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은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가장 큰 위기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다. 구성원들이 위기라고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극복할 수 있겠지만, 분열된 우리 대학은 개교 68년 만에 맞는 큰 파도 앞에 휩쓸려 난파선처럼 언제 침몰할지 모른다. 

‘우리는 괜찮겠지, 거점 국립대학인데, 제주에서 우리 대학을 제외하면 종합대학이 어디 있다고’라는 안일한 생각이 만연해 있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비대면 강의와 시험이 촉발한 학생과 교수의 갈등, 학생회 중심의 등록금 반환 투쟁, 대면 강의와 시험을 치루고 싶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대학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 현재의 상황은 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초등학교보다 못한 단면을 보게 된다.

비대면 시험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행위와 불공정한 성적이 예상되는 현실 앞에 수강생 모두에게 A평점을 주어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 교수의 모습과 A학점 수준에 맞도록 노력하지 않고 다양한 부정행위로 높은 평점을 불로소득으로 얻고자 하는 학생들의 모습, 수업과 시험 형태의 선택을 학생과 교수의 책임에 맡겨 놓기만 하고, 구성원의 양심과 시험의 공정성을 지켜주고자 하는 대학 당국의 노력은 찾아볼 수가 없다. 

2021년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앞두고 학사구조개편, 교육과정 개편 등이 시급히 요구되지만, 특수목적분야, 기초보호분야, 단과 대학이나 학문분야 특성 등의 다양한 이유로 변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면서도 희생의 열매는 무임승차하려는 모습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대학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 병폐이다. 

연구하지 않는 교수에게 실질적인 정년이 보장되고, 공부하지 않는 학생이 무사히 졸업하는 모습이 우리 대학에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안전성을 담보한 가운데 대부분의 학생들로부터 양질의 수업과 공정한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무언의 소리가 있고, 대부분의 교수가 학생들에게 납부한 등록금 이상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는 무형의 노력이 있을지라도 이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지혜와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서로의 요구만 있고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학사구조 개편과 지역혁신사업, 단과대학 행정실 통합, 교육과정 전면 개편 등 학생과 교수에게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는 이 때에 학생이든 교수든, 직원이든 함께 살아남고자 하는 하나된 마음은 보이질 않는다. 

대학의 양대 대표기구인 대학 행정을 책임지는 대학 당국과 학생들의 대표 기구인 학생회에게 호소한다. 각자의 입장만을 생각하지 말고, 대학 전체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 서로 책임지고 희생할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대학 당국은 교수나 학생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학생회는 대학의 성장 동력을 꺼뜨리지 않는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 

보신주의나 복지부동이 아니라, 비판을 받을지라도 우리 대학이 살아남고 성장을 선도해 나가는데 책임지는 학내 구성원과 체계가 지금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비판 없는 발전은 없었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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