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선 소감

송현지
관광경영학과 4

점심나절에 걸려온 전화를 덤덤히 받는데 이상스레 몽롱했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도 꿈이구나 싶어 통화기록을 확인하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흠결투성이였던 이야기를 따스한 눈으로 돌아봐 주심에 감사를 표한다.

내 시는 며칠 굶은 고라니처럼 성마른 구석이 있다. 표현은 일방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감정이 앞서곤 한다. 통 고쳐지지 않아 그대로 둔 것이 어느덧 수년이 되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늘 송구할 따름이다.

이런 막된 내게 ‘어느 여름밤의 헌시’는 마지막 단꿈이었다.

오래 전 시를 잃었을 때 나는 누구보다 가엾고 불행한 사람이었다. 계속 글을 쓰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호사라는 생각에 이제는 정말 놓아주자는 마음으로 이 시를 쓰게 되었다. 부끄러워 누구에게 보여줄 용기는 없어 낮의 시간을 치열하게 살다가, 밤이 두려워지면 꼭 한두 줄을 더 보태 쓰곤 했다.

그렇게 풀벌레 소리로 새우던 하루하루가 아직 선명하다. 그래서 이번 소식은 내게 더욱 뜨끈한 위로로 다가온다. 저 멀리 던져버린 펜을 누군가 다가와 손에 도로 쥐어준 기분이다. 칭찬의 박수가 아니라 바지런히 정진하라는 말씀인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시에 매진하려 한다.

내내 버려진 마음으로 살던 아이를 믿어주신 모든 분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끝으로 한참을 뒤척였을 여름밤의 화자를 꼭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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