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훈 수의학과 2

나는 통계학 분야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통계학에 관한 건 예과 때 배운 의학통계학을 잠깐 들었을 뿐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마저도 열심히 안 했다고 평가한다. 이런 사람이 굉장히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몇 자 적는 것은 최근에 정보 및 통계의 왜곡에 대해 느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시를 들어보자.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7개 광역시ㆍ도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비율에서 제주는 3위를 기록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에서는 71.4%는 개를 기르고 나머지 28.6%는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 토끼나 파충류 또는 앵무새 등을 기르는 인원은 제주에서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므로 제주는 고양이와 기타동물을 양육하는 가정에 대해 지원을 줄이고 개를 기르는 가정에 지원을 더해야 한다.

짧은 단락의 글은 ‘그럴듯한데?’라는 의견과 엉터리라는 의견 모두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 문단의 내용 중에서는 숫자에 관해서는 단 하나의 틀린 말도 없다. 실제로 통계상으로는 양육 비율 3위 및 개를 기르는 비율이 굉장히 높게 나왔다. 그러면 대체 무엇이 왜곡이라는 것일까. 눈치채기 쉬운 부분이지만 표본의 수가 아주 적었다. 특히 무슨 동물을 기르냐고 묻는 표본에서는 단 7명만이 설문에 응답하였고 굉장히 편향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론 이 경우에는 정보와 통계의 왜곡보다는 ‘통계 자체의 신뢰성이 의심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훌륭한 지적이다. 그렇다면 다음 예시를 보자.

제주대는 2018년 취업률 61.1%로 지방거점대학교 1위를 달성했다.
이 문장을 보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물론 이 문장의 숫자에도 아무런 문제는 없다. 다만 취업률이 특정 지역 중 1위라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쓴 글이라면 반성해야 한다. 대학이라는 학문적 기관과 취업률을 연관시키는 건 그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뿐더러 또 이 통계를 조금 크게 본다면 재밌는 사실이 있다. 수도권 4년제 대학은 대부분 취업률이 65%를 넘는다는 사실이다.  문장은 이렇게도 쓸 수 있다.

제주대는 2018년 취업률 61.1%로 대부분의 수도권 4년제 취업률 65%보다 약 4% 낮다.
느낌이 확 다르지 않은가?
이처럼 우리는 항상 통계의 모든 부분이 아닌 일부분만을 본다.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통계는 변하지 않는 숫자일지 몰라도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굉장히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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