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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공직생활 통해 얻은 국가ㆍ공직ㆍ가치관 담아제주는 내 모든 것을 바쳐 평생을 같이 한 고향
평범한 시민으로 남아 지역민과 함께 호흡할 것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휼륭한 인재로 커 나가길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전 총동창회장)는 1965년 제주대학교 법학과를 8회 졸업했다. 1964년 제주시 재무과에서 9급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후에 내무부에서 13년간 근무한 뒤 제주도로 전입해 1985년부터 1988년까지 남제주군수를 지냈다. 1991년부터 1994년까지 관선 제주시장을 지냈고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민선 제주시장을 역임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제주도지사에 취임해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켰다.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가 공직을 떠난 지 올해로 10년이 지났다. 그는 공직생활을 되돌아보며 회고록 「제주는 나의 삶이어라」를 발간했다. 6월 11일 오후 김 전 지사를 만나 그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출판 소감은.

「제주는 나의 삶이어라」는 나의 80년 인생 중 45년의 공직생활에 대해 총정리한 회고록이다. 앞으로 제주도를 이끌어 나갈 후세들에게 남겨 줄 수 있는 책이 되도록 솔직담백하게 작성했다. 

처음에는 많이 주저하고 망설였다. 주변의 권유가 있었지만 영 내키지 않았다. 결국 펜을 잡았다. 회고록을 작성하기로 마음먹은 후 과거를 회상했다. 40년 이상 된 기억을 되살린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주로 지난 지역신문에 많이 의존했다. 막상 회고록을 출판하니 “한 평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구나” 하는 보람이 남았다.

팔십종수(八十種樹)라는 말이 있다. 나이 80에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는다는 말이다. 씨를 뿌리면 나무는 자라고 열매를 맺기 마련이다. 설사 내 당대에 덕화만발의 세상을 볼 수 없다 하더라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책을 냈다. 

▶회고록 「제주는 나의 삶이어라」제목의  의미는.

회고록의 제목을 처음부터 정해 놓지는 않았다. 제목은 총 7가지로 추려졌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더라’, ‘나의 삶, 바람이어라’, ‘제주는 나의 삶이어라’, ‘우보천리 마보십리’, ‘등경’, ‘나의 삶에 묻다’, ‘하늘에 묻다’다. 제목마다 각각의 의미가 있다. 

편집위원과의 의논을 통해 제주도는 내가 태어나 자라고 묻힐 고향으로써 내 평생 모든 것을 바쳤던 곳이라는 의미인 ‘제주는 나의 삶이어라’로 정했다.

▶책 제목에 얽힌 에피소드는. 

처음에는 ‘나의 삶, 바람이어라’를 책 제목으로 정하려 했다. 80년 삶을 돌아보니 바람처럼 흘러왔으며 흡사 바람 같았다는 의미다. 그간 공직생활을 돌아보면 바람이 세게 불 때도 있는 반면 미풍으로 끝날 때도 있었다.

현병찬 환곬 선생님께 책 제목을 써달라고 부탁드렸다. 현병철 선생님은 “책 제목이 갖고 있는 의미는 좋다. 하지만 어느 유명한 시인의 시집 이름과 같다”고 말했다. 책 제목이 겹쳐 ‘나의 삶, 바람이어라’는 보류했다. 이후 편집위원님들과 상의해 선택한 제목이 지금의 제목이다. 만약 현병찬 선생님께 부탁을 안 했다면 다른 책과 제목이 중복될 우려가 있었다. 현병찬 선생님께 부탁해서 다행이다.

▶책 앞쪽 세한도의 의미는.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지위와 권력을 잃고 절해고도의 섬에서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을 잊지 않고 해마다 귀한 책을 보내준 제자의 변함없는 의리에 보답한 그림이다. 추사 선생은 날씨가 추운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게 남아 있음을 안다는 공자의 말씀을 담았다.  

여름에는 모든 나무가 푸르지만 가을이 되면 상록수와 활력수의 구분이 명확해진다. 공직생활에 있을 때는 측근들이 많아 화려해 보인다. 시간이 지나며 멀어지는 사람도 있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무상할 뿐이다. 공직생활 중 네 번의 선거와 두 번의 주민 투표를 치렀다. 이런 것이 세상지사이지 않느냐 하는 마음으로 책 앞쪽에 세한도를 넣었다. 

