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담팔수와 송엽란 자생하는 생태계
교룡이 여자를 구하다 여의주를 떨어뜨린 곳

>> 제주신화의 흔적을 찾아서 < 7 > 천지연 폭포

천지연폭포 물줄기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다.

서귀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용천수가 많이 솟는다. 서귀포 폭포 중에서도 규모나 경관 면에서 단연 으뜸인 곳이 있다. 바로 천지연 폭포다. 하늘과 땅이 만나 이뤄진 연못이라는 이름만큼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이곳에 살던 용이 폭포에 여의주를 떨어뜨렸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세찬 폭포와 희귀 동식물 감상 가능한 자연공원

천지연폭포는 그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해 남녀노소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공원에 들어서면 통나무를 여러 개 엮어 만든 뗏목배가 하나 있다. 과거 해안가 이동수단으로 사용한 제주 전통 배 ‘테우’다. 전시된 배 뒤편으로 물줄기가 넓게 흐른다. 천지연폭포로부터 흘러온 물줄기인 ‘서홍천’으로 바다까지 이어진다. 현무암이 깔린 다리를 건너면 탐방로가 넓게 조성돼 자유롭게 탐방 가능하다. 천지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물줄기가 높은 곳에서 웅장하게 쏟아 내린다. 폭포 길이 22m, 그 아래 못의 깊이가 20m에 달한다. 안산암으로 이뤄진 기암절벽과 주변에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등 상록수가 울창하게 우거져 난대림을 이룬다. 이곳에 자생하는 아열대성 상록수인 담팔수(膽八樹)는 북한계선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희귀 시 돼 천연기념물 제163호로 지정됐다.
 식물뿐 아니라 폭포 아래 물속 깊은 곳에는 열대어의 일종인 무태장어가 서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다에서 산란하고 하천이나 호수로 돌아오는 회유성 어류다. 낮에 하천이나 호수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밤에 얕은 곳으로 나와 먹이를 잡아먹는다. 천지연폭포는 ‘제주도 무태장어 서식지’라는 명칭으로 천연기념물 제27호로 지정돼 있다.


◇천지연 폭포에 얽힌 전설

천지연 폭포에는 예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과거 마을에 얼굴이 어여쁘고 마음이 곱다고 소문이 난 한 여자가 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순천으로 동네 총각들은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러한 총각 중에 명문이도 끼어 있었다. 그러나 순천이는 열아홉 살이 되자 부모님이 정해준 대로 이웃 마을 법환리 강씨 댁으로 시집을 갔다. 마을 총각들은 서운해 했고 명문이는 그 후로부터 형편없는 생활을 했다. 

시집을 간 순천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가을 순천은 술과 떡을 마련하고 친정나들이를 떠났다. 그 모습을 본 명문이가 서귀포에서 법환으로 이르는 천지연 입구에서 그녀가 돌아가는 것을 기다렸다. 날이 어두워질 쯤 순천은 친정집을 나섰다. 천지연 폭포 바로 위에 이르렀을 때 명문이가 불쑥 나타나 순천의 손을 잡으며 같이 살자고 한다. 순천은 사태의 급박함을 느끼고 소리친다고 했지만 명문은 누구라도 이 일을 방해한다면 같이 폭포를 뛰어내려 죽겠다고 했다. 그때 우르릉 소리와 함께 바로 아래 천지연 물에서 교룡이 솟구쳐 올라왔다. 순식간에 명문을 낚아채고는 하늘로 솟아올랐다. 순천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깜빡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깨어났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을 때 자신의 발밑에 있는 여의주를 발견했다. 그녀는 그 여의주를 가지고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여의주를 몰래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모든 일이 잘됐으며 집안이 날로 번창했다. 

천지연 야외 공연장에는 설화를 차용해 만든 조형물이 있다. 떨어지는 폭포 가운데 있는 여의주를 두 마리 용이 지키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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