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심사평

현택훈 시인

백록문학상이 어느덧 40회를 맞이했다. 백록문학상은 제주문학의 산실로써 새로운 도전의 문학이 출발하는 문학상으로 회를 거듭했다. 백록문학상을 시작으로 문학 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꽤 있다. 40회 즈음해서 백록문학상 출신 작가들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겠다. 당선되지 못했더라도 백록문학상의 추억으로 대학문학상을 말할 수 있는 지면을 제안해본다.
전통이 있는 대학문학상을 심사하는 일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영광된 자리다. 이제 막 문학을 시작하려는 학생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오래된 역사의 정통성을 지닌 문학상에 참여하는 것이 뜻 깊기 때문이다. 학업과 취업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작품을 써서 응모를 하는 것이 대학 시절의 추억으로도 좋겠지만, 수상 여부를 떠나 문학의 마음만 놓지 않는다면 미래의 문학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홍승표(관광경영학과 3)의 작품에서는 글에 대한 많은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글에 대한 마음으로야 단연 가장 눈에 띄었다. 

송영록(수의과대학 3)은 시적인 마음이 잘 나타난 작품을 보여줬다. 그 마음만 잘 간직해도 좋은 글을 쓸 가능성이 많다. 김하정(회계학과 4)의 시 중에서는 「한사람」이 좋았다. 하지만 다른 시들은 단편적인 생각으로 끝나버려 아쉬웠다. 전예지(국어교육과 1)의 시 중에서는 「발걸음」에 눈이 갔는데, 시적 분위기를 잘 형성하는 장점이 보였다. 다소 관념적인 요소를 지우면 형상화를 잘 할 수 있는 점을 보여준 시는 「폭우」였다. 

수상권에서 고심을 한 응모자는 세 명이었다. 유시후(철학과 4)의 시 「사막」은 빛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다른 응모작들이 그 작품을 받쳐주지 못해서 아쉬웠다. 고은아(국어국문학과 4)는 신뢰를 주는 작품들이었다. 앞으로 시를 계속 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수상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으므로 시를 놓지 말기를 바란다. 「봉투」에서 보여주는 말부림이 자연스러워서 놀랐고, 「조각」에서 나타나는 시적 형상화의 방법이 앞으로의 작품 세계를 기대하게 했다. 

당선작은 송현지(관광경영학과 4)의 시 「어느 여름밤의 헌시」다. 대학생의 시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문장에 안정성이 있다. 사용하는 어휘도 남다르고, 시의 알레고리를 체득하고 있어서 믿음이 갔다. 무심하게 내뱉는 것 같지만 깊은 마음이 전해져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기에 충분했다. 시 「도원경」에서 보여준 원숙한 솜씨는 기성시인의 모습이었다. 앞으로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실험적이고 개성이 있는 시를 더 쓴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당선자의 첫 시집이 벌써 기다려진다.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한 응모자 중에서 4학년 학생들이 있는데, 이제 대학을 졸업하면 더 넓은 문학 세계가 있으므로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다시 시를 써나가면 좋겠다. 그들의 앞날에 문운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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