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유도시란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영어공용화>란 말도 그렇게 먼 말 같지 않다. 물론 <영어공용화>에 대해서 갑론을박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계기가 되어서 이 책이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모국어나 자기 지역 사투리에 대해서 무감각해 있는 우리들에게 혹시나 반성과 다짐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조그만 소망도 들어 있음이니 그리 탓하지 말았으면 한다.

  고종석씨는 언어학 전공자로서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조목조목 소개하고 있다. <국어의 풍경들>에서는 한국어가 걸어온 길, 한국어의 단어와 문장, 한국어의 소리, 언어의 사회학, 북한말의 풍경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지나치기 쉬운 부분을 마치 자연 경관을 관찰하듯이 쉽고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책 제목도 부담없이 바라보고 읽을 수 있는 풍경이라 한 것 같다.

  “한국어는 6천만 명 이상이 모국어로 사용하는 언어다. 프랑스어처럼 명망 있는 언어도 그것을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7천만에 불과하다. … 화자의 수로는 세계에서 열대여섯 번째 가는 언어이고, 독창적인 문자 체계와 깔볼 수 없는 문학적 자산을 갖추고 있는 언어다.”(‘한국어, 외계에서 온 언어?’)에서 한국어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다.

  “남자에게는 있고 여자에게는 없는 것. 그러나 엄마에게는 있고 아빠에게는 없는 것(‘엄마와 남자의 공통점’).”이란 수수께끼를 통해서 저자는 유정명사/무정명사 등 한국어 문법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김치’가 일본의 ‘기무치’와 힘겨루기를 하다가 이제야 국제적인 식품으로 공인되었다. 그 ‘김치’의 어원과 종류을 보면 참 정겹고 맛깔스럽다(‘김치에 대하여’).

  저자는 영어가 한국어를 간섭하는 수준이 도에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간섭은 영어의 사용 범위가 확장되면서 우리도 영어를 쓰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불안감에 스스로 받아들이는 간섭을 뜻한다(‘접촉과 간섭에 대하여’). 문화의 접촉에 따라 언어의 접촉이 일어나며 그게 심하면 언어의 간섭이 된다. 세계 어느 나라나 언어의 접촉과 간섭은 있게 마련이지만 우리 나라, 아니 제주도는 뭔가에 홀려 가는 느낌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며칠전 국제자유도시화 소식을 접하면서 국어, 제주어의 존재 가능성을 생각하니 참 서글펐다. 이 서글픔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국어의 풍경들>은 어느 제목 하나 소홀히 하기 아쉬운 주옥같은 내용이다. 올해를 마무리하며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나는 다시 한번 <영어 공용화>란 아리송한 의미를 찾아 보았다. <영어 공용화>란 공문서부터 영어로 표기하다 차츰 생활 전반에 거쳐 두루 쓰이게 함인데 글쎄, 참 요상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쩌다 이렇게 되어가는지 모르겠다. 문화관광부에서 우리 나라를 자세히 보고 나서 해외여행을 가자고 부르짖듯이 나도 한국어를 정확하게 사용하면서 영어에 눈을 돌리자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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