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대학 졸업식의 현장
축하와 감사인사가 공존하는 졸업식이 돼야

김 일 방
일반사회교육전공 교수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 아마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다수가 기억하고 있을 ’졸업식 노래’다. 초중고를 졸업한 지 한참이 흘렀으나 아직까지 이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는 건 졸업식이 주는 감동이 컸음을 의미한다. 세상 그 어떤 시보다 절절하게 가슴을 적시는 이 노래를 합창할 즈음이면 여기저기서 훌쩍거리기 시작하고 졸업식장은 이내 눈물바다를 이루곤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졸업식이 주는 감흥은 서서히 퇴색되어갔고 졸업식 풍경 또한 많이 달라졌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대학의 졸업식이다. 졸업식장은 연단을 메운 학교관계자들과 수상자들로만 채워지고 정작 주인공인 졸업생들은 졸업식장 밖에 머문다.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학교에 오긴 하지만 졸업식 행사에는 참가하지 않는 것이다. 학위복과 학사모를 착용하기는 하나 그것은 사진을 찍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졸업을 앞둔 대학생 10명 중 3명은 아예 졸업식에 참석조차 하지 않을 계획이라 한다. 참석하지 않는 이유로는 ‘취업을 못해서’, ‘취업ㆍ시험 준비에 바빠서’ 등을 들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였다. 주인공이 빠져 있는 졸업식, 사진 찍기 이벤트성 행사로 변질돼버린 졸업식,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이제 졸업식 행사를 전면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형식적이고 지루한 졸업식이 아니라 알차고 매력적인 졸업식으로 말이다. 

무엇보다 졸업식의 규모부터 바꿨으면 한다. 사라져가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졸업식 규모가 매머드형인 경우가 많다. 대형 강당에 다수의 졸업생들을 모아놓고 정형화된 식순에 따라 내외빈의 긴 축사 퍼레이드로 이어지는 고루한 방식은 이제 구시대적 유물에 불과하다. 소수의 수상자를 위해 다수의 졸업생들을 들러리세우는 기존의 방식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졸업식의 규모가 작아야 졸업생 개개인에게 졸업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졸업생의 참여 또한 유도할 수 있다. 졸업식 규모를 전체 대학이 아니라 단과대학 단위로 바꿔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불어 학위복과 학사모도 각 대학의 특색을 살려 새롭게 디자인했으면 한다. 전국 대학이 똑같은 검은색 가운과 술이 달린 사각모는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100년이 훌쩍 넘었다. 아무 특색도 없는 학위복을 언제까지 고집할 것인가. 학위복에도 그 학교만의 정체성을 담아 졸업생들이 착용하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디자인으로 새롭게 바꾸길 제안한다.

졸업식 진행방식의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기존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각 단과대학의 특성을 살리며 졸업생ㆍ학부모ㆍ교수가 다 같이 참여하는 스마트한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해보자. 이를 위해 진행방식의 결정을 단과대 학생회에 맡겼으면 한다. 그래야 졸업생이 주인공이 되는 생동감 넘치는 졸업식을 창출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졸업식을 축하와 감사의 인사가 공존하는 문화로 바꾸는 일이다. 졸업식의 주인공이 졸업생인 만큼 그들은 축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그들이 졸업하기까지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준 부모의 노고도 컸음을 잊어선 안 된다. 대학졸업식은 졸업 당사자 못지않게 부모님들께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자식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키기 위해 부모로서 최선을 다했노라고 자부할 수 있는 하나의 징표요, 16년간의 공식교육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한 부모님들의 노고를 입증해주는 자리이기도 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자리에 부모님을 모셔서 그 노고를 기리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지 않을까.

졸업생 모두가 주인공인 졸업식, 졸업생ㆍ학부모ㆍ교수가 함께하는 졸업식, 축하와 감사 인사가 공존하는 졸업식다운 졸업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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