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상 이
편집국장

8월 10일 오전 10시, 수강신청을 했다. 벌써 6번째 수강신청이다. 매 학기 수강신청을 하지만 항상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수강신청기간은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이지만 대부분의 수강신청은 5분안에 마무리 된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강의는 1분 안에 마감되기도 한다. 

우스갯소리로 수강신청을 ‘교수님 티켓팅’이라고 한다. 강의를 듣고 싶은 학생에 비해 개설되는 강좌 수, 수강신청 가능인원이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수강신청은 스피드전이다. 1초라도 늦는다면 원하는 수업을 못 듣는다. 고작 1초 늦었다는 이유로 수강신청기간동안 수강신청페이지를 새로고침하며 수강신청을 취소하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일은 고역이다. 이마저도 실패하면 원치 않는 강의를 들어야 한다. 

눈 깜짝할 새 끝나는 수강신청 때문에 돈을 주고 강의를 사고 팔기도 한다. 학사과에서는 수강과목 매매 근절을 위해 ‘수강권 매매 신고센터’를 운영했다. 강의 사고팔기가 사실로 확인 된 경우 징계처분 등의 엄중조치를 내리자 에브리타임 내 강의거래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자의 ‘절박한 마음’과 판매자의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태도에 강의사고 팔기는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이번 학기 수강신청은 평소보다 더 치열했다. 실질적으로 수강신청이 끝나는 5분을 위해 수강신청시간 30분 전에 노트북을 켜고 미리 만들어 놓은 시간표를 확인했다. 코로나19로 평소보다 현저히 적어진 수강신청가능인원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저학년 때는 전공과목보다 교양과목의 비중이 높아 수강신청에 실패하더라도 수강신청 가능인원이 비교적 널널한 과목을 신청하면 됐다. 지금은 졸업을 위한 전공학점을 채워야 하다 보니 수강신청에 실패하면 수강신청 정정기간에 교수님께 사인을 받아야만 한다. 

그동안 성공에 가까운 수강신청을 했지만 이번학기 만큼은 9학점밖에 신청하지 못했다. 

수강신청기간동안 수강신청페이지를 들락날락 했지만 이미 수강신청에 성공한 학생들이 내 자리를 내 줄리 없었다. 신청 최소학점인 12학점이라도 맞추기 위해 눈에 보이는 강의를 신청했다. 

농담삼아 이야기 했던 5학년이 어쩌면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고학년이 될수록 수강신청이 쉽다고 들었는데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닌 듯 하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강신청 전쟁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6번의 수강신청 과정을 겪으며 등록금을 내고도 원하는 강의를 못 듣는, 졸업을 위한 강의를 들어야 하는 현실에 타협하게 됐다. 

이번 수강신청 정정기간에는 수강신청확인원을 들고 교수님께 사정을 설명하며 사인을 받으러 다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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