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Ⅰ. 들어가며

Ⅱ. 이론적 배경과 분석틀
  1. 개념논의
  2. 선행연구 검토
  3. 분석틀

Ⅲ. 연구대상 및 방법
  1. 연구대상 
  2. 연구방법

Ⅳ. 연구결과 및 분석
  1. 주민인식
  2. 주민참여
  3. 행정지원

Ⅴ. 나가며

<참고문헌>

 

Ⅰ. 들어가며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섬 제주에는 1만 8천여 신들의 숨결이 녹아들어 있다. 오랜 옛날부터 수많은 신들의 이야기가 제주인의 삶과 함께 해왔고, 이는 '신화'라고 일컬어지며 제주만의 특색있는 문화가 형성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신들의 이야기는 마을의 수호신이 어떻게 해서 그 마을에 좌정(坐定)하게 되었는지를 풀어내는 ‘본풀이’의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본풀이는 마을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기에 마을별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며, 마을 주민들의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본풀이의 흔적은 마을 구석구석에 유적 등의 형태로 남아있으며, 사람들은 지금도 각 마을의 '신당' 에서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좋고 힘든 일들을 털어놓거나 가족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 이렇듯 예로부터 당은 제주 사람들에게 있어 심리적 안식처의 역할을 하였다. 

당을 기반으로 형성된 신앙체계인 당신앙은 제주인의 의식과 문화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이다(조성윤ㆍ하순애ㆍ이상철, 2003). 단순한 제주의 전통문화의 차원을 넘어서 제주 사람들의 의식적 뿌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역사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제주의 당신앙은 타지역에 비해 많은 가짓당 가짓당이란, ‘가지 갈라온 당’이라는 뜻으로, 특정한 당의 당신을 다른 곳에다 따로 모시는 경우를 말한다(제주지역 민간신앙의 구조와 변용, 조성윤·이상철·하순애)이 존재하고, 당 본풀이가 거의 소멸하고 있는 육지와 달리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등 타지역에서는 사라진 무속의 모습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에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당신앙의 보존 및 전승에 있어서는 공동체적 제의인 본향당굿이 그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의 많은 마을에서는 이를 주기적으로 열어 왔는데, 본향당굿이 열리는 날에는 마을 주민들이 한데 모여 마을과 개인의 무사 안녕 또는 농경과 목축의 번영 등을 기원한다. 본향당굿의 중심적인 요소는 심방이 구연하는 ‘본풀이’이다. 심방은 마을의 역사가 담겨 있는 본풀이를 읊고 주민들은 그것을 직접 보고 듣는다. 심방의 옆에서 본향당굿의 진행을 돕는 ‘단골’들 역시 수십 년 전부터 이 전승 현장에 함께 해왔다. 본풀이는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는 구비전승(口碑傳承)의 특성을 띤다. 때문에 본향당굿에 참여하여 본풀이를 보고 듣는 주민 전체가 직·간접적으로 그 전승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전승이 되고 주민들이 공유하며 전승되기도 한다. 그러나 본향당굿만큼 많은 사람이 한 곳에 모여 큰 규모로 전승이 이루어지는 자리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본향당굿은 당신앙이 전승되는 가장 중심적인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 전승 과정에서 주민들이 다 함께 같은 신앙을 공유하며 일체감과 유대감을 가지게 되고, 서로 협력하며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등 결속이 강화된다. 즉, 본향당굿은 마을 공동체를 결속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재 제주의 본향당굿은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 전통문화에 대한 교육의 부재로 인해 신세대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세태나 본향당굿을 이끄는 주체인 심방과 단골 심방이란 제주의 무속적 사제를 의미하고, 단골은 마을의 신앙 조직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이 둘은 본향당굿 운영 주체에 속한다.  의 고령화 등이 그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여연·문무병, 2017) 또한 제주의 많은 마을에서 본향당굿을 간소화하는 추세와 광범위한 개발로 인한 신당 파괴, 외래 종교의 유입 및 본향당굿에 대해 미신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사회 분위기 등은 본향당굿의 보존과 전승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구좌읍 송당리는 본향당굿을 잘 지켜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 당신앙의 메카라고도 일컬어지는 송당리에서는, 제주의 다른 마을들이 당굿을 간소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비해 매년 4번의 본향당 굿인 신과세제, 영등제, 마불림제, 시만곡대제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송당마을 의식재현사업을 통해 이전에는 간소하게 열렸던 마불림제를 활성화하고 송당초등학교에서 신화의 날을 개최하여 마을의 아이들에게 당신앙에 대해 교육을 하는 등, 세대를 거듭할수록 희미해져가는 본향당굿을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본향당굿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들은 송당리에서도 점차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행정의 본향당굿 복원 사업 지원 시작과 이주민 유입 등 마을에 생긴 다양한 변화들이 앞서 말한 문제들과 만나면서 보존 및 전승에 있어 새로운 방안 마련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앞으로의 송당리 본향당굿 보존 및 전승을 위해 송당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송당리 본향당굿의 보존·전승 현황을 주민인식, 주민참여, 행정지원의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본향당굿의 보존·전승에 있어 더욱 고려되어야 할 부분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앞으로 본향당굿의 보존 및 전승을 위해 송당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과 분석틀

1. 개념논의

1) 당신앙

우선 ‘당(堂)’에 대해 살펴보자면, 당이란 당신을 모시는 신성한 장소이자 마을 주민들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공동체적 신앙체계가 드러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조성윤ㆍ하순애ㆍ이상철, 2003).

<그림1> 송당리 본향당

당은 가짓당과 본향당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가짓당의 경우 각기 다른 당신을 모시고 있기에 각 당마다의 기능이 다르다. 산육과 치병을 담당하는 일뤠당 및 여드렛당과 해상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해신당, 목축업의 번성을 기원하는 산신당 등이 그 예이다.

