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훈
수의학과 2

그리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지내온 것은 아니지만, 나의 인간관계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고등학생 때의 일이다. 학기 초반에 같이 다니는 친구들끼리 있을 때 어딘가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매점에 같이 간다든지 피시방을 간다든지 하는 그러한 행동에서 왠지 모르게 나만 빼고 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들은 굉장히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학업보다도 더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몇 날 며칠을 마음 속으로 끙끙 앓고 그 친구들과 잘 지내기 위한 나름의 노력도 기울였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결국 용기를 내서 그 친구들에게 말했다. 나도 같이 놀고 싶은데 왜 안 끼워주냐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시큰둥했다. 대체 언제 그랬냐는 둥 별 일도 아닌 데라는 식으로 말이다. 

나는 그 대답에서 확신했다. ‘아 이 친구들은 애초에 그런 생각 자체가 없구나! 얘네들 인생에서는 나라는 존재는 없구나’를 느꼈다. 그 생각이 든 이후로 나도 그 친구들에게 딱히 애착을 갖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래 가라. 그냥 너희 갈 길 가라’라는 생각이 몸 속 깊이 박혔다.

그 친구들을 마음 속에서 내보내면서 내 정신 상태는 한결 깨끗해졌다. 물론 그 친구들 역시 서서히 멀어지는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이후에 새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들은 저번 그 친구들과 달리 나와 잘 지내고 있다. 지금도 연락하는 고등학교 친구들이다. 나는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절대로 떠나가는 사람을 붙잡지 말자 나에게 오는 사람은 무엇을 해도 나에게 오게 돼있다는 사실이다. 또 멀어지는 사람은 무엇을 해도 멀어지게 돼있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가지고 이제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굉장히 미련이 없는 사람이 됐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의절을 하게 되거나 떠나가는 인연을 붙잡지 않거나 그런 것들 말이다.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문제를 겪거나 고민을 하고 있다면 미련을 가지지 말고 과감한 선택을 하라고 해주고 싶다. 나에게 관심 없는 상대에게 관심을 끌어내고 에너지를 소비하면서까지 그 사람과 인연을 맺을 필요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서 말이다.

끝으로 아직 인간관계에 대해서 확고한 생각이 없다면 굳이 시간을 내서라도 마음속으로 정리를 해보기를 추천한다. 굳이 나와 비슷한 생각이 아니어도 말이다. 어느 연령대이든 인간관계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기에 확고한 생각이 잡혀있다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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