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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정보교환이 이뤄지는 ‘제주 전통시장’시끌벅적 사람 정취 가득한 ‘할머니 장터’
1970년대 25개 지역에서 오일장 개장 활발
대형마트와 자가용 보급으로 시장 역할 축소
제주출신 사진작가의 오일시장 사진전 개최

 

직접 재배한 농수산물을 파는 ‘할머니 장터’의 모습(위). 마스크 쓴 돌하르방이 있는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정문(아래).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매월 5일 간격으로 열리는 전통 재래시장이다. 한 달 중 2, 7, 12, 17, 22, 27일 총 6회 정기적으로 장이 열린다. 전국적으로 전통시장이 쇠락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거 관덕정 앞 광장에서 열렸던 장은 몇 차례 이전을 거쳐 지금의 노형동에 정착한다. 시장은 4개의 진입로와 근처 시내버스 통행이 잦아 교통이 편리하다. 제주국제공항과도 인접한 위치로 1일 평균 이용자가 2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제주도내 오일장 중 최대 이용자 수를 자랑한다. 코로나19 극복 일환으로 “제주의 민속 오일 시장” 사진전이 개최됐다. 과거 오일장과 오늘날의 모습을 비교하며 앞으로 미래를 살펴보자.

<편집자주>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의 모습 

시장에 도착했을 때 처음 보인 것은 3층 높이 공영주차장이다. 평일인데도 주차 자리가 부족할 만큼 사람이 많았다. 시장은 구조에 따라 사랑하길, 대박나길, 행복하길, 건강하길, 신명나길 총 5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각 주제별로 판매하는 품목이 나눠져 있다. 동선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어 원하는 상가에 찾아가기 수월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할머니장터’가 있다. 만 65세 이상 상인들이 직접 키운 나물이나 농산물을 판다. 밤호박, 가지, 상추, 깻잎 등 종류가 다양한 식자재를 만날 수 있다. 마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시장에는 꽃과 나무를 파는 화훼상가와 닭, 새 같은 조류나 토끼 등을 파는 곳도 있다. 수박, 참외, 애플망고 등 과일도 다양했다. 젓갈, 김치 등을 파는 반찬가게도 큰 인기를 끈다. 또한 전통시장 먹거리인 빙떡과 오메기떡도 판다. 그 외에도 막걸리나 전을 파는 식당, 농기구를 직접 제작해 파는 대장간, 옷가게 등 여러 종류의 상점이 들어서 있다.

시장 옆에는 ‘제주민속오일시장 홍보관’이 있다. 내부는 디오라마로 옛 시장의 모습을 재현했다. 뿐만 아니라 오일시장의 과거변천사와 역할, 미래 등을 글과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옆에는 ‘제주민속오일시장 고객지원센터’가 있다. 유모차를 빌려주는 등 시장을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농협 같은 금융시설도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 이상의 오일장

과거 제주는 지리적인 환경 때문에 시장이 발달하지 못했다. 섬이라는 특성상 고립돼 농업과 목축, 수산업 등 자급자족의 생활을 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제주도에서 상업 활동이 계속될 수 있던 건 보부상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주시를 중심으로 각 마을을 돌아다녔다. 육지에서 구입한 상품을 가지고 다니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중개 역할을 했다.

제주도에 시장이 나타난 것은 19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주 군수가 제주읍을 비롯해 애월, 세화, 서귀포 등 9개의 면과 읍에 시장을 개설한다. 제주도내 물자유통을 원활하게 하려 위함이었다. 그 후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1970년대 말에는 25개 지역에서 오일장이 열렸다. 그 성장배경에는 당시 시장이 가진 다양한 역할이 있다. 과거 사람들에게 오일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우선 만남의 장으로 활용됐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일장에 모였다. 그곳에서 친구와 친지들을 만났다. 혼담이 오가기도 했다. 혼기가 찬 자녀나 친척을 둔 사람들이 장터에서 만났다. 서로 만나 혼담을 통해 혼인을 하기도 했다.

정보교환의 장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별다른 통신수단이 없었다. 오일에 한 번씩 열리는 장터에서는 지역의 새로운 소식과 문물을 접할 수 있었다. 중요한 통신의 장이었다. 

여론형성 공간의 역할도 했다. 오일장에서는 가정 및 동네에서 일어나는 각종 정보의 교환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웃 동네 사람들과 친척들을 만나고 여론을 형성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했다. 

무엇보다 상거래의 장이었다. 제주지역 농촌사회에서도 구매력과 상품수요가 증대했다. 더 이상 자급자족적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교환과 구매를 통해서만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이 활성화 됐다. 상거래의 중개역할도 했다. 오일시장은 농어촌지역에 주로 입지했다. 지역 상품들을 중심으로 산촌과 어촌, 농촌과의 도시 지역 간 상거래가 필요했다. 중요한 상품 중개 역할을 담당했다.

◇보존과 변화의 기로에 놓인 오일장

과거 활발했던 오일장은 오늘날 제주에 8개 밖에 남지 않았다. 대형마트의 등장과 자가용 보급으로 오일장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었다. 멀리 가지 않아도 필요한 물품을 주변에서 간편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일장의 역할과 규모는 자연스레 축소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상업방식이 소비자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전히 오일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꾸준하다. 외국인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지금도 장날이면 주차할 공간이 부족할 정도다. 

그러나 이에 비판의 시선도 있다. 전통시장이 ‘볼거리’를 제공하는 관광 상품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소비자층이 젊은 동문시장은 관광지로 인식된다. 음식들도 요즘 세대에 맞게 팔며 상인들도 청년층이 많다. 시장 유동 인구도 상당히 많다. 다만 이렇게 활성화된 듯 보이는 시장에도 그 이면은 존재한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 음식점의 확대가 역설적이게도 시장의 기능을 단순화 시킨다. 관광을 위한 무대로 사용될 뿐 본래 가치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과거에는 오일장을 찾아온 모든 사람들이 축제가 열린 것처럼 서로 어울렸다고 한다. 시장 부흥을 위한 해결책으로 문화적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무작정 젊고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늘날 오일장의 많은 소비자들이 상인과 비슷한 연령층이다. 게다가 대다수 상인들이 오랜 시간 경험으로 습득한 상업 환경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오랜 시간 시장에 있으면서 호황과 쇠락, 재활성화 노력을 경험했다. 대부분이 고령임에도 여전히 상업을 지속하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다. 그들에게 시장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다. 평생을 일해 온 일터이자 삶의 장소다. 시장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기에 오늘날까지 전통시장의 명맥이 이어올 수 있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인들도 노력하고 있다. 상인회 또는 번영회를 조직해 시장 환경 정비와 시장별 특화 상품 홍보하고 있다. 환영 현수막 내걸기 등 손님맞이 운동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방정부도 축제나 공연들을 활용해 지역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을 유치에 힘쓰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경제통상진흥원에서는 제주의 민속오일시장 일상을 담은 사진전을 9월 16일까지 개최한다. 문예회관2전시관, 제주민속오일시장, 서귀포향토오일시장 등 5개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코로나19로 침체돼 있는 제주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 상인에게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이번 사진전은 제주출신의 사진작가 곽상필씨가 본 ‘제주의 민속 오일 시장’이란 테마로 기획됐다. 제주 전통시장의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이 사진집 곳곳에서 담겨있다. 사진작가의 시각에서 담은 제주 향토 오일장의 생생한 현장을 전시한다.

 전재민 기자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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