이에 따라 신앙민들은 필요에 맞는 당으로 찾아가 비념 굿보다 규모가 작은 의식인 비손의 제주도 방언이며, 간소한 상을 차려놓고 두 손을 비비면서 기원하는 가장 간단한 무속의례(한국민속신앙사전)을 하였다. 오늘날의 경우 과거와 달리 가짓당들이 축소되었으며, 각 기능은 본향당을 중심으로 집중되는 추세를 보인다. 본향당(本鄕堂)은 마을의 토지나 주민의 생사화복 등 제반 사항을 수호하는 신을 모신 신당으로서 수많은 가짓당들의 다양한 기능들을 총체적으로 수행한다. 본향당에서는 당굿을 통해 집단적인 제를 올리기에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개별적 비념의 성격이 강한 가짓당과 차이가 있다. 따라서 본향당이란 마을의 수호신인 본향당신을 모신 당이자 마을 주민들이 공동체적인 제를 올리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비념을 하는 신앙의 성소라 할 수 있다(문무병, 2008).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의 당신앙에 대해 살펴보면, 당신앙이란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당인 본향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마을 공동체적 제의인 당굿을 통해 전승되는 공동체적 신앙체계이다.

2) 본향당굿

(1) 본향당굿

당굿은 오랜 기간 동안 풍요와 안녕을 기원해온 제주 선인들의 제천행사이며, 주민 모두 하나가 되어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던 공동의 축제였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있는 본향당에서 해마다 마을 단위의 정기적인 당제를 지내는데, 이를 ‘본향당굿’이라고 일컫는다. 

<그림2> 2018년 송당본향당 신과세제

본향당의 제일(祭日)은 일반적으로 1년에 4번, 정월의 신과세제, 2월의 영등제, 7월의 마불림제, 10월의 시만곡대제로 구성되어 있다. 당굿의 정기적인 제일은 마을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당굿의 명칭과 의미, 시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1> 4대 당굿의 명칭과 의미, 시기

(2) 심방과 단골

본향당굿을 이끄는 주체로는 사제자인 심방과 신앙 조직인 단골이 있다. 심방은 마을의 내력을 풀어내면서 당굿을 이끌고, 단골들은 당굿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며 본향당신에게 정성스럽게 제를 올린다. 심방의 본풀이가 없거나, 참여하는 단골의 수가 적다면 당굿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이렇듯 심방과 단골은 당굿의 운영 주체로서, 당굿의 진행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이에 대한 개념적 이해가 필요하다. 

① 심방

 먼저 ‘심방’은 제주도의 무속적 사제를 일컫는 말로, 각 당에 내려져오는 이야기를 구송 및 전달하는 ‘신화 전승자’를 뜻한다. 이는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제주도만의 특수한 명칭이다. 

신화 전달자로서 심방은 마을의 본향당에 어떻게 해서 신이 그 마을에 좌정하게 되었는지를 풀어내는데, 이를 본풀이라고 한다. 여기서 본(本)은 ‘본래, 근본’이라는 뜻으로 ‘신의 내력’을 의미하고, 풀이는 ‘해설하다, 풀어내다’를 의미한다. 즉, 본풀이는 ‘신의 근본과 내력을 설명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여연ㆍ문무병, 2017). 제주의 본풀이 속에는 장구한 한민족의 삶과 역사가 담겨 있고, 고대사를 유추할 수 있는 구술들이 가득하다. 특히 송당 본풀이의 경우 수렵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넘어가고 새로운 마을이 형성되는 시기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 것으로, 마을의 세력이 불어나 산간 마을과 중산간 마을, 어촌 마을로 분화하는 제주 사람들의 생활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마을의 역사적 경험들이 본풀이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② 단골
 
다음으로 ‘단골’이란 마을의 신앙 조직을 말한다. 마을에 굿이 열리면 상단골, 중단골, 하단골에 해당하는 주민들이 제물을 마련하여 올리는데, 이는 보통 나이나 성씨에 따라 나뉜다. 당굿을 중심으로 볼 때 단골은 ‘상단골, 중단골, 하단골’으로 나뉜다. 보통 상단골은 마을이 형성되고 당이 마련될 때 가장 먼저 당신을 숭배했던 이들이며, 이들은 중단골, 하단골과 함께 당의 관리와 당굿의 실행 등 여러 가지 대소사에 대해 소임을 나누어 책임진다. 단골 구성원들은 서로 돕고 의지하며 당굿이 성황리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러한 단골 문화는 당신을 중심으로 혈연·지연적 결속을 강화하며 공동체의 일탈을 예방한다고 볼 수 있다(여연ㆍ문무병, 2017).

2. 선행연구 검토

제주 당굿과 관련한 연구들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강정식·김헌선(2005)은 ‘제주도 당본풀이의 계보 구성과 지역적 정체성 연구’에서 제주도 당본풀이의 존재 의의와 그 가치에 대해 알아보고, 당 본풀이에 등장하는 신의 계보와 본풀이의 유형 및 신당분포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김헌선(2007)은 ‘제주도 굿의 구조와 원리’에서 제주도 굿의 구조와 원리에 대해 설명하였고, 다양한 기준으로 굿을 분류하였다. 제주도의 당굿에 대해 ‘제주도 굿의 생명력을 말해주는 본질적인 굿’이라고 하며 그 가치에 대해 논하였다. 

강정식(2007)은 ‘당굿의 세시의례적 성격’에서 4대 제의를 중심으로 당굿의 세시의례적 성격에 대해 논의하였다. 공동체의 의례인 당굿은 대개 계절적·생업적·공동체적 성격을 지니며, 당굿의 참여도가 떨어지면서 향후에는 신과세제와 영등제만이 존속할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당굿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와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하였다. 

김승연(2011)은 ‘제주도 송당마을 본향당의 굿과 단골신앙 연구’에서 당신앙의 주체인 단골의 신앙생활을 통해 본향당 신앙의 전승과 그 가치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에 제주도에서 당신앙의 시조라고 일컬어지는 송당리의 본향당굿과 단골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관찰하고, 당신앙에 대한 단골의 신앙 전승 의지를 살펴보았다.     

위의 선행연구들을 통해 당굿의 요소와 특성 그리고 본풀이의 구성 등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은 제주 당굿의 학술적 가치와 현상조사에 주력할 뿐 앞으로의 보존 및 전승 방향에 대해 초점을 두지는 않았다. 따라서 당굿의 보존 및 전승 측면과 관련해서는 도외의 연구 사례를 추가로 조사하였다.

