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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전자전 ‘엄마와 아들 모두 박사 졸업’엄마 김수애씨 국어국문학과, 아들 고승관씨는 국어교육과서
학위수여식 행사 취소돼 아쉽지만 가족과 함께 즐길 계획
서예가에서 박사학위 취득까지 달려온 어머니… 축하와 존경
‘끈기’와 ‘경험’,
아들 고승관 국어교육과 박사(왼쪽), 엄마 김수애 국어국문학과 박사(오른쪽)가 학위수여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8월 27일 거행되는 제주대학교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김수애(국어국문학과 박사, 만 55세)씨. 5년간의 노력을 통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실만으로도 큰 기쁨이지만 같은 날 함께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아들 고승관(국어교육과 박사, 만 30세)씨 덕에 기쁨이 두배가 됐다.

김수애씨는 38년째 서예의 길을 걷고 있다. 오랜 시간 서예를 했지만 조선시대 궁중이나 사대부에서 썼던 편지는 거의 그리면서 쓰다시피 했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 제주대에 언간 판독을 잘 하시는 국어학 교수님이 오셨다는 얘기를 들어 2015년 바로 입학을 결정했다. 

아들 고승관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쉬지 않고 학업을 이어 나갔다. 그러다 보니 군생활을 제외한 20대를 모두 학교에서 보냈다. 그는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국어교육과에서 석사학위 취득 후, 올해 국어교육전공 박사를 졸업했다. 학부 4학년, 학원에서 중ㆍ고등학생들에게 국어, 논술, 한문을 가리킴과 동시에 과외를 했다. 이때 국어교육에 대해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국어교육과 석사과정에 몸을 담갔다. 이 후 고전시에 대한 흥미를 갖고, 심도 높은 공부를 하기위해 박사과정까지 밟게 됐다. 

모자가 함께 학교에 다니다 보니 학교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김수애씨는 아들이 학부 때 다녔던 국어국문학과를 다니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아들 고씨의 선배나 동기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처음에는 모자사이임을 밝히지 않고 학교에서 만나면 서로 고개를 돌리며 모른 척 하기 일수였다. 2년쯤 지나 김씨와 고씨가 모자사이임을 주위에서 알게 될 무렵, 엄마 김씨는 아들 고씨와 비교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석사를 다른 학과로 받고 국어학으로 박사를 하려니 64학점을 이수해야 됐어요. 개설되는 과목을 모두 듣다 보니 너무 힘이 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죠. 아들이 받았던 수업과 제가 강의 받은 교수님들이 겹치기도 했어요. 수업시간에 모 교수님께서는 대놓고 웃으시며 ‘아들은 잘했는데…’라고 할 때는 괜히 공부한다고 들어와서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부담이 됐죠. 그럴때마다 아들이 시작했으면 끝을 내야 한다며 힘을 실어 줬기에 오늘의 영광이 있는 것 같아요”

고씨는 “어머니 박사과정 때 교수님들이 제가 학부 때 수업을 받던 교수님들이어서 제게 어머니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교수님들께서도 늦은 나이에 박사 공부를 하는 어머니를 대단해하셨죠. 저한테도 어머니의 열정을 본받아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공부가 힘들 때면 어머니와 같이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에 많이 위로 받았어요”라고 말했다. 

힘들고 험난한 박사과정을 버틸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수애씨와 고승관씨는 ‘끈기’와 ‘경험’, ‘주위의 격려’를 뽑았다. 김씨는 중어중문학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서예문화학 석사, 국어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국어학은 고등학교때까지 하고 멈췄었기 때문에 약 40년만의 공부였다. 

“아주 많이 힘들었습니다. 수업과정 뿐만 아니라 논문을 쓰는 순간순간이 고역이었어요. 처음보는 표기, 음운, 문법에 대한 연구로 논문을 쓰려니 어려울 수 밖에요. 지도교수이신 배영환 교수님께서 농담삼아 포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씀을 할 정도였어요. 저도 38년 동안 한우물을 판 사람이라 포기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6개월 정도 새벽 5시까지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죠. 제가 포기할 것 같지 않으니까 지도교수님께서도 격려와 힘을 실어 주시더라구요. 아마 지도교수님과 가족들이 없었다면 끝까지 해낼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고승관씨는 논문발표경험이 박사학위까지 달려갈 수 있었던 큰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고씨는 많은 원로 교수님들과 연구자분들이 계신 앞에서 첫 발표를 하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발표 후, 토론시간에 발표문의 한문 오탈자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고씨는 “논문을 쓰다 보면 몇 번을 확인해도 오탈자가 꼭 한두개 남아있는데, 그걸 보고 논문에 요정이 산다고 하는 것 같다”라며 농담을 던지니 모두 웃으시면서 공감했다고 말했다. 멀리서 온 신진 연구자를 따듯하게 맞아주고 격려해줬던 그때의 기억이 그에게는 활발하게 학계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됐다.

