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0.2.18 화 12:34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교수시론
‘제주 토박이말’을 살려 쓰자제주말은 독자적으로 자생한 고유 언어
소리 중심의 교육이 제주 토박이말을 살려내는 길
  • 최규일 국어교육과 명예교수
  • 승인 2019.12.31 17:04
  • 댓글 0
최규일 국어교육과 명예교수

<소멸 위기의 제주어 보전과 부흥 방안 세계 언어학자들에게 듣는다>라는 학술행사(2019.11.11-13)를 보고 들으니, 생태 환경 파괴와 오염을 경고한 침묵의 봄(Silent Spring)(레이첼 카슨)이 먼저 떠올랐다. 행복이 존재하려면 우리의 말과 글이 살아야 하고, 환경이 건강해야 한다. 언어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자연 생태계 파괴는 인류의 행복을 빼앗는다. 흔히 역사는 승자(강자)의 기록이요, 문학은 슬픈 약자(패자)의 기록이라면, 언어는 강자도 패자도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반영하는 거울이요, 생성 소멸하며 진화한다. 모든 학문은 언어로 기술한다. 언어과학이 있기에 언어는 과학이다.

지난 국제학술 행사에서 사용한 용어들이 크게 눈에 띄었다. 어떤 사람은 ‘제주어’로, ‘제주 방언’으로, ‘제주 지역어’로 표현했다. ‘제주어’면 어떻고 ‘제주 지역어’면 어떻고, ‘제주 방언’이면 어떤가? “내용이 중요하지.”라고 쏘아대지만(치부하지만), 나는 보다 적절하고 쉬운 용어 선별을 강조한다. 

어느 발표자는 우리나라 전국 방언을 각 ‘지역어’로 구분하여 제주 말을 한국어에 분화(分化)된 언어로 갈라 축소시켰다. 이는 큰 실수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주말을 어느 한 지역어로 다루는 발상은 경계해야 한다.   제주 토박이말은 어느 말에서 분화되거나 어디에 소속된 언어가 아니다. 제주 말은 독자적으로 자생한 고유 언어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 말’, 또는 ‘제주 토박이말’로 사용함이 더 어울리고, ‘제주말’로 표현함이 포괄적이다. ‘제주어(濟州語)’란 한자용어 보다는 ‘제주 말’, 또는 ‘제주 토박이말’로 쓰면 훨씬 한글 문화권이 살아난다. 엄밀히 말하면 입말(구어)과 글말(문어)은 그 쓰임이 다르듯이, ‘말’과 ‘어(語)’는 개념은 같을지라도 그 표현에 뉘앙스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세계 문자 역사상 가장 빼어나고 아름다운 고유글자 ‘한글’을 가졌다. 한자는 뜻글자(표의문자)이지만, 한글과 알파벳은 소리글자(음소문자)이다. 한글은 세상의 온갖 소리[자연의 소리 포함]를 다 적을 수 있는 글자다. 그런 한글이 세계만방에 널리 전파되면 ‘한글 문화권’이 이루어진다.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는 한자(漢字) 문화권이다. 제주 토박이말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자문화권에서 벗어난 한글 문화권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진정 제주 말-제주 토박이말-을 지켜 살리고자 하면, 제주 말을 소리(음성) 위주로 적어야 한다.  문어(文語) 보다는 살아 숨 쉬는 말소리로 적어야 제주 토박이말이 살아난다. 편협의 틀을 떨쳐내지 못하면 제주 말은 일개 지역어로 위축(축소)되기 쉽다. 언어 교육에서 제주 말을 가르치고 배울 적에 문법 중심, 어휘 중심도 좋지만, 소리(음성) 중심이 주가 되어야 한다. 말소리에는 고저장단이 있고 독특한 억양과 말투가 있다. 

‘이여도’와 ‘이어도’ 어느 게 더 ‘제주 말’에 가까운가? “이여도 사나”란 민요 표현이 훨씬 가까운 제주 말이다. 그런데 제주 말을 잘 모르는 어느 작가가 쓴 소설 <이어도>가 유명세를 타 굳어지자, 서귀포 앞 해양 경계 식별 지역을 ‘이어도’로 명명해 버렸다. 이 또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왠지 사람들은 ‘제주 방언’이라 하면 사투리로 여겨 거부감을 갖는다. 지금까지 나온 주요 사전 명칭이 ‘제주 방언’으로 적혔는데, 어느 한 사람의 주장으로 근래에 제주도가 『제주어 사전』으로 발간해버렸다. 이는 언어를 다루는 언어관[언어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릇된 언어 인식(의식)이 왜곡을 낳는다. 잘못된 생각(인식)은 버려야 좋다.

말에는 뜻이 있고 씨가 있고, 순서가 있고, 주체(정체)가 있다. 외세(外勢), 특히 일제 식민지 지배에서 탈피하고, 한자문화권에서 한글 문화권으로 탈바꿈해야 민족의 고유한 순수한 삶을 추구하게 된다. 어차피 지켜 살려야 할 말이라면 ‘제주어’란 표현보다는 ‘제주 말’, ‘제주 토박이말’을 쓰자. 어차피 지켜 살려야 할 말이라면 한자어 ‘제주어’란 표현보다는 ‘제주 말’, ‘제주 토박이말’을 쓰도록 하자. 지금 제주도청에서 이미 나온 『제주어 사전』 개정판을 낸다고 하니 새로운『제주 토박이말 말모이』가 되기를 고대한다.

최규일 국어교육과 명예교수  webmaster@jejunu.ac.kr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