김재리·박지숙·안나용(2008)은 ‘당산동 부군당굿의 보존과 전승에 관한 문화기술학적 연구’에서 서울에서 행해지는 마을굿의 하나인 당산동 부군당굿의 보존과 전승에 관해 연구하였다. 그리고 보존에 있어서 전승 주체자의 고령화, 마을 주민의 무관심, 문화재 지정의 어려움 등이 문제점으로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에 대해 마을 주민의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고, 굿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위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연구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김명숙(2015)은 ‘청양 마을제 보존·전승과 지원정책 연구’에서 청양지역의 마을제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마을전통신앙인 마을제의 의미와 지속성에 대한 방안을 살펴보았다. 또한 해가 갈수록 마을제를 전승하는 마을이 줄어드는 실정에서 마을제의 보존 및 전승방안에 대한 정책적 연구를 진행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제주지역 당굿과 관련된 연구 중에서 보존 측면에의 연구가 적었음을 인지하고, 제주도의 당굿 중에서 송당리 본향당굿에 초점을 두어 그 보존 및 전승과 관련해 연구를 진행하고자 하였다. 
 

3. 분석범주

<표2> 분석범주

본 연구는 송당리 당신앙 보존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송당리 본향당굿의 보존 현황을 중심으로 한다. 본향당굿의 보존 및 전승을 위해서는 본향당굿에 대해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인식, 높은 참여도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행정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측면이 모두 충족되어야 본향당굿이 지속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하위개념을 주민인식, 주민참여, 행정지원의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설정하였다.  

첫 번째 하위개념은 ‘주민인식’이다. 보존 및 전승이 이루어지려면 그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보존 필요성에 대한 인지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향당굿의 가치에 대한 인식과 본향당굿의 보존 및 전승에 대한 인식을 분석초점으로 설정하였다. ‘가치에 대한 인식’에서는 본향당굿에 대해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인식과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보존 및 전승에 대한 인식’에서는 앞으로의 보존 및 전승의 필요성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알아보고자 한다. 

두 번째 하위개념은 ‘주민참여’이다. 본향당굿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주민들의 참여가 없다면, 본향당굿의 유지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참여 유형과 참여 현황을 분석초점으로 설정하였다. 참여 유형은 준비과정 전반 및 제의에서의 참여, 단순 구경 및 기도 목적의 참여 등 주민들이 본향당굿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참여 현황은 본향당굿 참여 여부, 참여 이유, 참여 의사 등 본향당굿에 참여하고 있는지와 그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참여 유형’에서는 주민들이 본향당굿에 참여하는 방식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참여 현황’에서는 현재 주민들의 구체적인 참여 내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세 번째 하위개념은 ‘행정지원’이다. 본향당굿의 운영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주민들의 인식과 참여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경제적 지원 및 관리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전반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지원 현황, 행정에 대한 주민인식, 마을과의 의사소통을 분석초점으로 설정하였다. ‘지원 현황’에서는 현재 송당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행정적 지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행정에 대한 주민인식’에서는 행정의 지원에 대한 인지 여부와 인식 등 주민들이 행정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며, ‘마을과의 의사소통’ 측면에서는 행정과 마을 간의 의사소통 현황에 관해 알아보고자 한다. 
 

Ⅲ. 연구대상 및 방법

1. 연구대상

1) 송당리 본향당굿

<그림 3> 구좌읍 송당리의 위치

송당리는 구좌읍 여러 마을 중 한라산 정상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지경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로, 해안에서 한라산 쪽으로 9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세화리 북쪽으로는 평대리·한동리 남쪽으로는 성읍리·종달리와 접하고 있다. 송당리는 400년전 광산김씨가 입주하여 설촌한 부락으로 예로부터 송당모루라는 당이 있었기에 송당리라고 리명을 칭했다. ‘제주의 마을’ 홈페이지  (http://jejuvill.jeju.go.kr) 송당리의 인구는 남성 555명, 여성 506명으로 총 1061명이며, 461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제주특별자치도 주민등록인구통계

구좌읍 송당리 본향당굿의 본풀이에서는 한라산의 토착신인 ‘소천국’과 제주도에 입도한 외래신 ‘백주또’가 결혼하여 아들 열여덟, 딸 스물여덟을 낳고, 자손들이 뻗어나가 제주 전 지역 368개 마을의 당신이 되어 좌정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송당리는 제주 여러 마을 당신들의 원조로 여겨지며, 1만 8천 신들의 고향이라 불리기도 한다. 제주 여러 마을 당신들의 원조가 되는 ‘당신앙의 뿌리’가 되는 성소이자, 신앙의 메카인 셈이다. 

송당리 본향당에서는 해마다 4번씩 본향당굿을 치루는데, 이는 제주도 당신들의 원조 당굿이며, 날로 사라져가는 당굿 중에서도 원형을 보존하고 있기에 학술적 가치가 높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송당리 본향당굿’을 1986년 4월 10일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하였다. 이후 본향당굿이 열리는 장소이자 송당리 당신인 ‘백주또 여신’을 모시는 당인 본향당 또한 2005년 4월 6일 민속문화재 제9-1호로 지정되었다.

송당리에서는 송당의 4대 당굿을 재현하는 '송당마을 의식재현 사업‘이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제5호인 송당본향당굿을 복원하기 위한 것으로, 송당마을 본향당의 4대 당굿을 재현함으로써 신당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제주무속신앙의 전통을 보존하고자 기획되었다. 그 중 특히 마불림제는 비교적 간소하게 치뤄졌던 과거와 달리 2017년부터는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그 규모를 확대하고, 홍보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의 활성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7년에는 제주 신화를 테마로 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송당의 당 문화를 보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놓기도 하였다. 송당리에서는 마을의 이장을 중심으로 본향당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으며, 특히 마을에서 문화재 보호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본향당 정비에는 단골뿐만 아니라 마을 구성원들도 참여하는 열의를 보인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송당 본향당은 정비가 잘 되어있는 신당으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작년에는 송당초등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제1회 신화의 날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처럼 송당리는 마을 전체적으로 본향당굿 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본 연구에서 송당리 본향당굿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송당리 본향당굿은 송당의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는 마을의 당신앙이 전승되는 가장 중심적인 장이다. 또한 제주도 당신들의 원조 당굿이며,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는 면에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둘째, 송당리에서는 2019년 현재에도 본향당굿 보존 및 전승을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제주 다른 지역에서 본향당굿을 간소화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에 비해 꾸준히 4번의 제를 올리고자 하고, 마을이 자체적으로 본향당굿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주목하여 제주 지역의 당굿 중 특히 송당리의 당굿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셋째, 송당리는 보존이 잘 되는 사례로 손꼽히지만 몇몇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최근 송당리가 다양한 변화를 맞닥뜨리고 있는 현재, 앞으로의 보존 및 전승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 연구방법

본 연구는 2019년 1월에 시작하여 11월까지 진행되었으며, 송당리 본향당굿 보존 및 전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문헌연구법, 심층면접법, 질문지법을 사용하였다.

