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가 즐겨 찾던 곳
선사시대 거주 흔적 남아

>> 제주신화의 흔적을 찾아서 < 5 > 안덕계곡

8월 16일 안덕계곡을 찾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난 계곡이 안덕계곡이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 1001」 중 안덕계곡을 소개하는 문구다.

안덕(安德)은 치안치덕(治安治德)의 줄임말이다. 전설에 따르면 태초에 하늘과 땅이 진동해 큰 산들이 솟아났다고 한다. 이때 암벽 사이에 물이 흘러 생겨난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추사 김정희도 아름다움에 반해 유배생활 당시 자주 찾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 문인이나 학자들도 찾았을 만큼 예술ㆍ학술적 가치가 높다.

◇화산활동이 빚어낸 천혜의 경관

안덕계곡은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에 위치한다. 

자동차가 다니는 다리 아래 있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다. 도로 옆에 작게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계곡 입구가 나온다. 마스크를 쓴 돌하르방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산책로를 기준으로 오른편에는 하천이 흐른다. 물이 깊지 않고 유속이 느리다.

 산책로 왼편의 풀숲을 헤치고 올라가면 바위 그늘집터가 나온다. 옛 선사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다. 주변에 나무도 많고 바로 앞에 물이 흘러 거주하기 적합했을 것으로 보인다. 화산지형으로 만들어진 주거지여서 육지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다. 아치형 그늘 형태의 굴로 입구 직경이 6.5m이며 안쪽까지 깊이는 3.4m에 이른다. 이곳에서 ‘곽지2식 적갈색토기‘와 곡물을 빻을 때 사용한 ‘공이돌’이 발굴됐다.

계곡에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주상절리, 판상절리를 흔히 볼 수 있다. 절리는 용암이 낮은 지표면으로 흐르며 쌓여서 냉각수축 돼 만들어진다. 후에 지각변동으로 고유의 모양을 띈다. 주상절리는 절벽에 수직적으로, 판상절리는 바닥과 평행하게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갈라진 바닥 틈 사이로 물이 쉴 새 없이 흐른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고사리류가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바위틈에 선바위고사리, 별고사리 등 여러 종류로 자라고 있다.

안덕계곡은 하천 주변에 원시 식생이 잘 보존돼 있다. 난대림, 원시림 군락을 비롯해 희귀식물인 담팔수, 상사화 등 370여종의 식물이 분포한다. 멸종 위기 식물이나 신종 자생 식물 후보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곳 식물들은 모두 문화재보호법으로 보호받는다. 

산책로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양옆에 큰 절벽이 병풍을 두르며 협곡을 이룬다. 마그마가 지상으로 나오면서 표면이 거칠게 굳은 조면암이다. 기암절벽이라고도 불린다. 우뚝 솟은 수직 절벽 위로 나무가 자라 선선한 그늘을 만든다. 돗자리를 펴고 휴식을 취하는 관광객들도 있다. 이곳에 흐르는 물은 발만 겨우 담글 정도로 얕다.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대표 명소

안덕계곡은 한때 수질오염과 낙석위험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지방정부와 주민들의 정화 노력으로 많이 개선됐다. 최근 드라마 ‘구가의 서’, ‘추노’에 나오면서 중국인 관광객도 찾아온다.

방학을 맞아 방문한 유예찬(22세)씨는 “먼 과거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선사시대 사람들이 지금도 살 것만 같다”며 “구석 진 곳이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변에 차가 다니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도 여전히 보존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남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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