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가치관’
“제주 환경에 대해 알리는 콘텐츠 제작하고파”
시민단체 다른 진로가 아닌 다양한 관심사 중 하나

박빛나 제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인터뷰하고 있다.

오로지 ‘옷이 좋아서’, 입시 때 고민할 여지없이 의류학과에 진학했다.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옷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골라서 온 전공이었으니 하루라도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교양수업 밖에 없던 때엔 홈패션 학원을 찾아다녔고, 과제하느라 밤을 새도 행복했다. 교직이수도 해보고 여러 경로로 취업을 준비하다가 한곳에 집중하려는 마음이었다. 

막상 사회에 나와 지내면서 박빛나씨(30)는 지난해에 제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이력을 시작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라니, 남들이 보기엔 진로를 확 틀어버린 것일지 몰라도 그에겐 그저 다양한 관심사 중 하나였다. 활동가가 장래희망은 아니었지만, 대학 졸업 후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삶의 모습과 가치와 일하는 곳에서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게 얼마나 공허한 일인지 깨달으면서 자연스럽게 선택한 진로였다.

활동가의 삶이 힘들지는 않을까? 쑥스러움이 많던 그가 제2공항 반대를 위해 길거리 서명을 받으러 다니고, 환경에 대해 공부하고 알리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디녔다. 

▶대학 전공은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고등학교 때부터 당연하게 생각했다.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옷이 나왔을 때 그걸 보는 것도 즐거웠고, 이런 옷은 어떨까 저런 옷은 어떨까 마음껏 상상해보는 것도 좋아했다. 그러다가 머릿속에서 상상한 옷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수에 맞춰서 들어간다거나 그러지 않았고, 전공 선택이 전혀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전공이랑은 아주 잘 맞았지만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느낀 것은 답답함이었다. 마음 같아선 뛰고 싶은데 계속 준비운동만 시키는 기분이 들었다.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었다. 학교 강의실에 재봉틀이 있지만 가정용 재봉틀을 사서 집에서 주로 작업을 했다. 좋아하는 노래 틀어놓고 밤새 과제 하던 밤들은 너무 행복한 기억이다. 노래, 사진, 자연 온갖 것에서 영감을 얻고 머릿속에서 먼저 완성 시킨 옷들을 만드는 과정이 힘들기는 했지만 그만큼 재밌는 일도 없었다. 4년 동안 맘껏 하고 싶은 공부를 했다. 

학교생활은 정말 열심히 했다. 1학년 때는 교양수업을 대부분 듣다 보니 재봉틀을 빨리 돌리고 싶은 마음에 당시에는 잘 없던 홈패션 학원을 찾아서 다니기도 했었다

2학년부터 전공 수업들을 듣는데, 홀로 선배들 사이에서 3학년 수업을 듣기도 하고 그 외 LINC사업단 창업동아리 경진대회, 캡스톤 디자인 경진대회에도 참여했다. 제주대 학생들이라면 익숙한 활동이라 생각이 든다. 교직 이수도 받다가 막판에 그만두었다.

여러 길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에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이곳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한곳에 몰아서 쏟고 싶어졌다. 방학에는 포트폴리오를 위해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면서 과외도 받으러 다녔다.

학교 창업 관련 수업에서 강연자가 취업을 도와줄 듯 이야기 꺼내서 밤새 그 강사의 바지를 만들어 간 적도 있었다. 졸업 작품으로 패션쇼를 하는데 그때 작품집 사진을 찍으면서 메이크업, 헤어 도움을 주셨던 선생님께서 ‘나는 저렇게 하는 사람이 좋다. 이렇게 해야 한다’ 칭찬받았던 게 기억난다. 옷뿐 아니라 소품들을 다 챙기고 콘셉트 사진들을 준비해 갔다. 

▶어떻게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들어가게 됐나.

 장래희망이 환경운동가는 아니었다. 의류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던 거지 관심사는 다양했고, 때에 따라서 차츰 달라지기도 했다. 졸업하고 나서 전공도 살리려고 해보고 다른 일도 해봤다. 어느 날 갑자기 아주 엄청난 것이 계기가 돼서 다른 영역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심사 중에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환경보호에도 관심 있고, 의류에도 관심 있었던 것뿐이다.

그러다가 운 좋게 지금 있는 곳에서 활동가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마음이 갔다. 일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가치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일과 나를 연결 짓고 동일시 할 필요는 없지만, 몇 차례 이런 저런 경험을 해보니 적어도 나한테는 중요한 문제였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생활신조, 직업관 그런 질문이 많지 않나. 지금 하는 일은 그런 것들을 충분히 채워준다. 일하는 곳에서 지향하는 가치와 내 삶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면 나에겐 좀 공허한 일이다.

아마 나와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돈과 경력은 너무 중요한 문제이지만, 평소 내가 마음을 쓰던 문제를 지나치지 않고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고민해보는 것이 자신의 삶을 채우는데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라 쑥스럽다.  

▶지금 있는 단체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사무처와 제주환경교육센터, 친환경생활지원센터 이렇게 10명 정도로 구성돼 있다. 나는 그 중에서도 활동가 직함을 갖고 있다. 지난 2019년 3월에 들어와서 이제 갓 1년을 넘긴 새내기 활동가이다.

현재 맡고 있는 사업은 기후위기(작년 생태계 조사/보고서 제작, 올해 기후위기 미래세대 네트워크, 물(용천수 보호를 위한 모니터링), 출판사업(소식지, 기관지 발간), 회계, 디자인(웹자보, SNS카드뉴스, 캠페인 피켓, 배지 제작), 해안사구조사 등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주변에서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한다고 하면 힘들어 보인다. 어려워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우여곡절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잘 적응한 편이다. 아직 알아갈 것이 더 많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하나는 제2공항 공론화를 위한 서명을 제주 시청에서 받을 때였다. 평소에 내성적이고 길거리에서 누군가에 말을 건넨다는 건 정말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을 따라다니면서 말을 걸고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서명을 받았다. 불안감으로 그랬던 것 같다. ‘제2공항 되면 안되는데’ 그런 마음이었다.

‘왜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르지?’ 그런 마음으로 “제2공항이 제주도에 생기려 한다. 혹시 알고 계시냐”고 말을 걸었다. 함께 서명을 받던 동료가 내가 되게 서명을 열심히 잘한다고, 원래 그런 걸 잘하는 사람처럼 얘기하는 게 신기했다.

다른 하나는 지난해에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모니터링을 했다. 해수면 상승 현상을 보러 외도에 갔는데 진짜 물이 넘치듯 차는 모습이 무섭기도 하고 지켜보면서 걱정이 많이 됐다. 생태계 분야별로 전문가 의견도 듣고, 제주가 변하는 모습들을 조사하다보니 그 심각성이 더 많이 느껴졌다.

그 전문가 선생님들이 시간이 나지 않기도 하고 제가 만나고 싶다고 쉽게 만날 수 있는 분들이 아니다. 그래서 만나면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관련 분야들을 다 조사하고 정리해서 질문지를 각각 만들어서 따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라는 게 어느 정도 대화가 돼야 하는데 그 분야 전문가 분들이라 최대한 도움이 될 만한 답변을 얻기 위해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갔다. 한 분 한 분 이야기 나누는 게 긴장되는 일이기도 한데, 이야기가 통하는 분을 만날 때는 정말 의미 있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향후 어떤 것들을 이뤄나가고 싶은가.

올해 남은 사업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환경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제주의 환경에 대해 친절하고도 심도 있게 알려줄 수 있는 것 말이다. 그게 책 일수도 있고. 이야기, 시, 사진 등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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