문헌연구법은 연구하고자 하는 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기존의 연구기록, 역사적 자료, 통계 자료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당굿의 요소와 진행방식, 송당리 본향당굿의 가치와 전승 현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심층면접법은 연구자가 연구대상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이다. 문헌연구법으로는 알 수 없는 실제적인 자료를 얻기 위해 다음의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하였으며, 3월부터 10월까지 약 8개월에 걸쳐 진행되었다.

<표3> 심층면접 대상자

 마지막으로 질문지법은 조사하려는 내용에 관해 설문지를 작성하여 조사하는 방법으로, 본 연구에서는 본향당굿에 대한 주민인식과 주민들의 참여, 그리고 행정에 대한 주민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사용되었다. 설문대상은 구좌읍 송당리 주민이며, 이들을 대상으로 5월 11일·12일에 현장답사를 진행하었다. 이를 통해 총 85부를 회수하였으며 그 중 유의미한 80부를 통계분석 하였다. 통계분석은 SPSS ver. 20을 사용하였으며, 조사대상자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표4> 조사대상자의 특성

Ⅳ. 연구결과 및 분석

1. 주민인식

마을 주민들은 본향당굿을 통해 다함께 같은 신앙을 공유하며 공동체의 결속을 도모한다. 이러한 가치를 지닌 본향당굿이 보존·전승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본향당굿의 가치뿐만 아니라 그 보존·전승 필요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본향당굿의 가치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과 더불어 보존 및 전승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았다.


1) 가치에 대한 인식

<표5> 본향당굿에 대한 가치 인식 정도

<표5>는 송당리 주민들에게 ‘귀하는 송당리 본향당굿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한 결과이다. 설문결과 ‘매우 그렇다’가 61.3%, ‘그렇다’가 31.2%, ‘아니다’가 0%, ‘전혀 아니다’가 1.3%, ‘잘 모르겠다’가 6.2%로 긍정적인 답변이 92.5% 부정적인 답변이 1.3%였다. 이를 통해 송당리 주민들 중 대다수가 본향당굿의 가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위에서처럼 주민 대다수는 본향당굿의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 외의 젊은 세대와 타 종교인은 그렇지 않았음을 다음의 면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옛날같이 좀 관심갖는 사람들이 몇몇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 그런데 대해서는 좀 무관심 하더라.” 
(송당리 마을관계자 A씨, 남)

“당 입구에 소원나무라고 그래서 푯말 붙어있고 그러는데 그러다 보니깐 타 종교를 가지신 분들이 그것을 와서 보는데 거부감을 느끼더라고. 그것이 자꾸 말이 들어오고 그래서 지금은 그것을 일단 치워라, 그것을 치우고 같은 나무가 저 위에 장승 있는데 있으니깐 그것을 하나로 통일하자 그래서 이제 치워졌는데..‘
(송당리 마을관계자 A씨, 남)

위 면담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경우 본향당굿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임을 알 수 있었고, 타 종교인의 경우 당신앙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등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표6>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

 <표6>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주민들 중 ‘본향당굿에 대해 어떠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중복 응답한 결과이다. ‘마을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하고, 이를 통해 마을을 수호해준다’가 60.8%, ‘제주도 당굿의 원조이자 제주도 여러 당신들의 어머니를 모시는 굿이다’가 52.7%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본향당굿에서 전승되는 본풀이는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와 ‘제주도 무형문화재로서 인정받았다’ 그리고 ‘마을 공동체 결속에 기여한다’가 각각 25.7%, 24.3%, 25.7%로 뒤를 이었다.

2) 보존 및 전승에 대한 인식

 

<표7> 향후 본향당굿 보존 및 전승의 필요성 여부

<표7>은 ‘송당리 본향당굿이 앞으로도 보존·전승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한 결과이다. ‘매우 그렇다’가 65%, ‘그렇다’가 30%로 전체 주민 중 95%가 보존 및 전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마을 주민들 대다수가 향후 본향당굿 보존 및 전승의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표8> 현재 본향당굿 보존 및 전승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위의 <표8>은 ‘현재 송당리 본향당굿의 보존·전승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한 결과이다. ‘매우 그렇다’ 45%, ‘그렇다’ 42.5% ‘아니다’ 5%, ‘전혀 아니다’ 1.3%로 긍정적인 답변이 87.5%, 부정적인 답변이 6.3%이었다. 즉 전체 주민 중 대다수가 현재 본향당굿이 잘 보존·전승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 소결

분석 결과, 주민인식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알 수 있었다. 우선 마을주민 대다수가 본향당굿의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이러한 인식은 주로 본향당굿이 마을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하는 굿이라는 점과 제주도 당굿의 원조라는 자부심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주민들은 앞으로의 보존 필요성에 대해서도 높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앞으로의 본향당굿 보존 및 전승이 이루어지는 데 있어서 희망적인 요소로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타 종교인들이나 젊은 세대들의 경우에는 본향당굿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였다. 이들의 관심 부족은 향후 본향당굿의 전승 세대의 단절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이는 본향당굿 전승 주체의 고령화와 맞물려 본향당굿 보존 및 전승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2. 주민참여

본향당굿은 마을에서 행해지는 제의이기 때문에, 본향당굿의 보존과 전승에 있어서 마을 구성원들의 참여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본 연구에서는 '참여'에 대해 본향당굿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 외에도 본향당굿이 열리는 본향당을 평상시에 관리하는 것은 물론, 단순히 본향당굿을 보러 가는 것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본향당굿에 방문하여 마을의 일원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것 또한 본향당굿 보존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1) 참여 유형

송당리의 마을 주민들은 다음과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본향당굿에 참여하고 있다.

