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준 호
언론홍보학과 2

누구든 한 번쯤 학교 앞에 있는 스쿨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쿨존은 초등학교나 유치원 근처에 지정하는 어린이보호구역이다. 어린이 보호를 위해 안전표지와 도로 반사경, 과속 방지턱 등을 설치한다. 

스쿨존 안에서는 주차나 정차를 할 수 없고, 시속 30킬로미터 이하로 주행해야 한다. 몸집이 작은 아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지키기 위해 스쿨존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운전자들은 스쿨존을 주행할 때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

2019년 9월 11일 ‘충남 아산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스쿨존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피해 어린이의 부모는 이 사건에 대해 국민청원을 했다. 법안 개정 국회 발의까지 올라가 일명 ‘민식이법’이 2020년 3월 25일 시행됐다. 이로 인해 최근 스쿨존에 대한 인식과 규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민식이법은 운전자 과실로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해 강력 처벌한다. 하지만 이 법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많다. 일단 입법 계기가 된 교통사고에 여러 모순점이 존재한다. 

사고 당시 아이가 건너던 횡단보도는 신호등이 없었다. 운전자는 신호위반을 하지 않은 것, 주행 당시 속도는 시속 23.6킬로미터로 스쿨존 제한속도인 시속 30킬로미터 이하였다는 것, 시야가 제한된 사각지대에서 갑자기 아이가 달려 나왔다는 점이다. 

운전자만의 잘못이 아닌 불행한 우연으로 인해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다.

필자는 이 사고를 계기로 법을 개정해 운전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것에 의문이 든다. 심지어 ‘민식이법’ 자체에도 큰 문제점이 있다. 원인 제공자나 사건 유발 요인 등 운전자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배제하고 단순히 아이의 사망, 상해 여부에 따라 처벌한다. 

한마디로 이 법은 고의와 과실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 버렸다. 예를 들어 스쿨존에 정차한 차에 아이가 달려와 부딪혀도 운전자가 처벌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그 결과, 요근래 운전자들은 아이들이 마치 잠재적인 사고 요인이라도 되는 듯이 스쿨존을 피해 다닌다. 스쿨존 우회를 위한 내비게이션 어플마저 등장했다. 

민식이법 제정이 피해아이나 운전자의 잘못은 아니다. 다만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점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졌다. 또한 만들어진 법마저 똑같이 문제의 본질과 상황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판단한다. 정당한 법이 아니다. 과연 누구를 위하고, 누구를 지키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인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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