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 약품 폐수 무단 방류…악취 연기배출 주민 반발
한림 금능농공단지 입주 A기업, 주민 퇴출운동에 직면

업체를 소개하는 안내판에 적힌 ‘유해 화학 물질’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제주에서 각종 사회공헌을 하며 착한 이미지를 쌓아온 도내 한 기업이 화공약품이 섞인 폐수를 공공하수관으로 무단으로 방류한 사실이 드러났다. 

제주시 한림읍 금능농공단지에 입주한 A업체는 당초 무단 방류를 끝내 부인하다 제주도자치경찰과 수자원본부, 입주업체 관계자들의 끈질긴 추적으로 관련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와 자치경찰에 따르면 A업체는 하루 105톤의 물을 사용해, 18톤의 폐수를 판포하수처리장으로 보내고 87톤을 다시 이용하겠다고 행정당국에 신고했다. 그러나 A업체는 행정에 신고한 것 보다 더 많은 하루 200여톤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농공단지 입주 업체들은 당연히 폐수 배출 신고량도 늘어나야 하는데 행정기관이 이를 묵인,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동안 제주도상하수도본부는 판포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하수를 처리하는데 과부하가 걸리는 사례가 잇따르자 이를 이상하게 여겨 원인을 추적해 왔다. 관계 당국은 지난 7월 20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현장을 방문해 A업체가 폐수를 방류한 사실을 확인했다. 폐수 방류 사실을 부인하던 공장 관계자는 그제야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자치경찰, 물환경관리법 위반 혐의 수사

이에 자치경찰은 A업체를 물환경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물환경관리법 제35조 제1항을 보면 사업자는 배출시설로부터 배출되는 수질오염물질이 제32조에 따른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배출되게 하기 위한 수질오염방지시설(폐수무방류배출시설의 경우에는 폐수를 배출하지 아니하고 처리할 수 있는 수질오염방지시설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설치해야 한다.

제2항에는 “수질오염방지시설(이하 ‘방지시설’이라 한다)을 설치하지 아니하고 배출시설을 사용하는 자는 폐수의 처리, 보관방법 등 배출시설의 관리에 관하여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하 이 조에서 룕준수사항룖이라 한다)을 지켜야 한다”고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치경찰은 A업체가 제주도에 신고한 1일 최대 폐수 배출량 18톤보다 더 많은 양을 하수처리장으로 보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A업체의 과거 행적과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실제 자치경찰은 A업체 하수관과 정화조에 있는 폐수질 분석을 의뢰한 결과, 하수관과 정화조에서 비슷한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A업체의 폐수배출시설 운영일지, 용수 사용량, 폐수방류 기록 등을 증거자료로 확보한 상태다.

자치경찰 관계자는 “A업체가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지만 관계자를 조사한 뒤 거짓말을 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압수수색도 고려하고 있다”며 “자체 조사한 바로는 대외적으로는 사회적 공헌도 많이 한다고 홍보하는데 뒤에서 제주 청정 환경을 오염시키는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수사과정에서 기획수사로 전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금능농공단지에 입주한 업체 관계자들은 A업체의 폐수 무단 방류가 오랜 기간에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공단지에 입주한 B입주업체 관계자는 “A업체는 금능농공단지에 입주한 지 30년이 넘었다. 그 사이 폐수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행정당국은 적극적으로 감시하지 않았다. 그 사이 숨골이나 곶자왈로 화공약품이 섞인 폐수가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며 “경찰이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제주환경을 훼손하는 일은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제대로 수사가 이뤄져서 전말이 밝혀지면 제주도 사상 최대 규모의 폐수 방류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장 인근 주민들 “연기 때문에 못 살아”

A업체는 폐수 무단 방류 의혹에 더해 공장을 가동시키며 내뿜는 연기로 주민과 입주업체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농공단지협의회 측은 당국이 A업체를 비호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협의회 측은 기압이 낮거나 장마철 습도가 높은 날이면 A업체가 내뿜는 매연 때문에 극심한 두통을 일으키고, 심지어 직원들이 그만두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A업체는 1년 내내 공장을 가동하며 연기를 내뿜고 있다.

농공단지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참지 못해 공장 굴뚝을 높여달라고 A업체와 관계당국에 호소했지만, 현재 관련법에는 굴뚝 높이를 강제로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농공단지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머무는 기숙사도 마련돼 있어 업체 대표들은 외국인 노동자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관계 법령을 보면 대기배출 시설이 들어설 때 굴뚝 높이는 제한하지 않고 있다”며 “행정 입장에선 법과 기준에 맞게 인허가를 내주고 단속을 해주고 있다. 민원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법을 초월해 업체를 강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A업체를 퇴출시키기 위해 준비중이다. 주민 서명을 받아 관계당국에 제출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운 상황이다.

 

◇제도 한계 탓하는 제주도, 피해는 주민 몫

이 업체는 TMS(굴뚝자동측정기) 의무 설치 사업장이다. 제주도는 먼지, 락스, 이산화탄소 등 굴뚝에서 배출되는 물질을 TMS로 수집해 관리ㆍ 감독하고 있다. 또한 A업체가 대행업체에 의뢰해 자가 측정한 결과(이산화탄소, 암모니아, 포름알데이드, 황하수소 등)를 한 달에 1~2차례 보고 받고 있기 때문에 대기질 오염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다이옥신과 같은 물질은 측정 항목이 아니어서 점검하지 않지만 TMS를 활용해 정기적으로 배출 물질을 수집해 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결과를 의뢰한다”며 “또한 1년에 한 차례 해당 시설을 불시에 찾아가 소각로를 가동한 뒤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당 업체가 많은 사회 공헌을 하는데, 그 금액으로 환경훼손 저감에 앞장서 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다만 규정상 해당 업체가 문제를 일으켜도 폐쇄명령을 내릴 수 없어서 한계가 있다”며 “9월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들이 내려와 정밀 검사할 계획인 만큼 앞으로 좀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현장 점검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A업체는 경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지난 6일부터 소각로를 다시 가동했다. 이 소각로는 산업용폐기물을 태워 발생한 열로 종이를 말리는 시설이다. 이 과정에서 굴뚝으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금능농공단지협의회 관계자는 “이미 폐수 방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또 다시 공장을 가동해 연기를 내뿜어 주변 공장 관계자들이 일을 못할 지경”이라며 “너무 힘들어 제주도에 항의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제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만 돌아와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도청 담당 공무원에게 ‘이렇게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만 되풀이 한다”고 성토했다. 인근마을 주민들 또한 이 업체가 내뿜는 연기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 관계당국과 A업체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일관해 공분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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