(1) 준비과정 전반 및 제의에서의 참여

본향당굿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제물을 준비하고 제의에 참석하여 본향당에서의 제의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제사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본향당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에는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선 본향당굿의 준비과정에는 마을 이장이 전반적으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단골들이 오랜 세월 직접 보고 들은 바를 통해 쌓인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본향당굿 진행에 있어서 제의와 본풀이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 관여를 한다. 본향당굿의 핵심요소인 본풀이를 읊는 심방에게 그 본풀이의 내용을 보충을 해주거나, 무더운 날씨에는 부채질을 해주는 등 심방과 가까운 곳에서 본향당굿을 이끌어간다.

본향당 보존회, 청년회, 부녀회 등 마을의 다양한 단체들 역시 본향당굿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본향당 보존회가 본향당 관리와 본향당굿 진행에 있어서 다양한 업무를 맡으며 본향당굿이 원활하게 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청년회에서도 제초 작업 등을 하며 본향당 주변 관리에 신경을 쏟는다. 부녀회에서는 본향당굿에서 방문객들을 위해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활동 등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음력 7월 13일에 열리는 '마불림제'에서 제의 외에도 다채로운 볼거리를 준비하는 역할이 최근 새롭게 등장하였다. 본향당의 4대제일 중 하나인 마불림제에서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을 받아 마을 체험 마차, 체험 부스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린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마을 주민들이 본향당굿에 참여하게 되었다. 2017년 마불림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이장, 노인회장, 개발위원장, 사무장, 연합청년회장, 당오름 작은도서관 사서, 본향당보존회 명예회장, 부녀회장, 각 동 동장(상동, 동동, 서동, 대천동), 송당상회, 송당영농조합법인 등과 같은 다양한 주민들의 참여와 함께 본향당굿이 진행되었다.

(2) 단순한 구경 및 기도 목적의 참여

마을 주민들의 참여는 본향당굿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적절한 참여자 수가 뒷받침될 때, 본향당굿의 규모 확대와 발전을 도모하여 더욱 적극적인 보존 및 전승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참여의 유형에 앞서 언급한 준비과정 전반 및 제의에서의 참여를 제외하고도 구경 및 기도 목적의 참여 또한 포함하였다.

마을 주민들은 본향당굿에서 마을과 개인의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송당리 본향당의 4대제일 중에서는 연초에 열리는 ‘신과세제’가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데, 이때 주민들은 본향당에 한데 모여 한 해가 순탄하게 흘러가기를 기원한다. 또한 제의 과정에서 마을의 역사가 담긴 본풀이가 읊어지는 것을 직접 보게 된다. 본향당굿의 준비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본향당굿이 열리고 있는 현장에 와서 제의 과정을 보고, 또 마을과 개인의 무사안녕을 비는 것만으로도 문화와 역사의 전승 현장에 참여하여 그 경험을 보유하게 될 수 있다. 이는 간접적으로 본향당굿의 지속에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마을 행사에 참여하여 주민들을 만나 친목을 도모하는 것만으로도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마을의 결속을 다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다고 볼 수 있다.

”신과세제하고 마불림제를 통해서 우리 마을의 공동체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되고 그런 쪽에서 마을 사람들이 하나로 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되고...“
(송당리 마을관계자 A씨, 남)

2) 참여 현황

송당리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주민들의 참여 현황은 다음과 같다.

<표9>는 송당리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귀하는 현재 송당리 본향당굿에 참여하고 계십니까?‘라고 질문한 결과이다.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55%였고,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로 나타났다.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좀 더 높았다.
<표10>은 <표9>에서 현재 송당리 본향당굿에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주로 참여하시는 본향당굿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중복 응답한 결과이다. 연초에 열리는 ‘신과세제’에 참여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72.7%로 가장 높았고, ‘마불림제’가 50%로 그 뒤를 이었다. ‘영등제’와 ‘시만곡대제’는 각각 22.7%와 11.4%의 응답률을 보였다.

<표11>은 <표9>에서 본향당굿에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계십니까?’라고 질문한 결과이다. 그 결과 ‘준비과정 전반 및 제의에서의 참여’에 응답한 비율이 61.4%였고 ‘단순한 구경 및 기도 목적 참여’에 응답한 비율은 38.6%로 나타났다. 

<표12>는 이들이 본향당굿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본향당굿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하여 중복 응답을 하도록 한 결과이다. ‘마을과 개인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가 61.4%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하였고, ‘마을 사람들이 다같이 참여하는 공동체적 행사이기 때문에’가 56.8%, ‘송당리의 당신앙이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는 귀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에’는 31.8%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가족 및 지인들의 권유로 인해’가 9.1%, ‘다같이 참여하는데 나는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와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그리고 ‘기타’가 각각 4.5%의 응답률을 보였다. 

한편, <표13>은 <표9>에서 본향당굿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본향당굿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중복 응답한 결과이다. ‘생업 등으로 인해 참여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가 34.3%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하였다. 이 외에도 ‘건강과 관련된 이유로 인해’가 22.9%,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가 20%, 그리고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14.3%로 나타났다. 

이 중 ‘건강과 관련된 이유로 인해’라는 항목은 주민들의 고령화와도 관계가 있다. 본향당굿의 주축이 되며 이를 전승해왔던 세대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이가 들어가고 그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는 등, 본향당굿에 참여하기가 어려워졌다. 

