 괸당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 두 번째, 제사가 점차 간소화되고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며, 제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맞물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희미해져 갈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 괸당과 제사에 대해 미시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면접대상자 들의 말에 따르면 제사문화의 경우 부모 세대에서 간소화 시키고 있는데, 이는 면접대상자 즉, 자녀세대로 왔을 때 더욱 간소화 된 상태로 제사의 대물림이 일어나거나 소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개인주의가 팽배해 지고 있는 현 한국 사회의 큰 흐름에 따라 개인이나 가족적 차원에서 제주가족문화의 특성을 지키는 것은 힘들 것으로 사료된다. 따라서 활발한 연구를 통해 문헌으로 나마 제주 전통가족문화를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나갈 필요성이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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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성가족연구원. 2018. 『2018 통계로보는 제주 여성가족의 삶』. 
제주특별자치도. 2017. 제주청년종합실태조사 및 청년정책기본계획보고서
KB금융지주연구소. 2017. 『한국 1인 가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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