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햇살과나무꾼)
, C.S. 루이스

나니아 시리즈 중 한 권인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은 기독교 색채가 강한 판타지 소설이다. 『나니아 연대기』(The Chronicles of Narnia)는 7권의 시리즈로 1950년대 출판되었고 영국 작가인 씨에스 루이스(C. S. Lewis)의 작품이다. 

루이스는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으로 잘 알려진 톨킨(J. R. R. Tolkien)의 친구이며 『해리 포터』(Harry Potter)의 저자인 롤링(J. K. Rowling)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나니아 시리즈는 영화로도 제작됐기에 문학과 영화를 좋아하고 판타지 문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작품의 큰 틀은 현대에서 과거로 가는 여행이다. 판타지 문학이 인기있는 이유는 일반인들의 능력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마법과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시간 여행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판타지를 통해 인간이 유토피아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드러나는데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의미이며 실제로 경험이 불가능한 시공간이다. 

그렇다면 루이스가 그리는 신화의 세계 역시 독자의 대리만족으로만 끝나는 곳일까? 

신화의 세계는 인간의 상상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며 또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지를 타진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루이스가 문학적으로 구현한 나니아(Narnia) 세계에서 언급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더 깊은 마법”(deeper magic)과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을 경험할 수 있다. 

작품 속 주 등장인물인 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는 나니아를 방문하게 된다. 겨울 속에만 계속 존재하는 나니아 세계는 축제와 기쁨의 상징인 크리스마스가 오지 않는다. 작품 전반에는 인간이 출현함으로 나니아 세계에 혼란이 일어나지만 이야기 후반에는 인간들로 인해 나니아 구성원들이 구원을 받게 된다. 

전반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현실 세계로부터 온 에드먼드가 나니아에서 하얀 마녀(The White Witch)를 홀로 만났을 때 자신의 가족들을 데려오면 터키식 젤리과자(Turkish Delight)를 먹을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아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의 가족을 배신한다. 

필자의 문학 수업 중에 이 터키식 젤리과자를 학생들에게 직접 나눠 준 적이 있었는데 그 맛을 보고 가족을 배신할 정도의 맛은 아니라고 했던 학생들의 반응이 생각난다. 지금은 설탕이나 초콜릿 같은 단 음식이 굉장히 흔하기 때문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이 겪었던 굶주림에 대한 경험이 적어서일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 코로나 19(Covid-19) 전염병의 유행 속에서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지금 마스크를 요일별로 구매하듯이 과거 영국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모든 사람들이 적은 양의 식량을 배급받았다. 

마스크 사재기를 통해 사회적 위기를 개인 재산 축적의 기회로 삼거나 감염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는 모습들은 작품 속에서 에드먼드가 개인 욕구 충족을 위해 가족을 팔아넘기려는 시도와 비슷하지 않을까. 인간에게 식량위기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이 닥치면 이기심과 같은 인간의 악한 행동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루이스는 소설에서 암시하고 있다.

최근 대혼란과 위기의 내용만을 다루며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는 소설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인간 세계가 종결되고 그 다음 세상이 어디인가를 조명해주는 작가와 문학 작품은 많지 않다. 

루이스는 천국이라는 기독교적 공간에 대해 문학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인간뿐만이 아닌 동물의 고통과 그 너머 천국에 가는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했던 작가이다.

포스트휴머니즘 또는 트랜스휴머니즘과 같이 인간을 향한 관심만이 더욱 부각되는 현시대에서 인간의 지적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힘과 세계가 존재한다는 가능성과 더불어 인간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루이스의 소설 후반에서 읽을 수 있다. 

동물, 인간 및 신과 자연과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곳이 어떤 세상인지 알아보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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