종교적 이유로 인해 본향당굿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주민들 또한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실제로 본향당굿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설문결과와 마을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송당에 사시는 분들이 이제 참여를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세월이 지나가다보니깐 우리도 점점 그 단골이 줄어드는 추세이다. (중략) 나이 드신 분들이 돌아가시고 젊은 세대들이.. 이제 많이 세대가 교체되면서 어떤 다른 종교에도 많이 빠져나가시는 분들도 있고.. 그런 영향도 있을거라고 봐지고, 줄어드는 추세인데 ...“ 
(송당리 마을관계자 A씨, 남)

”제가 온지 6년 정도 됐는데, 거기(본향당) 모여 앉아계시는 삼춘들이 점점 줄어요. 많이 줄어요. 나이가 드시니까 이제 ... (중략) ... 저 6년전에 왔을 때 거기 본향당에 제 지낼 때 거기를 가득 메웠던 할머니들이 다 어디 가셨는지 모르겠어요.“
(송당리 마을관계자 C씨, 여)

 앞서 본향당굿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본향당굿에 참여할 의사가 있으십니까?’라고 질문하며 앞으로의 참여 의사에 대해 설문한 결과,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에 응답한 비율이 각각 16.7%와 33.3%로, 긍정적 반응이 50%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3)소결
 
설문조사와 면담을 통해 송당리 본향당굿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 현황을 조사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본향당굿에 대한 주민참여를 준비 전반 및 제의에서의 참여와 단순 구경 및 기도 목적의 참여로 유형화하여 살펴보았다. 설문조사 결과 전체 주민 절반 이상이 송당리 본향당굿 보존 및 전승과정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민들은 본향당의 4대제일 중 주로 신과세제와 마불림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래 신과세제는 한 해의 시작점에서 마을과 개인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성격 때문에 가장 참여자가 많은 굿이었다. 신과세제 다음으로 많은 참여자 수를 기록한 마불림제의 경우, 이전에는 비교적 작은 규모를 가지고 있던 제일이었지만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의 지원을 통해 보다 더 활성화가 되었다. 이를 통해 본향당굿에 대한 활성화 움직임이 실제로 참여자 수의 증가에 긍정적으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본향당굿에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에 대해 설문한 결과, 주민들은 주로 마을의 무사안녕을 빌기 위해, 그리고 공동체적 행사라는 이유로 본향당굿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송당리가 지금까지의 꾸준한 본향당굿 진행을 통해 마을 공동체 간의 결속을 도모해왔고, 이는 또 다시 본향당굿을 더욱 원활하게 개최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본향당굿에 참여를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건강상의 문제와 종교의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기존에 본향당굿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주민들이 점점 나이가 들어 참여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과, 종교적 신념의 차이로 인해 본향당굿에 거부감을 가지게 되는 문제 역시 주민들이 본향당굿에 참여하지 않는 원인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고령화와 관련된 경우는 그들이 건강상의 문제로 본향당굿에 참여하기가 어렵게 되었을 때, 젊은 세대에서 새롭게 참여 인구가 유입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본향당굿 전승과 보존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향후 참여 의사를 물은 결과 긍정적인 응답이 50%에 달하였다는 점을 통해 현재 참여하고 있지 않은 주민들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볼 수 있었다.

3. 행정지원

송당리의 본향당굿과 본향당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도 문화유산본부, 제주문화예술재단과 같은 행정기관으로부터 각종 지원과 관리를 받고 있다. 경제적으로 지원을 받게 되면 본향당굿에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고, 심방 지원비·제물 마련비 등 본향당굿 진행에 있어 비용 측면에서 부담을 덜게 된다. 또한 행정지원 하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홍보는 본향당굿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고, 본향당굿에 관심이 없던 마을 주민들과 외부 방문객들의 유입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하여 행정의 지원 현황과 그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지원 현황 

현재 송당리에서는 당신앙을 보존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 5호인 ‘송당리 본향당굿’과 민속문화재 제 9-1호인 ‘본향당’을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주관하는 ‘송당마을 의식재현 사업’이 있다. 지난 2017년에 이루어진 ‘송당 마불림제 복원사업’이 그 기점으로 여겨진다. 이는 탐라시기부터 이어져 온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발굴하고 원형을 보존·전승하기 위한 ‘탐라문화유산 발굴 및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송당 본향당의 전통적인 본향당굿인 마불림제를 복원함으로써 전승 기반을 마련하고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으며, 500여 명에 달하는 참여자 수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사업을 통해 기본적인 준비와 프로그램 구성이 이루어졌고, 2018년에는 마불림제뿐만 아니라 신과세제, 영등굿, 시만곡대제를 모두 지원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 범위가 확장되었다. 송당의 4대제일을 재현하는 이 사업은 본향당굿의 전승 형태를 복원하고, 전승 주체인 마을 주민과 심방의 전승 의욕을 고취시키는 한편 대중적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기획되었다. 총 지원비는 8천만 원으로, 신과세제 100명, 마불림제 170명 등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원이 행사에 참여하였다. 

이번 2019년 8월 13일에 열린 마불림제 또한 체험 부스 운영, 당오름 둘레길 걷기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행사를 추진하였고, 약 1,000명이 방문하였다. 2019년 송당 마불림제 의식재현 사업 연차보고서, 제주문화예술재단

2017년에 진행된 또 다른 사업으로 제주 신화를 테마로 한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이 있다. 마을 입구에 송당리의 당신인 백주또와 소천국을 형상화한 석신상을 설치하고, 안내판과 마을 시설 정비를 통해 방문객들이 송당리 마을 신화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더불어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본향당을 보존하기 위한 관리 및 감독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제주도청 산하의 도 문화유산본부가 일을 총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 행정에 대한 주민인식

 <표 15>는 송당리 주민들에게 ‘귀하는 행정에서 주관하고 있는 사업들(송당마을 의식재현사업, 신화를 테마로 한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에 관해 알고 계십니까?’라고 질문한 결과이다. ‘그렇다’라고 응답한 마을 주민이 70%,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한 마을 주민이 30%로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행정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원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표 15>에서 ‘그렇다’라고 대답한 응답자에 한하여 ‘행정에서 주관하는 사업이 마을의 본향당굿 보존에 있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하였다. 그 결과 긍정적 답변(매우 그렇다, 그렇다)이 87.7%로 마을 주민들은 행정에서 주관하는 사업들이 마을의 본향당굿 보존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대한 제주문화예술재단 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서도 행정에서 주관하는 사업들이 본향당굿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원래도 아시는 분들만 아시고 했지만, 많이들 오셔요, 곁다리로 체험도 하고 놀러도 겸해서 오기도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좀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고.” 
(제주문화예술재단 관계자, 여)

<표 17>은 송당리 주민들에게 ‘현재 행정의 지원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질문한 결과이다. 이는 행정의 지원이 충분하게 이루어졌는지 인식하는 정도를 보여주는 결과로서, 마을 주민들 중 33.8%는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답변은 38.7%로 긍정적인 답변보다 다소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또한 주민들의 27.5%는 ‘잘 모르겠다’라고 응답했다. 즉, 현재 행정 측에서는 문화재 관리 및 지정, 사업 지원 등 송당리에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이에 대해 충분하다고 느끼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표18>은 <표17>에서 ‘아니다’ 라고 응답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행정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질문한 결과이다. ‘경제적 지원이 부족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67.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행정과 주민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서’가 16.1%로 나타났다. 이 중 ‘행정과 주민 간의 의사소통’에 대해서는 다음 ‘3)마을과의 의사소통’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기타’의 경우는 9.7% 등으로 응답했고, 내용에는 ‘시설이 부족해서’, ‘지속성이 필요해서’ 등의 의견이 있었다. 

