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신문 기자 생활은 나를 바꾼 경험”
“제주에서 행복하게 사는 게 가장 큰 꿈”
“자발성에 기초해서 일할 때 행복해”

≫ 다른 길, 다른 삶을 묻는다    < 12 > (사)제주다크투어 대외협력팀장 김명지

얼떨결에 들어온 신문사, 6개월만 하려던 게 끝내 편집국장까지 맡았다. 김명지(정치외교학과 11학번)씨는 학교 안 다양한 공동체를 가까이 보면서 다른 시선을 갖게 됐다. 고민이 들 때마다 되뇌었던 책 구절에는 가족, 지역사회,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을 사랑하며 살라고 적혀 있었다. 제주를 떠나지 않고 제주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커졌다. 여기저기 다니는 외교관을 꿈꿨던 신입생은 이제 다른 진로를 꿈꾸고 있다. 

배운 것을 살려 반 년 정도 기성언론사에서 일을 했다. 사회에 나가 마주한 자신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고민이 내내 있었기에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 제주다크투어로 자리를 옮겼다. 4ㆍ3을 비롯한 제주의 역사를 알리고 여행으로 기억을 공유하는 단체다. 그는 일을 하고 공부를 해갈수록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다. 지역사회의 변화 안에서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싶다고 말한다. 

▶대학 전공은 어떻게 골랐는지. 

외교관이라는 꿈이 멋져 보였다. 어디든 돌아다니면서 재밌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외과를 가야 하는데, 마침 고등학교 때 정치외교학과 출신이 외교관으로 임용돼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돈도 그렇고 제주대로 가자, 가서 그 선배처럼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다. 수능 치르고 토익 학원도 다니고 나름 준비를 했다. 꿈에 미쳐있었다. 

▶신문사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대학 들어오기 전에 제주대신문 기자가 고등학교에 와서 취재를 해간 적이 있다. 그때 인터뷰를 했었는데, 나중에 제대신문사에 들어오라는 말을 들었다. 입학 이후에 몇 번이나 마주쳤다. 마침 친구들이 교육방송에 들어가던 참이었다. 나도 한 번 해보기나 할까, 얼떨결에 지원했다. 외교관이라는 꿈은 신문사 생활을 하다 보니 많이 깨졌다. 처음엔 6개월은 하고 나가자는 마음이었다. 조금만 더 해보자 하다가 2학년이 되면서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은 엄청나게 많았다. 그만두기엔 자존심이 상해서 버티기도 했다. 재밌는 순간들이 많았다.

신문사 생활은 나를 바꿔놓은 경험이었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 고민하는 기로를 나에게 줬다. 토로할 사람이 없을 땐 도서관에 많이 갔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잘 알려진 책 중에서 “나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살고 지역사회를 위해서 살고 나를 둘러싼 영감을 주는 것에 대해서 사랑하고 열정을 쏟으며 살아라”라는 구절이 가장 인상 깊었다. 멋진 직업이 아니라 어떤 삶을 꿈꾸는지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방황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대학교 안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일상을 체험해보는 기획취재도 해보고 장애 학생들을 따라가 보는 르포 기사도 쓰면서 대학교 안에서 타인의 관점에서 본 대학교의 모습을 찾아다니다 보니 학문공동체, 대학이 뭔가 질문해봤던 거 같다. 계단 하나조차도 일거리이고 혹은 넘어설 수 없는 문턱이기 때문에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간을 보는 다양한 시선의 의미를 깨달았다. 

▶진로를 선택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제주에서 행복하게 사는 게 가장 큰 꿈이다. 제주에서 뭘 하면서 살아야 재미있을지 고민했다. 사회에서 일단 해보고 결정하려고, 잔재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신문기자를 하면서 배운 게 있기에 한 번 해보자고 해서 얼떨결에 지역 일간 신문에 입사했다. 대학 신문사 때는 자율성이 있는데, 취재해보고 싶은 것들을 취재하는 게 보람이었는데 졸업하고 신문사 들어가고 전담 부서가 생기니 그 안에서 기성 질서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2019년 1월에 제주다크투어에 입사했다. 신문사에서 여러 재미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닐지라도 멋있는 활동 의미 있는 활동들을 소개하는 게 좋았다. 그러면서 홍보하고 알리는 활동이 잘 맞을 수 있겠다고 해서 지원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단체와 맡은 일을 소개해 달라.