▶삶에서 공직자의 의미는.

대학시절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공직자의 길을 택했다. 한 평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앞으로 어떠한 일을 하며 살아갈지는 주로 대학생 때 결정된다. 법학과를 다니던 때는 법조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사법시험에 응시했다. 1차에는 두어 번 붙었지만 2차 시험에서 계속 실패했다. 

행정공무원을 하겠다고 다짐한 후 1964년 9급공무원으로 시작해 남제주군수, 제주시장, 제주도지사까지 ‘제주 일’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공직자는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한다. 이러한 생각을 갖고 공직생활 동안 제주도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했다.

▶공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통해 제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마 제주도가 이전과 같은 행정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면 전국의 1%라는 도세(道勢)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던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승격하면서 더 나은 행정체계와 제도를 마련할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큰 결단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돌아봐도 일개 공직자로서 생각하지도 못할 대단한 프로젝트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주도의 역사를 바꿔보겠다는 마음으로 ‘분권’과 ‘혁신’을 행정 목표로 일했다. 미국의 연방 자치에 가까운 방향을 구현해 제주도가 지방자치의 파라다이스로 나아가고자 했다.

하나 아쉬운 점은 제주특별자치도로 승격했지만 핵심적인 중앙권한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세의 지방 이양 문제, 제주의 면세 지역화 문제 등 핵심적인 일을 하지 못했다. 중앙의 핵심적인 권한이 제주도로 이양됐다면 도민의 생활에 밀접한 행정을 구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제주목관아지 복원사업도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다. 1991년 제주시장으로 발령받은 후 제주도는 새로 조성되는 관덕공원에 지하주차장을 조성하라고 지시했다. 이 계획이 발표되자 학계와 언론계에서는 관덕정 주변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라 지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일대는 제주지역의 정치ㆍ경제ㆍ군사ㆍ문화가 밀집돼있는 역사현장이다. 

당시 지표조사에 대한 의견을 받아들여 제주대에 용역을 의뢰해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그 일대는 제주 최대의 유적지임이 드러났다. 지표조사에 참여했던 문화재 위원들 역시 지하주차장 조성에 반대했다. 결국 지하주차장 조성사업은 무산됐다. 

자칫했으면 지하주차장으로 바뀔 뻔했던 목관아지를 보존할 수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행정이 어떤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반드시 신중한 검토와 여론 수렴, 철저한 조사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공직생활 중 가장 아쉬움이 남는 일은.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문제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치게 됨으로써 주민들에게 아픔을 안겨드렸던 것과 그 과정에서 전국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처음으로 주민소환투표에 이르게 된 점이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제주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제주도의 이익을 챙기며 국가안보사업을 실현하려고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지역주민들에게 아픔과 갈등을 남겨줬다. 지금도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 재임 중 마무리 짓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어 강정마을 주민들에게는 항상 아쉬운 마음뿐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마무리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항상 기도드리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45년간 공직에 있었다. 아마 제주출신 공직자 가운데 가장 오래 공직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오다 보니 45년이 됐다. 

45년간의 공직생활을 끝내고 한 사람의 보통 시민으로 살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제주의 평범한 시민으로 남아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겠다. 

나는 죽어서도 고향, 제주에 머무를 사람이다. 앞으로의 소박한 꿈이 있다면 예전처럼 도민들과 눈 맞추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공직을 떠날 때 약속한 것처럼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도민들에게 그간 진 빚들을 조금씩 갚으며 살아가겠다.

▶제주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 평생 제주대 졸업을 명예롭게 생각했다. 제주대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원천이다. 도민들은 나를 도지사까지 했다는 생각으로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남들보다 결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내가 가진 장점을 갖고 매사에 최선을 다했다. 한 평생 성실하고 열정으로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대학교 4년은 인생을 좌우한다. 4년이라는 젊음은 오랜 세월이 아니라 금방 지나가버린다. 사람은 누구나 하나씩은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서 훌륭한 인재로 커 나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김태환 전 도지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상이 기자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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