또한, 시설의 설치나 철거 등에 있어 제약이 많은 문화재 정책으로 인해 마을 측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음을 마을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제 문화재로 지정이 되다보니깐 제약도 많이 받고.. 실질적으로 지원은 안해주고 제약만 하는 그런 문화재 정책이더라고이 … (중략) ... 거기는 어떤 우리가 하고싶은 시설이나 이런 부분들은 전혀 불가한거야. 그러니깐 승인을 안받으면 어떤 것도 설치나 철거나 이런 변형이 안돼.“
(송당리 마을관계자 A씨, 남)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 있어 제주문화예술재단 관계자 및 마을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했을 때, 마을 주민들의 의견과 달리 행정관계자와 실질적으로 업무를 담당하는 마을관계자는 현재 송당리에 지원되고 있는 예산이 충분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같은 경우 저희가 네 번하는 걸로 해서 8천만원 받았어요. 근데 그것도 제가 송당 굿을 진행해보니까 8천만원도 사실 큰돈이긴 해요.” 
(제주 문화예술재단 관계자, 여)                  

“근데 나는 지원 자체가 적다고는 생각을 안 해. 이제 지원이 나오는 예산이 쓸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제한적일 뿐.”
(송당리 마을관계자 A씨, 남) 

<표 19>는 송당리 주민들에게 ‘마을의 당신앙 보존에 있어 행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한 결과이다. 설문 결과 긍정적 답변(매우 그렇다, 그렇다)이 95%로, 행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마을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했을 때, 행정의 지원이 본향당굿 보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돈이 투입이 안되면, 예산이 투입이 안되면 끌고가기도 쉽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돈이 없으면 당장 마불림제 자체를 선굿으로 못하지. 앉은 굿으로 할 수 밖에 없고. 예산이 없으면 마을에서 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되거든.”
(송당리 마을관계자 A씨, 남)

한편, 행정 담당자와의 면담을 통해서도 경제적 측면에서 행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송당마을 의식재현사업은 갑자기 사라지거나 규모가 바뀔 가능성이 있는 등 향후 사업운영에 있어 불안정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사업의 안정성을 갖추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뭐든 하다보니까 누군가의 의지나 그런 것도 필요하지만, 예산이 없으면 이게 안되는 거더라구요. 맞잖아요. 이게 안정적으로, 지속적으로 지원이 되야 될건데 이게 너무 많은 외풍에 휩쓸거리고, 사업이 갑자기 커졌다가, 없어졌다가 이런걸 저는 너무 많이 봤었기 때문에, 그니까 뭔가 안정적으로.” 
(제주문화예술재단 관계자, 여)


3) 마을과의 의사소통

앞서 나타난 <표 18>에 의하면 행정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질문한 결과 ‘경제적 지원이 부족해서’에 이어 ‘행정과 주민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서’가 16.1%의 비율을 보인다. 이를 통해 송당리에 진행되는 행정적 지원에 있어, 경제적 측면 이외에도 행정과 주민 간의 의사소통 과정에 어려움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본향당굿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해설사 선임과 본향당 화장실 시설 정비와 관련하여 행정과 입장 차이가 있었음을 마을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거는 어떤 체계, 근거로 인해 쭉 내려오는게 아니고 구전, 말에서 말로 이어지는 거다 보니까 거기 와서 설명을 해주는 해설사가, 지금은 해설사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은 없거든. 당에 관련해서 그런 직업이 없는데 이런게 비치가 필요하겠다. … (중략) ... 그래서 이제 자연유산본부나 문화예술재단에다가 해설사를 자꾸 요구는 하는데, 이게 재정하고 연관된 일이라서 쉽지는 않은데. 그런 부분이 좀 아쉽다.” 
(송당리 마을관계자 A씨, 남)

“옛날에 그 문화재 지정 전에 지어놓은 화장실인데, 그 환경이 되게 열악해. …유산본부하고 문화예술재단하고 관계자들 있는 앞에서 그 현장에서 토론이 벌어진거야, 나하고 이제 화장실을 고쳐야 되겠다. 문화재단은 안된다 그냥 놔둬라 이거야.” 
(송당리 마을관계자 A씨, 남)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의견 교류 자체는 잘 이루어지고 있으나, 마을 측의 요구가 모두 수용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술관련해서 업무적으로나 접하는건 문화예술재단이야. 문화예술재단이 문화유산본부에서 위탁을 받아서 하는거거든. 그래서 예술재단하고 이게 되지. … 의사소통은 잘 되지. 근데 우리 요구사항을 잘 안 들어줘서 그렇지.”
(송당리 마을관계자 A씨, 남)

4) 소결

행정의 지원은 송당리가 본향당굿을 보존하는 데 있어 필요한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각종 홍보를 통해 사람들의 유입을 돕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재 송당리에서는 송당리 본향당굿에 대해 다양한 행정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주관하는 ‘송당마을 의식재현 사업’과 제주 신화를 테마로 한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이 있고, 그 외에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본향당을 보존하기 위한 관리 및 감독이 진행되고 있다. 