(사)제주다크투어는 비영리단체다. 4ㆍ3 평화기행을 전문으로 하고 있지만 제주도 내 유적지 기록, 국제연대 사업도 함께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에서 여행업을 한다는 게 독특한데, 4ㆍ3을 알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후원도 중요하지만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2017년 말에 시작했다. 시민단체 후원금과 기행 수익금을 통해서 재정 구조를 가지고 4ㆍ3을 알려나가자는 큰 꿈이 중심이다. 제주다크투어의 모든 기행 사업은 제주의 역사와 자연을 지켜가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여행사 (주)평화여행자와 함께하고 있다. 평화기행과 유적지 기록 사업, 대중 강좌 사업, 국제 연대 사업(4ㆍ3을 전국화, 세계화하기 위한 행사 등)을 해나가고 있다. 그 안에서 유적지 기록 사업을 주로 맡고 있다. 구글 마이맵스에 혹은 포털에 4ㆍ3 유적지를 기록하는 일이다. 제주사람이라면 4ㆍ3은 당위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었는데 입사하고 나서 더 진중해졌다. 내 가족들의 이야기를 찾다 보니 증조할아버지도 4ㆍ3때 돌아가셨다. 나를 둘러싼 환경, 나를 만들어낸 환경이 제주의 역사. 그 중 4ㆍ3에 적다고 할 수 없겠구나 은폐됐거나 가려졌을 뿐이지 나의 생각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는데 작동하고 있다는 걸 깨달으니 무게감이 더 느껴졌다.

요즘에 4ㆍ3이 화두가 되는 걸 보면서 중요한 사건이라는 걸 인지하고, 일을 하면서 어떤 사건인지 자꾸 생각해보고 무게나 단순히 4ㆍ3이 어떤 거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현기영 선생님 표현대로 3만 명의 제주도민의 죽음이라고 하는데 3만 명이 겪은 3만 개의 사건이라는 말도 떠올린다. 중층성들을 고민하게 된다.

▶사회에 나와 일을 하면서 자신의 어떤 점들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자발성에 기초해서 일을 할 때 행복해하는 편이다. 규율된 틀에서 벗어나서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고 몽상할 때 기쁨을 느낀다. 제주다크투어에서 색다른 것들을 생각하고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을 때 하고 있는 일에 기여하고 자아실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새로운 방식으로 나의 가치관이나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을 전파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된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서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소심하고 자기표현에도 익숙하지 않았던 편이라 대학교를 다니고 신문사 활동하고 졸업하고 활동하면서 정말 많이 변했다. 신문사에서 했던 경험이 뭉툭한 연필이 날카로워지고 주변의 것들을 잘 보게 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고등학교 때부터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탐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적었었다. 입사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대학원에 진학했다. 4ㆍ3평화기행을 다니면서 여행자들과 더 가까운 거리에서, 비슷한 시선에서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자주 가는 곳이라도 매번 다른 나이, 연령, 성향의 선생님들과 함께 하면서 그분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배우고 돌아온다. 여행자들의 생각이 나에게도 많은 영향과 배움을 준다. 제주4ㆍ3에 대해 깊이 있는 화두와 고민을 나누려고 한다. 여행자들이 제주4ㆍ3을 기억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누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배움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4ㆍ3뿐만 아니라 제주 역사도 그렇고 오늘날 현안들도 많은데 이런 것들을 평생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단초를 주는 활동들을 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제주도라는 공간에서 점점 팍팍해지고 도시화되면서 어릴 때 생각했던 풍요롭고 평안한 분위기는 점점 깨져가고 있다. 개별 현장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착잡해지는데, 이런 것들에 대해 계속 공부하고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제주 안에서 끝장보고 싶은 마음이다. 제주도라는 화두를 갖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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