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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인가 무관심인가
전재민 기자

교수신문이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공명지조는 몸은 하나에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의 새로, 한쪽 머리가 죽으면 다른 머리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지난 한해 한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 좌우라는 진영 논리로 쫙 갈라졌다. 그 배경을 설명이라도 하듯 어목혼주(魚目混珠)가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물고기 눈이 진주와 섞이다’라는 뜻으로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있어 분간하기 힘든 상황을 나타낸다. 

가짜뉴스가 부추긴 혐오와 갈등으로 혼란했던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지난 한해 한국 사회는 가짜뉴스로 얼룩져 다시 한 번 반으로 쪼개졌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20년 예산 속 민간 팩트체크센터 지원 예산 6억1000만원을 확정했다. ‘인터넷 신뢰도 기반조성사업’ 명목으로 편성돼 허위 조작정보를 막는 데 쓰일 예정이다. 

가짜뉴스가 심각한 문제가 된 것은 단순히 잘못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 고의로 혼란과 공포와 의혹을 퍼뜨리며, 비판적 사고를 소진하게 해 진실을 무효화한다. 더 나아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게 만든다. 인간성 소실로 이어지는 가짜뉴스가 시대 분위기를 타고 확산한다. 오늘날 개인의 권리는 누구도 박탈할 수 없을 만큼 신성하고 소중하다. 개인의 가치관은 그에 대한 지적이 금기시될 만큼 불가침 영역이다. 문제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논쟁하지 못하고 존중에 그치는 데 있다. 타인의 의견에 대한 존중이 지나쳐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가이자 사회학자였던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핸은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이지, 저마다의 사실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과 의견은 엄연히 다르지만 사람들 사이에 ‘객관’보다 ‘주관’을 우선시하는 풍조가 확산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개개인의 사실 기준에 따른 진실을 가지며 그 결과, 동일한 사실에 대해 동의하기조차 힘들다. 서로 완전히 다른 정보 세계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사회에 꼭 필요한 사실에 기초한 토론과 논의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진실이 파편적이고 상대적이며 사실조차 주관에 달린 ‘탈진실의 시대’다. 틀린 것조차 다른 것으로 존중받는 ‘무관심의 시대’다. 가짜뉴스는 사실에 무관심하고 존중만 가득한 우리 사회의 산물이다. <1984>의 저자 오웰은 진실이 은폐되는 것을 두려워했고, <멋진 신세계>의 저자 헉슬리는 진실이 무의미의 바다에서 익사할 것을 두려워했다.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나.

전재민 기자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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