행정지원에 대해 진행한 주민 설문조사 결과와 관계자 심층 면담 내용을 분석해보았을 때, 송당리 주민들은 마을에 행정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이러한 지원들이 본향당굿의 보존 및 전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한편, 행정의 지원이 충분하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났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과 행정과 주민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제주문화예술재단 관계자 및 마을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하였을 때, 송당리에 지원되고 있는 경제적 예산의 규모는 작은 편이 아닌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사람마다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예산이 적정 규모인지 판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경제적 지원에 관해 마을 주민과 행정 간 상이한 의견이 나타난 것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제약이 많은 문화재 정책으로 인해 행정과 마을 주민 간 의견 차이가 있었고, 주민들의 의견이 행정 측에 전달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반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면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대부분의 송당리 주민들은 마을의 당신앙 보존에 있어 행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경제적으로 예산이 마련되지 않으면 본향당굿 진행에 있어서 심방 지원비·제물 비 마련 등의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러한 경제적 부담이 지속되면 본향당굿의 원활한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높게 인식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송당마을 의식재현사업은 당장 내년에 지속될 수 있을지의 여부조차 확실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Ⅴ. 나가며

본 연구에서는 이론적 고찰 및 실증조사와 심층면접을 통하여 송당리 본향당굿의 보존 현황을 주민인식, 주민참여, 행정지원의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송당리 본향당굿 보존 및 전승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향당굿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현재 송당리는 본향당굿 전승 주체들의 고령화와 젊은 세대들의 무관심 및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본향당굿을 보존해 나가는 주체의 수가 점차 줄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본향당굿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주민들을 당굿에 참여하도록 이끌어 내는 것은 본향당굿 보존 및 전승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지닌 경우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마을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마을 외부에서 온 이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고, 본인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종교적 이유로 참여를 꺼린다고 하더라도, 이를 단순히 종교적 차원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제주 고유의 역사와 문화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둘째, 새로운 홍보 수단의 모색이 필요하다. 현재 송당리의 경우 홍보 현수막을 게시하고 홍보 책자와 부채를 배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19년 마불림제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TV와 라디오에 광고를 송출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보를 접하지 못해 본향당굿에 참여하지 못한 주민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또한 송당리에 거주하지 않는 외부 방문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에서도 그 홍보 효과에 있어 파급력과 인지도가 떨어지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마을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이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버스정류장과 같이 마을 주민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더 많은 홍보물을 부착하는 등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고, 외부적으로는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더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여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방향으로 홍보 방식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특히 SNS는 정보의 확산이 용이하다는 특성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적은 예산으로도 큰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홍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본향당굿의 관리 및 보존을 위한 문화재 정책의 운영에 있어 주민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어야 한다. 송당리의 본향당굿은 그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 무형문화재 제5호에 등재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본향당굿이 열리는 본향당 또한 제주 민속문화재 제9-1호로, 보호의 대상이다. 그러나 마을 측에서는 본향당 시설 정비 및 보수 측면의 제약 심화로 인해 등재 후 사후관리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마을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제약들이 계속된다면 마을의 문화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나가고 있는 주민들이 현실적으로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형식적인 보호가 진행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현재의 제약을 보다 완화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실질적인 관리 및 보호를 지향하도록 문화재 정책이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행정지원에 있어 안정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송당리 본향당굿에는 현재 다양한 행정적 지원이 실시되고 있다. 특히 2017년에 시작된 '송당마을 의식재현사업'의 경우에는 실제로 본향당굿 방문객이 크게 증가하는 등 본향당굿 활성화에 있어서 큰 성과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은 현재의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물론 향후 존폐 여부마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행정기관 관계자와의 면담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현재 제주시 건입동의 칠머리당영등굿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로 등재되어 중앙으로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송당리의 본향당굿도 칠머리당영등굿과 견줄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이에 대해 중앙문화재 등재를 추진한다면 지원 사업의 불안정성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고, 이를 위해서는 마을 측과 행정 측의 충분한 의지와 노력이 요구되는데, 아직 행정 측에서는 관련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행정기관 관계자 면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또한 마을관계자는 앞서 언급한 문화재에 대한 제약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여 중앙문화재 등재와 관련하여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중앙문화재에 등재된다면 그 가치가 더 널리 인정받음은 물론이고 지역문화재일 때보다 더 충분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고려하여 행정 측에서 마을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하는 등 중앙문화재 등재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주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을 측에서도 그 중요성에 대해 주목하여 추진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송당리 본향당굿에 대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부분이 본향당굿의 가치에 대해 인식하고 있기는 했지만, 젊은 세대들의 관심은 적은 편이었다. 전승 주체들의 고령화로 인해 본향당굿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의 인원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재, 젊은 세대들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하여 본향당굿에 대한 관심을 증진시키고 가치 인지 수준을 향상시킨다면 앞으로의 보존 및 전승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송당초등학교에서는 운동회나 학교 수업에서 송당 신화와 관련된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당신앙에 대해 접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교육을 더욱 다양한 연령대로 확대하여 진행한다면 인식 개선 및 참여에 대한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관련된 방안 중 하나로 '젊은 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송당에서는 본향당굿을 보러 오는 외부인들에게 송당의 신화와 당굿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제공해줄 해설사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마을관계자와의 면담 결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인건비 등의 다양한 문제로 추진이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고등학생과 2~30대를 대상으로 '젊은 해설사'가 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구축하여, 그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해설사로 활약할 수 있게 한다면 해설사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해설사에 견주기는 힘들지만, 송당을 방문한 외부인들에게 송당의 당신앙에 대해서 정확하고 능숙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만 되어도 그 효과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봉사활동 시간 부여와 적절히 연계시킨다면 인건비 측면에서도 부담이 비교적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본향당굿과 당신앙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모으고 관련 지식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여 보존·전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더하여, 이들에 대한 교육 진행 시 마을의 어른들이 지식을 전수해주는 시간도 가진다면 더욱 생생한 역사와 문화가 보존됨은 물론이고 세대 간 화합까지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송당리가 앞서 언급한 측면들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제언의 내용을 반영한다면, 송당의 본향당굿은 더욱 오랫동안 그 고유의 색채를 잃지 않으며 보존·전승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향당굿의 보존은 곧 제주 당신앙의 보존 및 전승으로 이어지며, 이는 제주 고유의 의식적 뿌리의 보존과 같다고도 볼 수 있다. 송당리가 수많은 변화들을 맞닥뜨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다양한 어려움들을 극복해가며 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는 당신앙의 보존·전승을 위해 노력한다면, 이는 제주의 다른 많은 마을들에도 본보기가 되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 정신이 깃들어 있는 문화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다양한 분야에도 좋은 사례가 되어 지역 문화의 고유한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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