특히 고씨는 첫 논문 투고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인문학 소논문은 보통 전문가 3인의 심사를 통해 학술지 게재 여부가 결정된다. 고씨는 논문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리한 비판들을 보고 있으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성적으로는 비판들을 수용해서 더 좋은 논문을 쓰라는 의미라고 생각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는 과정이었다. 

박사과정부터는 학술발표나 논문게재가 상당히 중요하다. 김수애씨 또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논문 작성 과정을 꼽았다. “학위 취득과정은 많은 수업을 들어야 해서 힘들었다면, 논문 쓰는 과정도 그 못지 않게 많은 노력을 요했어요. 학위를 수료하고도 2년만에 논문을 완성했는데, 부끄럽기 그지 없죠. 아직도 학위를 받는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아요. 더군다나 아들하고 같이 받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던 일인데…”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박사학위는 받았지만 아직 모자라다. 졸업이 시작이라는 마음 가짐으로 열심히 공부하며 살아가겠다”며 “서예에 국어학을 접목해 조선시대 한글편지를 중심으로 판독과 이론적인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서예와 관련한 후학양성에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고씨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학위를 받아서 그런지, 아직 공부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기분이 든다며 “학위를 받는 과정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교수님들이 앞으로의 가능성과 열정을 보고 격려의 의미로 학위를 일찍 주셨다고 생각해요. 박사 학위를 받게 되었다는 기쁜 마음도 크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고 앞으로 해야 할 공부가 많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하고 싶은 공부가 많아요. 박사 후 과정도 밟고 싶고, 서울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학문 교류를 하고 싶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저와 어머니의 전공이 다르니 각자가 할 일을 하자는 생각도 있었고, 어머니가 하시는 노력이 괜히 제 도움 때문이라고 폄하될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다”며 모자가 함께 졸업하는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았다. 그는 “각자 열심히 공부해서 이룬 결과인 만큼 노력에 대해 축하 받고, 어머니와 함께 졸업을 한다는 사실에 두 번 축하 받아 두 번 박사학위를 받은 것 같아요. 우수연구상도 수상하게 돼 얼마나 영광인지 몰라요”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확산방지 및 감염예방 등을 위해 후기 학위수여식 행사가 취소됐다. 모자는 학위수여식이 취소돼 아쉽지만 학사모를 입고 사진을 찍으며 서로의 고생에 대한 축하와 격려를 받으며 가족들과 보낼 생각이라고 전했다. 

아들 고씨는 “긴 과정을 해냈으니 졸업식도 뿌듯하고 의미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지막 과정이 생략되니 아쉬움이 남아요. 총장님께 학위기도 받고 함께 공부한 여러 사람들에게 축하 받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에 섭섭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고씨는 “어머니 세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생계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던 때였어요.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는 치열한 삶을 살아왔죠. 서예가로 유명한 어머니가 그때 이루지 못한 하나의 꿈을 더 이룬 것에 참 축하 드리고 존경스러운 마음이에요”라고 말했다.  

김수애씨의 이츈풍전.

김수애 논문 

1.순원왕후언간의 판독과 분석(인문학연구24집),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2.순원왕후편지에 대한 국어학적 연구(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41호), 
3.훈민정음 ‘ㅇ’의 초성·종성에 관한 연구(공저, 중어언어연구 제87집) 박사논문: 국어학 『순원왕후언간의 국어학적연구』

고승관 논문 

1.聾巖 李賢輔 山水詩의 山水樂과 意境(단독, 시조학논총, 2018), 
2.權好文 詩歌에 형상화된 獨樂과 處士文學(단독, 퇴계학논총, 2018), 
3.고시조에 형상화된 여성상과 그 변용(단독, 시조학논총, 2019), 
4.기녀시조에 형상화된 절의와 언어적 인식(단독, 시조학논총, 2020)

민상이 기자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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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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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상구 2020-08-27 21:14:31

    不狂不及. 치열한 삶을 살아오신 두 분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며, 앞으로 많은 업적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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