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설화를 중심주제로 공원 조성
선사시대에서 근현대 돌문화와 민간신앙 엿볼 수 있어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돌하르방이 전시돼있다.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에 조성된 제주돌문화공원은 부지면적이 100만 평(326만 9,731㎡)에 달한다. 제주의 자연과 돌, 인간의 이야기 총 3가지 코스로 구성된 공원은 코스마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제1코스 입구이기도 한 매표소를 지나 공원에 들어서면 길 양옆에 세워진 수 미터 높이의 바위가 관람객을 맞는다.

’전설의 통로’라 불리는 이 골목은 현실세계와 신화세계를 연결하는 통로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곳에 세워진 바위들은 오백장군을 상징한다.

관람객들이 바위 사이로 작게 쌓아올린 소원탑들 저 멀리에 거대한 9개의 돌탑이 있다.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설화를 중심 주제로 조성된 공원답게 그들을 기리는 위령탑이다. 그중 설문대할망 모탑(母塔)은 하부 지름이 10m, 높이는 12m에 달한다.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수십 개의 오백장군 군상이 나열해있다. 어머니인 설문대할망을 그리워하며 한없이 통탄하다 바위로 굳어버린 오백아들이다. 사람 머리 모양의 자연석을 이용해 그들을 형상화했다.

군상들 끝자락에는 ‘어머니의 방’전시관이 위치한다. 이곳에 전시된 용암석에 조명을 비추면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그림자로 나타난다. ‘설문대할망용암석’ 혹은 ‘관세음보살상’이라 불리는 이 돌은 과거 일본으로 반출된 뻔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설문대할망이 빠져 죽은 곳으로 전해지는 ‘죽솥’과 ‘물장오리’라는 연못을 상징화 한 원형무대인 하늘연못도 볼 수 있다.

제2코스는 곶자왈 생태를 보존한 숲길이다. 나무와 풀들이 우거진 길로, 얽혀있는 덩굴을 피해 때때로 몸을 숙이고 지나야 한다. 이곳에선 선사시대에서 탐라시대를 거쳐 근현대 돌문화와 제주 민간신앙까지 엿볼 수 있다. 

코스 곳곳에 있는 무덤에서는 제주도만의 독특한 특징이 나타난다. 바로 산담이다. 무덤 주위를 둥글게 쌓은 돌담으로 무덤이 망자의 집이라면 산담은 망자의 집 울타리이다.

산담은 경작지와 무덤의 경계를 나누며 화재로부터 보호하기도 한다. 또한 그 주위에 문인석, 동자석, 망주석 등 다양한 석물을 세웠다.

숲길 일대에서는 성인 손 세 뼘 크기의 동자석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 터를 지키는 지신이다. 보통은 한 쌍을 서로 마주 보게 무덤 앞에 세운다. 앞가슴에 술병ㆍ꽃ㆍ부채 등을 두 손 모아 받들고 있는 동자석은 그 모양과 크기가 제각기 다르다.

제2코스 길목에는 제주의 유적을 재현했다. 용암동굴의 무너진 곳을 이용한 북촌리 바위그늘 유적, 섬사람들 간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우도 동굴유적 등 다양한 유적을 재현해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제3코스는 제주4ㆍ3으로 사라진 중간산마을의 전통초가 마을이 조성돼있다. 제주초가는 울타리 안에 배치된 집의 수에 따라 외거리집과 두거리집, 세거리집 등으로 구분된다. 외거리집은 안거리(안채) 1채와 부속채로 이뤄진 집이고, 두거리집은 안ㆍ밖거리(바깥채)를 갖춘 2채의 집을 말한다.

제주초가는 기둥과 귀틀, 보 등 뼈대를 나무로 만든 뒤 벽을 굵은 돌로 쌓았고, 그 틈에 흙을 발라 붙였다. 지붕은 띠로 덮은 뒤 굵은 밧줄로 바둑판처럼 얽어놓았다. 처마에 달린 긴 막대에 볏짚을 견고하게 엮어 지붕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했다.

한편 ‘바람의 길, 변시지’ 전시회가 6월 4일부터 7월 25일까지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진행된다. 

변시지(1926~2013)는 제주 출신 화가로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교수를 역임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의 대작 〈난무〉와 〈이대로 가는 길〉, 〈제주해변〉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이중 〈난무〉와 〈이대로 가는 길〉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2007년부터 10년간 상설 전시된 작품이다. 생존하는 한국인 작가의 작품이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전시 된 경우는 변 화백이 처음이다. 독특한 황토색과 먹색 선으로 제주를 표현해 일명 ‘폭풍의 화가’라는 별칭이 붙은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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